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지난해 9월 28일 시행돼 어느덧 1년을 맞은 ‘김영란 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은 시작 전부터 논쟁이 치열했다. 찬성 측은 김영란법 시행으로 부당한 청탁과 과도한 접대 관행이 사라지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농수축산물 소비 위축, 식품접객업·유통업 매출 감소 등 서민 경제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를 내비쳤다.
이런 기대와 우려 속에 시행했던 김영란법의 성적표는 과연 어떠할까? 당초 예상과는 다른 결과가 잇달아 나오면서 의아함을 자아내고 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이 11일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법인세를 신고한 법인들의 접대비는 10조8952억 원으로 지난 2015년(9조9685억원)보다 9.3% 늘어나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2008년 7조원을 돌파한 기업 접대비는 그 시점으로부터 꾸준히 늘어 2011년(8조3535억원)과 2013년(9조68억원) 등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김영란법을 시행했음에도 불구하고 기업 접대비를 전혀 줄지 않았다는 해석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이 중 전체 접대비 30%는 3조6195억 원을 쓴 수입금액 상위 1% 법인이 차지했다. 상위 10% 법인 접대비 사용까지 합치면 전체 금액의 60%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접대비 사용내역을 살펴보면 룸살롱과 단란주점, 극장식 식당, 카바레, 디스코클럽, 나이트클럽 등 법인카드 사용액은 줄어든 반면 ‘요정’의 법인카드 사용실적은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요정’이라 함은 국세청 업종 분류에 따르면 독립된 객실에서 주류와 안주를 제공하고 접객원이 고객의 유흥을 돕는 유흥음식점을 말한다.
김종민 의원은 “지난해 청탁금지법 시행 이전 이후 분기별 접대비 사용액을 비교해보더라도 김영란법 효과는 유흥업계를 제외하곤 없었다고 볼 수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 이후 농축산물이 크게 타격을 입은 것과 달리 요식업 등 서비스업계 침체는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풀이했다.
추석 선물세트 매출 또한 당초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 바 있다. 올 추석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10만 원 이상 축산·청과·수산류 선물세트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반면 5만원 미만 중저가 선물세트 물량 비중은 비슷한 수준으로 유지됐던 것으로 나타났다.
김영란법이 소비패턴에 별다른 변화를 주지 못했다는 방증으로 무리가 없어 보인다.
김영란법은 2012년 이 법을 처음 추진했던 김영란 국민권익위원장의 이름을 따서 만든 것이다. 김영란법은 ‘식사 3만원, 선물 5만원, 경조사 10만원’을 상한으로 제한하고 있다. 김영란법 시행이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 대다수는 이 법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여기는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 시행 1주기를 맞아 지난 9월 25일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김영란법에 대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현행대로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이 41.4%로 가장 높았고, 다음으로 ‘현행대로 유지하되, 국내산 농축산물에만 예외를 적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25.6%)과 ‘식사 10만원, 선물 10만원, 경조사 5만원 등으로 일제히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응답(25.3%)이 그 뒤를 이은 결과가 나타났다.
국민의 지지를 받고 있는 만큼 김영란법은 당분간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접대비 역대 최대라는 소식은 그 법의 실효성에 의문부호를 달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