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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유 신화'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별세...선각자들의 '식탁혁명'

[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향년 100세.

그중 반세기는 한국 두유산업의 성장을 이끌며 우리나라 식품업계의 새로운 지평을 개척했던 또 한 명의 선각자가 떠났다.

우유를 못 먹는 아이들을 위해 국내 최초로 ‘두유’를 개발했던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9일 별세했다고 정식품이 10일 전했다. 국내 두유산업의 선각자인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의 부음에 식품업계는 깊은 슬픔에 잠겼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에 차려졌으며 발인은 오는 12일이다.

'두유 신화'를 창조한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이 별세했다. [사진=정식품 제공/뉴시스]

천수를 누린 고인의 기리는데 결코 두유를 빼놓을 수 없다. 일제강점기의 의사생활이 계기였다. 1917년 황해도 은율에서 태어난 고 정재원 명예회장은 편모 슬하의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당시 최연소(19세)로 의사검정고시에 합격했다. 1937년 서울서 소아과에서 의사생활을 시작했지만 원인 모를 영양실조와 합병증으로 죽어가는 아이들이 계속 생겨나자 의사로서 죄책감을 못 이기더니 사망 원인을 찾겠다는 사명감 하나로 마흔넷 나이에 유학 길에 올랐다.

영국 런던 대학원과 미국 샌프란시스코 UC 메디컬센터 등을 거치면서 5년간 영미 의료기술을 접한 고 정재원 명예회장은 아이들의 사인이 모유나 우유에 함유된 유당 성분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는 '유당불내증' 때문이라는 것을 파악했다.

그렇기에 1964년부터 아기들의 치유식 개발을 위해 콩 연구를 시작해 2년 뒤 유당이 없고 3대 영양소가 풍부한 콩을 이용해 만든 선천성 유당불내증 치료식 두유를 개발했다. 그해 이 베지밀로 제1회 발명의 날 대법원장상 초대 수상자가 됐다. 이것이 식물성 밀크(Vegetable+Milk)라는 뜻의 '베지밀' (Vegemil)의 탄생 스토리다.

이를 계기로 1973년에는 정식품을 창업, 반세기 동안 콩 연구에 진력하면서 한국 두유산업 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두유를 만드는 데 인생을 걸었던 고인은 기업의 이윤 추구보다 소비자에게 건강하고 안전한 식품을 내놓는 것에 온 힘을 쏟은 기업가였다. 시장 1위 브랜드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 전문회사인 '자연과 사람들'을 설립, 경쟁기업들이 소비자들에게 제대로 만든 두유를 공급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런 경영철학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인류건강 문화에 이 몸 바치고저’라는 신조로 평생을 콩 연구에 바쳐왔던 고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은 1999년 국제대두학회에서 공로상을 받으며 지구촌 식품계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아울러 "누구든 공부에 대해 가슴앓이를 하지 않게 만들어 주고 싶다"는 뜻으로 세계 최대 규모의 설비를 갖춘 청주공장을 준공하던 1984년 '혜춘장학회'를 설립, 이후 2350명에게 장학금을 지급하기도 했다.

심장병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불어넣었던 고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 [사진=뉴시스]

정재원 정식품 명예회장 별세까지 지난해부터 한국 식품업 역사의 산증인들이었던 거목들이 잇따라 세상을 떠났다.

국내 조미료 시장의 개척자인 임대홍 대상그룹 창업주부터 지난해 4월 5일 96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일본에서 조미료의 성분인 글루타민산 제조 방법을 연구했던 고인은 동아화성공업을 설립, 국산 최초의 발효조미료를 만들어 1960년대 식탁에 ‘미원 열풍’을 몰고 왔다. 이후 20여 종의 아미노산과 핵산 등의 제조기술을 확보하는데 기여했다.

국내에서 카레를 대중화시킨 함태호 오뚜기 명예회장은 지난해 9월 12일 향년 86세로 세상을 떠났다. 1969년 오뚜기를 창립하면서 1호 제품으로 카레를 출시해 선풍을 일으켰고 케첩, 마요네즈 등 최초 제품 퍼레이드를 이어갔다. 품질제일주의와 사회공헌이라는 경영철학을 평생 실천했다.

아들인 함영준 오뚜기 회장이 1500억원대의 상속세를 꼼수 쓰지 않고 납부를 선언하고 심장병 어린이 수술지원과 장학사업을 하면서도 소리내지 않도록 했던 오너 부자의 숨은 선행이 올해부터 입소문을 타면서 ‘갓뚜기’라는 애칭을 얻었다. 지난 7월엔 함영준 회장이 비정규직 없는 대표적 기업으로 주목받아 문재인 대통령 초청 기업인들과 대화 자리에 중견기업으로는 유일하게 초청되기도 했다.

먹거리 불안지수가 높아지는 요즈음. 제대로 먹을 것이 없었던 고단한 산업화 이전 시대부터 각고의 연구와 품질경영으로 ‘식탁혁명’을 일으켰던 국내 식품업계 선각자들의 그 집념과 열정을 되새기게 되는 때다. 

김민성 기자  webmaster@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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