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그때마다 그 중심엔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이 있었다. 새누리당 비박(비박근혜)계 집단탈당 사건, 바른정당 집단 탈당사건 등등….

하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사뭇 다르다. ‘자강파’ 유승민 의원과 함께 바른정당을 일군 김무성 의원의 ‘통합파’ 엑소더스(탈출)가 마치 초읽기에 들어간 듯하다. 특히 자유한국당이 유승민 의원 개인을 정밀 타격하며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것은 한국당과 바른정당 통합파 간의 물밑 거래가 상당히 무르익고 있다는 방증처럼 보인다.

자유한국당 강효상 대변인은 지난 11일 “대통령 병에 걸린 사람은 홍준표 대표가 아니라 유승민 의원”이라며 비판의 수위를 높인 뒤 “(유 의원이) 이대로 통합의 걸림돌이 되면 탄핵과 보수 분열의 원인 제공자라는 오명에서 벗어나지 못할 뿐 아니라 영원히 보수의 X맨으로 남는다는 점을 유념해야 할 것”이라며 공세를 이어갔다.

이처럼 자유한국당이 유승민 의원을 향해 화끈한 지원 사격을 가하는 동안 다른 한쪽에선 김영우, 황영철, 김용태, 이종구 등 바른정당 ‘통합파’ 의원들이 이날 자유한국당 이철우, 권성동 의원 등과 만나 ‘보수대통합 추진위원회’를 구성키로 결정했다.

김영우 의원은 “바른정당 지도부에게 정식으로 실무적인 대통합 추진단을 구성할 것을 안건으로 제안할 계획”이라며 본격 행동을 예고했고, 황영철 의원은 “이와 관련해 바른정당 입장을 분명하게 정리해 화답해야 할 때라고 보고 있다”며 바른정당 지도부를 압박했다.

정치권에선 이를 두고 통합파의 결심이 확고히 선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가 “바른정당 전당대회 전 형식에 구애되지 말고 보수대통합을 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시작하자”고 시동을 걸었고, 이철우 의원이 “한국당은 이번 주 금요일 최고위에서 통추위원 명단을 공식적으로 확정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자유한국당이 ‘통합’에 적극적으로 나선 점도 이러한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공교롭게도 바른정당 전당대회에 ‘통합파’ 출마는 없다. 현재 전대 출마를 선언한 이들은 유승민, 하태경 의원과 정문헌 사무총장 등 ‘자강파’로 분류되는 인물뿐이어서 분당 초읽기에 들어간 것 아니냐는 관측에 더 무게를 싣는다.

유승민 의원이 이번 사건에 중심에 있다는 점도 정치권의 이목을 잡는다. 앞서 보수정당이 갈라서게 된 사건마다 그 중심엔 유승민 의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새누리당은 유승민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을 놓고 친박계와 비박계가 첨예하고 대립했다. 친박계가 이를 강경하게 반대하자 결국 비박계는 집단 탈당을 실행에 옮겼다.

지난 대선 당시 바른정당 집단 탈당에도 유승민 의원이 있었다. 당시 바른정당 대선후보인 유승민 의원에게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선후보와 통합을 요구했던 이들은 유 후보가 이를 거부하자 이내 탈당을 감행했다.

이런 와중에 바른정당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를 열어 경선 일정 등 주요 내용을 의결하는 등 전대 준비를 착실히 이어가고 있다.

바른정당 전대가 ‘통합파’가 탈당한 가운데 ‘자강파’ 집안 잔치로 그칠 것이라는 관측이 점점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것은 이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