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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임자 만났다? 뿔난 이영훈 판사에 '태도불량' 혼쭐

  • Editor. 김민성 기자
  • 입력 2017.10.13 1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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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한 번만 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

재판장의 일갈에 법정이 일순 싸늘해졌고 피고의 얼굴은 일그러졌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제대로 임자 만난 듯하다. 지난해 검찰에서의 ‘황제수사’ 논란에 이어 검찰에 출석하면서 레이저 빔으로 기자를 노려본 행태도 파문을 낳았던 우병우 전 수석. 지난해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국회 청문회에서는 잠적 끝에 증인으로 나와 시종 의원들의 질문에 ‘모르쇠’ 답변으로 일관하며 불만을 숨기지 않는 표정까지 지어 국조 위원들로부터 핀잔과 질책을 들어야 했다.

두 번의 영장심사에도 구속을 면한 채 재판을 받아왔던 그가 자신의 태도 불량에는 단단히 뿔난 재판장으로부터 질타와 함께 엄중 경고를 받고 고개를 숙여야 했다.

13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부장판사 이영훈)는 우병우 전 수석의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 16차 공판을 진행했다. 신영선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이 증인으로 나와 2014년 4월 시행된 영화 산업 분야 실태조사 이후 우병우 전 수석이 영화 '변호인' 등을 제작한 CJ 그룹에 대해 불이익 처분을 지시한 정황에 대해 진술하는 과정에서 보인 우병우 전 수석의 행동이 문제로 지적받은 것이다.

뉴시스에 따르면 신 부위원장은 "우 전 수석이 당시 왜 CJ는 고발하지 않느냐고 물어봐 '위반 사항이 가벼워 과징금 부과도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해 줬다"라고 말했다. 이에 검찰이 "우 전 수석이 CJ는 공동정범으로 하면 되는데 왜 고발을 안 하느냐고 했는가"라고 묻자, 신 부위원장은 "네"라고 답했다. 또 "우 전 수석으로부터 '머리를 잘 쓰면 CJ를 엮을 수 있다'라는 말을 들었는가"라는 검찰 질문에 "그런 취지의 말을 들었다"라고 답변했다.

이렇게 증인신문이 진행되는 동안 우병우 전 수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허탈한 표정으로 미소를 짓곤했고, 변호인에게 무언가 귓속말을 건네기도 했다. 우 전 수석의 변호인도 증인의 진술에 고개를 가로젓기도 했다.

오후 들어 이영훈 부장판사는 작심한 듯 재판 도중 목소리를 높이며 우병우 전 수석을 질타했다. 이 부장판사는 "증인신문할 때 액션을 나타내지 말아 달라"며 "피고인은 특히 (주의하라)"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 부분은 분명히 경고한다"라며 "몇 번은 참았는데, 오전 재판에서도 그런 부분이 있었고 지금도 그러고 있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이영훈 판사는 "한 번만 더 그런 일이 있을 때는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라고 강조했다.

이영훈 판사의 호통에 일순간 법정은 고요해졌고, 우병우 전 수석의 얼굴도 벌겋게 달아올랐다. 경고를 받은 우병우 전 수석은 이내 자리를 고쳐 앉으면서 고개를 숙였다. 굳게 입을 다문 채 탁자에 놓인 서류에만 눈길을 잡아맨 그였다.

얼마나 태도가 불량했으면 재판장인 이영훈 판사가 인내도 한계가 있다는 듯 ‘한 번만 더 그러면’이라고 경고장을 날리는 지경까지 왔을까.

신성한 법정에서 법의 권위를 잘 받들어야 하는 사실을 누구보다도 잘 아는 검사 출신 피의자가 보인 행태에 대해 이 같은 엄중 경고가 나왔다는 것은 우병우 전 수석에게 질문을 던져야 했던 지난 겨울 청문회 국조위원들의 답답증과 분노를 소환한다.

지난해 12월 22일 국회 청문회에서 당시 김성태 위원장이 우병우 전 수석의 답변 태도에 대해 질책하고 있다. [사진출처=TV조선 보도화면]

지난해 12월 우병우 전 수석은 최순실 게이트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에 지각 출석했지만 답변 태도에 대해 질타를 받았다.

당시 우병우 전 수석이 국조 위원들의 질의에 반복해서 무성의하게 답하자 김성태 위원장이 그 태도에 대해 버럭 화를 냈다. "지금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부하 직원들과 회의하고 있냐? 똑바로 앉으라"며 핀잔을 줬다. 이에 우 전 수석은 자리를 고쳐 앉아야 했다.

하태경 의원이 답변을 제지하자 우병우 전 수석은 한숨을 쉬고 못마땅한 표정을 짓는 등 불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엷은 비웃음으로 보일 수 있는 표정도 카메라에 포착됐다.

김성태 위원장은 다시 "민정수석 자리도 아닌데 왜 그런 식으로 메모를 하며 질의에 답을 하냐"며 "본인에게 메모를 허용한 것은 원활한 답변을 위해 허용한 것이지 본인을 위한 것은 아니다"라고 나무랐다. 또 다시 "자세를 똑바로 앉고 의원들의 질의에 성의있게 답하라"고 주의를 줬고, 구부정한 자세로 질의를 받던 우 전 수석은 마지못해 의자를 당겨 앉았다.

김한정 의원은 "우 전 수석은 검찰 출신이라 범죄 피의자를 많이 다뤄보지 않았겠냐. 제가 검사고 우 전 수석이 피의자라면 한 방 쥐어박았을 것"이라고까지 따끔하게 충고하기도 했다.

그렇게 청문회에서 답변 태도에 대해 따끔한 지적을 받으면서도 ‘법꾸라지’라는 별명처럼 요리조리 질문 세례를 피해갔던 우병우 전 수석. 이번에는 재판장인 이영훈 판사의 인내심을 '시험'하다 된통 혼쭐이 났으니 다음 공판부터 어떻게 자세가 변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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