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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심병원 간호사들에게 노출 강요 충격, 실제 내용을 들어보면

  • Editor. 김규현 기자
  • 입력 2017.11.11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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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규현 기자] “옷이 덜 야하다느니… 어쩐다느니….”

인터넷 한 동영상 사이트에서 2014년 동탄 장기 자랑 팀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단체 여성 팀이 등장한다. ‘일송가족 장기자랑’이라는 행사에서 이들은 단체 군무를 선보인다. 황금색 민소매 티에 짧은 반바지 옷차림으로 걸 그룹 음악에 맞춰 춤을 추기 시작한다. 이어 빨간색 짧은 치마와 상체가 잔뜩 파인 민소매 차림으로 환복해가며 7분여간 무대가 이어진다.

10일 한 매체는 한림 성심병원을 비롯한 5개 병원 행사인 ‘일송행사’ 준비 과정에서 심각한 여성·인권 침해가 있었다고 보도했다. 간호사 관련 사이트에 이런 일이 꾸준히 있었다는 고발이 올라오며 세상에 알려졌다. 앞서 언급한 영상은 2014년 일송재단 행사영상이다.

10일 간호사, 간호학과 페이스북 대나무숲에는 성심병원 간호사들이 성적 수치심을 주는 의상을 입고 장기자랑에 나갈 것을 강요당한다는 내용에 고발 글이 올라왔다. 매년 체육대회가 이뤄지고, 야한 옷 입으라고 시키고, 13시간 나이트 근무해도 4만2천원밖에 주지 않는다는 내용이 담겨 충격을 주고 있다. [사진출처=간호학과,간호사 대나무숲 페이지 캡처]

성심병원이 포함된 일송재단은 1982년 초대 이사장 윤덕선이 설립하고 운영한 학교법인이다. 현재 6개 종합병원을 운영 중이다.

일송가족 장기자랑은 일송재단에 소속된 병원들 직원이 참가해 꾸며진다. 이 과정 중 참여 방식이 강제적이고, 그 내용 중 선정성이 강요된 경우가 있어 논란이 불거졌다.

장기자랑에 참여한 간호사 중 일부가 개인 SNS에 해당 내용을 알리면서 파장을 낳았다.

“키는 얼마에 체중을 얼마 이하 이따위로 간호사들 강제동원해서 (춤 연습)시킴”,

“쉬는 날도 따로 안 주고 춤 연습시키고, 오버타임 돈도 안 주고…”,

“간호부장이 제일 잘못됐다. 돈 따오라고 옷 야하게 입으라고 시키고”.

그 내용은 다소 충격적으로 다가온다.

이런 내용이 알려지자 성심병원 측은 즉시 해명에 나섰다.

성심병원은 강제성이 없다고 말했지만 해당 매체가 입수한 내부 문건에는 6개 병원마다 나뉜 참가율, 배차현황 등 철저한 명단 관리가 이뤄졌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관련된 간호사들이 더 많을 것으로 예상돼 사태는 더 커질 전망이다.

실제 재단·병원 강압에 의한 장기자랑 혹은 성희롱에 가까운 옷차림 강요는 수없이 이뤄져 왔다. 2012년에는 서울대 병원에서도 간호사 장기자랑 논란이 발생했다. OR(Operating Room)파티란 이름의 서울대병원 수술장 송년회에서 사건은 벌어졌다. 행사 중 장기자랑 시간에 한 교수는 참가자들에게 “옷을 하나씩 벗었으면 1등 할 수 있었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아 탈락했다. 개그도 재밌지만 선정적인 옷을 입고 춤춘 팀이 1등”이라고 말해 파문을 낳았다.

당시 병원관계자는 발언 내용이 알려지자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으나 송년회 참가자들은 교수 발언에 무척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서울대 장기자랑 사건이 불거지자 익명의 현직 간호사도 관련 내용을 고발했다. 자신이 대학 병원 간호사라 밝힌 이는 “서울대병원만 문제가 아니다. 모든 간호사는 최소한 한 번씩은 장기자랑 경험을 한다”면서 “3교대 근무에 휴식 시간도 없이 춤 연습을 해야 하고, 선배 간호사들은 상금을 타오기 위해 옷차림을 야하게 꾸미라고 타박하기도 한다. 연습을 하며 모든 간호사가 이러려고 간호사가 됐나 회의감을 느낀다. 문제의식을 느끼는 사람이 적다”고 말했다.

해당 사항을 노동조합에 고발했지만 대부분이 문제 삼는 것을 이해하지 못했다. 다행히 몇몇 간부가 이를 도와 대자보를 부착하는 데 도움을 줘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치 않도록 노력하겠다”는 병원 측의 약속을 받아내기도 했다.

뒤늦게 성심병원 사건이 세상에 알려졌지만 현재도 관련 문제가 개선됐다거나 하는 후속 보고는 전혀 없는 상황이다. 각 병원 노동조합뿐만 아니라 의료노조, 공공노조, 의료연대가 함께 연대해 실태 파악이 시급한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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