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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곤-신태용 체제에 뿔난 팬심, 그 안이한 신뢰와 강박증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7.10.11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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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우리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

한국-모로코 평가전 중계를 해설한 안정환이 답답한 한국대표팀의 경기력을 질타한 이 한마디는 축구팬들 사이에 큰 반향을 불렀다.

어렵게 기회를 얻은 유럽원정은 끝내 반쪽짜리 실험마저 실패로 그친 데 대한 축구팬들의 뿔난 심경을 대변하는 듯했다.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턱걸이한 한국대표팀에 보내는 시선은 더욱 싸늘해졌다.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지켜본 한국-모로코전. 신태용 감독이 전반 초반 구자철, 지동원, 권창훈을 교체투입하기 전 지시를 내리고 있다. [사진출처=대한축구협회]

2연패라는 결과보다도 신태용 감독이 의욕만 앞선 전술 운영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감을 표시하고 있다. 지난 7일 러시아전에서 김주영의 멀티 자책골로 2-4로 대패한 뒤 10일 밤에도 모로코에 1-3으로 완패했다는 사실보다 신태용 감독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점에 팬들은 실망과 허탈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한국-모로코전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과 함께 현장에서 관전한 김호곤 기술위원장 겸 부회장이 조는 듯한 표정이 중계 카메라에 잡힌 것조차 팬들의 비난 소재로 오를 정도로 2연패의 충격파는 크다.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 마지막 2경기에서 연속 0-0무승부를 기록하고도 본선행 자축 헹가래를 쳤다는 논란에 이어 축구협회가 거스 히딩크 전 대표팀 감독의 복귀 타진을 검토조차 하지 않았다는 의혹이 일면서 본선행 후유증에 시달려왔던 신태용호. 김호곤 기술위원장이 말바꾸기 논란 속에 히딩크 감독에게 제한된 역할을 구하는 선으로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를 밀어붙였다.

그렇게 어수선한 여론을 진화하고 월드컵 본선에 대한 국민적인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도 이번 두 차례 유럽 평가전에서는 승리다운 승리가 절실했다. 팬들은 아니 승리가 아니라면 확 달라진 팀 칼러로 9회 연속 나서는 월드컵의 비전을 제시해주길 신태용호에 원했다.

“히딩크 감독이 사심 없이 조언해준다면 나도 1%의 거절 없이 받아들이겠다"라며 월드컵 본선체제 1기 멤버를 전원 해외파로 발표했던 신태용 감독은 그런 팬들의 바람을 잘 아는 터라 반전을 꾀했다.

그러나 의욕만 앞섰다. 애초부터 베스트11을 꼽을 만한 멤버의 균형보다는 인위적인 배분으로 대표선수들이 선발됐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전임 울리 슈틸리케 감독부터 아킬레스건으로 방치돼온 풀백 자원이 여전히 부족한데도 인재풀이 더욱 좁은 해외파들로만 유럽원정을 떠났을 때부터 신태용호는 불안했다.

K리그의 막판 순위 다툼이 치열한 상황에서 지난 8,9월 조기소집에 응해준 K리그 팀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단 한 명도 K리거를 뽑지 않았으니 유럽, 아시아파들만으로는 전술적 완성도를 도모하기는 힘들었다. 김호곤 위원장이 이런 상황에서 신태용 감독을 진정으로 돕는 길은 K리그에서 일부 측면수비 요원이라도 받을 수 있도록 협회 차원의 조치를 취하는 것이었다.

김호곤 위원장은 당초 러시아도 한국 초청을 내키지 않아 했고 졸속협상으로 2차전 상대마저 튀니지에서 모로코로 바뀌는 우여곡절 끝에 어렵게 성사된 유럽원정 실전 스파링 효과를 반감시키고 말았다. 김호곤 기술위원장 체제에서 신태용 감독을 돕는다고 했지만 첫 단추부터 안이하게 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런 비대칭 전력이 낳을 실패를 예상하지 못했다면 문제이고, 예견했다면 더더욱 문제라는 게 축구팬들이 김호곤-신태용 체제의 월드컵 출발을 비판하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도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전부터 ‘변형 스리백’전술을 들고 나와 자신만의 색깔을 보여주려는 모험수를 던졌다. 공격지향적인 이청용을 오른쪽 윙백으로, 중앙수비 요원인 김영권을 왼쪽 윙백으로 투입하는 파격으로 난국을 타개하려 했지만 내리 4골을 내주는 허망한 수비라인 붕괴만을 노출했다.

1차전서 도움 2개를 올렸다는 사실에 고무된 듯 이청용을 이틀 뒤 모로코전에서도 또 윙백으로 내세웠다가 방어벽이 무너지면서 연속골을 얻어맞고서야 신태용 감독은 정신을 차렸다. 수비 자세로 전환조차 힘들어 하는 이청용만 희생양이 된 꼴이다. 전반 28분부터 선수 3명 조기교체를 통해 포백 수비라인으로 돌아서고야 그나마 안정을 찾을 수 있었다. 중원을 중시한 러시아와 달리 짧고 빠른 패스워크로 측면부터 공략하는 모로코의 공세에 무너지자 한국 선수들은 허둥대기 바빴다.

이런 무기력한 경기력에 대해 안정환 위원은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은 짚고 넘어가야 한다"라며 “한국보다 못하는 팀은 없다. 감독이나 선수 모두 알아야 한다”고 쓴소리도 마다하지 않았던 것이다.

풀백요원 윤석영의 부상까지 겹쳐 측면자원이 바닥난 상황에서 임기응변으로 대응한 것은 신태용 감독의 패착이다. 수비자원이 균질화되지 않은 상태라면 그동안 익숙했던 포백 수비라인을 가동하면서 부분적인 전술 실험으로 팀 칼러의 변화를 꾀하는 게 그나마 실리적이었을 것이다.

허나 신태용 감독은 슈틸리케 감독의 경질을 낳은 ‘무색무취’의 팀 칼러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강박증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 선수들의 전술 이해도는 고사하고 자원이 부족한 터에 변칙 투입된 윙백들에게 멀티 능력을 발휘해주길 기대하며 안이하게 스리백 카드를 꺼내들어 두 번 모두 낭패를 자초했다.

변화는 서두른다고 될 일이 아니다. 아무래도 유럽파들은 공격을 이끌어야 하는 자원들이 많은 만큼 수비보다는 공격전개의 다양성을 점검하는 차원에 방점을 두었더라면 상황은 달라졌을 수 있고 전력 점검 효과도 컸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호곤 체제의 기술위원회가 신태용 감독과 어떤 전략적인 교감을 나눴을지 궁금하다. 축구가 아무리 감독의 지략대결 싸움이 중요한 스포츠라고 하지만 선수들이 감독 전술대로 움직이지 못하면 별무소용이다. ‘졌지만 잘 싸웠다’는 위로와 격려가 아니라 ‘질 만큼 했다’는 냉소와 비난이 신태용 감독과 김호곤 기술위원장에게 쏟아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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