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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축구협회장 사과했지만…한국축구에 ‘실패학’은 있는가?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7.10.1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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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축구팬들의 성난 민심에 뒤늦게 정몽규 대한축구협회장이 나서 고개를 숙였다.

‘공한증’으로 한국축구를 두려워하기도 했던 중국(57위)에조차 사상 처음으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역전돼 이 랭킹에 따라 가려지는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조추첨에서 맨 아래 시드로 떨어진 한국축구(62위)는 강호들과 대진이 불가피해지면서 더욱 여론이 악화된 때다.

올해 A매치에서 단 1승밖에 거두지 못한 절대 위기에서 한국축구의 수장인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과는 때늦은 감이 있다.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서 처절한 실패로 국민들에게 철저하게 실망감을 안겨준 뒤 돌아온 한국축구 대표팀에 쏟아진 ‘엿세례’ 기억이 되살아나는 상황. 유럽원정에서 졸전 끝에 2연패를 당한 뒤 뒤늦게 귀국한 신태용 한국축구 대표팀 감독과 김호곤 대한축구협회 부회장 겸 기술위원장을 공항에서 맞은 ‘근조, 한국축구 사망했다’는 축구팬들의 현수막이 펼쳐진지 나흘 만에 정몽규 축구협회장이 사태 진화를 위해 전면에 나섰지만 공감을 이끌어낼 구체적인 비전 제시는 미흡했다.

정몽규 회장은 19일 축구회관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 대표팀의 부진한 경기와 더불어 협회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는 것에 대해 이유 여하를 막론하고 송구스럽다"고 밝혔지만 신태용 감독에 대한 신뢰를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정몽규 회장은 11월 평가전 상대를 콜롬비아와 세르비아를 확정했고, 외국인 코치를 선임하기 위해 협상을 진행 중이며, 기술위원회와는 별도로 국가대표팀 감독을 따로 선임하는 기구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정몽규 회장은 또 "최근 히딩크 논란과 관련해 상황이 악화된 것에 대해 무척 안타깝다. 초기 대응을 명확히 하지 못한 지적은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며 "그러나 본질을 덮을 수는 없다. 저와 대표팀이 다시 일어날 수 있도록 신태용 감독에게 변함없는 신뢰를 보낸다"고 강조했다.
축구협회 비리 문제와 관련해서는 "축구협회에 대해 세대 교체와 인사 혁신 등의 요구가 있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저도 원하는 바"라며 "젊고 유능한 인재들이 축구협회서 많이 일하기를 바란다. 빠른 시간 내에 임원진 개편 및 협회 조직개편을 실시하겠다. 대비책을 잘 마련하고 사법 결과가 나오면 합당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이렇듯 정몽규 회장의 사과는 대표팀 문제에서는 구체적인 방향을 제시하려고 애쓴 흔적은 보이지만 끼워넣기 식이고, 비리 척결에 대해서는 선언적인 의미에 그친 것으로 볼 수 있다. 기술위원장이 발표해야 할 성격의 두 경기 파트너 확정과 지난해부터 요구받았던 외국인 코치의 영입 추진이 사과 내용에 포함된 것은 '물타기'식이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기술위원회는 전력 향상에 집중하고 대표팀 선임 기구를 별도로 만들겠다는 구상은 방향성 제시로 일견 정몽규 회장의 의지로 비쳐지지만 추상적이다.

당장 슈틸리케 감독이나 신태용 감독 체제에서 기술위원회가 어떤 문제점을 드러냈는지, 축구팬들의 눈높이에 맞춘 설명과 자성이 빠져 있다. ‘히딩크 배제 논란’으로 불거졌던 김호곤 기술위원장과 축구협회의 안이한 현실인식, 그리고 부실한 위기관리에 대해서는 통렬한 반성이 나오지 않아 축구팬들은 정몽규 축구협회장의 사과에도 ‘알맹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축구행정에서도 세대교체와 인사혁신에 대한 요구의 목소리를 인정한다면서도 어떤 부분에서 잘못됐고, 어떤 지향점으로 축구협회 행정의 틀을 잡아나갈지는 제시하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는 축구팬들이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을 거치면서 무색무취의 경기력과 브라질 월드컵에 이은 축구협회의 안이한 사태인식이라면 이번에는 차라리 예선 탈락해 한국축구가 아예 새판을 짜서 새로운 전기를 마련하는 게 낫다는 취지로 목소리를 내왔던 사실을 제대로 알고 있을까.

또 월드클래스의 외국인 지도자에게 큰 돈 한 번 쓰지 못할 정도로 대표팀 전력강화 투자는 인색하면서도 축구협회 집행부의 방만한 경영에 대해서는 제대로 손을 쓰지 못한 것에 대해 쏟아지는 비판은 제대로 알고 있을까.

축구팬들은 늘 온갖 비난이 쏟아지고 여론이 악화된 뒤에야 마지못해 사태진화 차원에서 회장이 카메라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고개를 숙이는 데자뷔 관행에 너무도 식상해 있다.

처절하게 바닥까지 떨어진 뒤 철저하게 반성해 부활한 사례가 오버랩되는 때다. 프랑스축구는 1982, 1986년 월드컵에서 연속 4강에 올랐지만 1990, 1994년 월드컵 예선서 연속 탈락한 뒤 철저한 자성으로 1998년 자국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우승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었다. 유소년 육성과 기술분석, 그리고 다인종 자원의 통합 등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지향점을 확실히 잡아 과감한 투자를 통해 ‘아트사커’의 세계 지배라는 결실을 거둔 성공은 세계축구에서는 ‘실패학의 교과서’다.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에도 팬들이 한국축구를 암울하게 바라보는 것은 '사실상의 실패'라는 냉철한 인식에서 비롯된다. 본선 턱걸이에 가려진 실패의 민낯을 제대로 바라보는 것으로부터 새출발해야 하건만 축구협회의 상황 인식은 그렇지 못한 인상이다.

정몽규 축구협회장은 “국민 여러분의 관심 없이는 좋은 성적을 낼 수 없다”며 “이제는 대표팀에 힘을 실어주는 격려의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늘 그래왔듯이 말로만 국민들의 성원을 기대하는 축구협회 수장의 목소리가 던지는 울림은 크지 않아 보인다.

고비는 늘 있는 법이거늘 위기라는 알람이 울릴 때 축구협회는 공개적인 자성도 없었고 적절한 대안도 제시하지 못해 사태를 키워왔던 게 불신으로 쌓인 탓이다. 뒤늦게라도 대표팀 전력 강화를 지원하겠다고 했지만 어떤 예산 낭비를 어떻게 줄여서 투자하겠다는 비전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반복되는 축구협회 수장의 사과를 보면서 던지게 되는 질문 하나. 한국축구에는 과연 실패학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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