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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유네스코 탈퇴, '세계유산 등재' 일본 입김 세지나?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7.10.13 0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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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유엔 가족들과 다자외교의 상실이다.”

12일(현지시간) 미국과 이스라엘이 잇따라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 유네스코(UNESCO) 탈퇴를 선언한 데 대해 이리나 보코바 사무총장은 이같이 깊은 유감을 표했다.

그는 성명을 통해 "폭력적 극단주의에 대한 싸움에서 교육과 문화교류에 대한 투자가 절실히 요구되는 때에 미국이 이 문제를 주도하는 유네스코를 탈퇴하는 것은 매우 유감스럽다"면서 “그래도 유네스코의 임무는 끝나지 않았다. 21세기를 더욱 정당하고 평화롭고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다. 모든 나라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미국은 반(反)이스라엘 성향이라고 비난해온 유네스코에 재가입한 지 6년 만에 재탈퇴하기로 결정했다. 이날 미국의 유네스코 탈퇴에 이어 이스라엘도 유네스코를 탈퇴키로 결정, 의사를 유네스코에 공식 통보했다. 미 국무부는 "유네스코의 체납금 증가, 유네스코 조직의 근본적 개혁 필요성, 유네스코의 계속되는 반이스라엘 편견에 대한 미국의 우려를 반영한다"고 탈퇴 배경을 밝혔다.

유네스코가 지난해 이스라엘의 강한 반발 속에 동예루살렘에 있는 이슬람과 유대교 공동성지 관리 문제에서 팔레스타인의 손을 들어줬고, 올해도 지난 7월 요르단강 서안 헤브론 구시가지를 이스라엘이 아닌 팔레스타인 유산으로 등록한 데 대한 반발로 탈퇴 결정을 내린 것으로 분석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출범 이후 미국 정부는 유네스코 최대 후원국이라는 위세를 앞세워 여러 차례 유네스코 탈퇴 위협을 이어온 끝에 2018년 12월 31일 이후 옵서버 자격으로만 활동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미국은 1984년 정치적 편향성 등을 이유로 유네스코를 탈퇴했다가 2002년 10월 재가입했지만 2011년 유네스코가 팔레스타인을 회원국으로 받아들이자 유네스코에 내는 분담금에서 연간 8000만 달러 이상을 삭감했다. 미국이 유네스코에 진 분담금 채무는 5억 달러 이상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탈퇴한 것은 파리기후협약 등 각종 국제조약을 미국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재검토하고 파기하고 있는 트럼프의 ‘미국우선주의’와 맞물려 있기도 하지만 유네스크에서 ‘힘의 논리’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현실론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은 분담금 축소와 체납 등으로 유네스코를 재정적으로 압박해왔지만 세계평화에 방점을 둔 설립 취지에 맞춰 개방성을 지향하는 유네스코의 원칙주의를 넘어서기 힘들다고 판단한 셈이다.

특정 국가의 거부권을 인정하지 않는 유네스코에서는 어떤 나라든 총회에서 3분의 2 이상의 찬성표를 받으면 회원국이 될 수 있다. 이런 개방성 덕에 팔레스타인을 비롯해 남태평양의 작은 섬나라 니우에 등도 유엔 가입보다 먼저 유네스코 회원국이 될 수 있었다. 그래서 유네스코는 유엔을 넘어서는 지구촌 최다 195개 회원국 보유 국제기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에서는 미국처럼 분담금을 장기 체납하지 않는 한 총회에서 회원국들은 1국 1표의 공평한 투표권을 행사할 수 있다. 무소불위의 ‘거부권’이 보장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 같은 특권세력도 없다.

그러나 1년에 3억3350만 달러(3900억원)의 정규예산을 쓰는 유네스코에서 날로 가중되는 재정난은 회원국 분담금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국제기구의 한계를 여실히 보여준다.

일본이 미국의 탈퇴로 사실상 최대 분담금을 내는 위상을 앞세워 유네스코 유산 등재에서 입김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도 일각에 제기되고 있는 것도 이런 재정기여도 때문이다.

2015년 11월에 개최된 유네스코 제38차 총회 결정에 따른 2년 간의 분담금 배분율에서 일본은 9.6%로 미국(22%)에 이어 2위다. 3위 중국(7.9%)보다 높다. 한국은 2.0%로 77억원(352만 달러 + 271만 유로)로서 유네스코 회원국 중 13번째다.

이에 따라 한중일의 시각차가 미묘하게 갈리는 일제 강점기의 일본 문화유산 등재에 대한 일본의 보이지 않는 압박도 힘을 키워가고 있는 실정이다. 일본도 미국처럼 분담금 축소 카드를 줄곧 꺼내왔다.

지난해에는 한국의 치열한 외교전에도 불구하고 ‘조선인의 무덤’으로 불리는 일본 산업시설 군함도(하시마)가 일본 근대화의 유적지로 인정받아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일본은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 철강, 조선, 탄광’이라는 주제로 군함도뿐 아니라 조선인 5만 7900여 명이 강제 동원됐던 나가사키 조선소 등 7개 시설 등도 세계유산으로 인정받았다.

반대로 일본은 한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 세계유산 등재 추진에 강력 반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강제동원 피해를 본 한국 중국 등 8개국 14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추진하는데 대해 일본이 분담금 감축을 전가의 보도로 들고 나오며 압박하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세계유산,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으로 나뉘는 총 1073개의 유네스코 유산 등재 현황을 보면 지난해말 기준으로 한중일 3개국 중에서 한국이 44개로 중국(93개)에는 절반 수준이지만 일본(47개)에는 크게 뒤지지 않는다.

세계유산에서 한국은 12개로 중국(52개), 일본(21개)보다 훨씬 적다. 인류무형유산에서는 한국이 19개로 중국(31개), 일본(21개)로 격차는 크지 않다. 오히려 세계기록유산에서는 한국이 13개로 중국(10개), 일본(5개)보다 훨씬 많다. 유네스코 회원국의 3대 유산 등재 평균치는 세계유산 6.3개, 세계기록유산 3.2개, 인류무형유산 3.0개로 집계돼 있다.

일본은 2015년 ‘난징대학살’ 기록이 세계기록유산에 등재되자 정치적 편향성을 이유로 심사 투명성을 확보할 수 있는 제도개선을 요구해오는 등 유네스코에 대한 압박을 이어오고 있다.
시민사회단체들의 연대 추진이지만 한국과 중국이 주도해 추진하는 일본군 위안부 기록물이 유네스코 유산으로 지정될 수 있을까. 미국 유네스코 탈퇴 속에 입지가 강화된 일본의 저지 움직임이 높아지는 형국에서 한중일 유네스코 외교 삼국지는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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