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기자님, 나 너무 억울합니다. 어떻게 해야 합니까?”
서울 강서구에서 한의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의학 박사 조영은(54) 원장은 인터뷰 도중 중간 중간 말을 하다가 취재진에게 답답하다는 듯 이렇게 물었다. 결국 신용카드 도둑 결제 사건의 피해자인 조영은 원장은 언론에 얼굴과 실명을 과감히 공개키로 했다. 이런 황당한 일이 또 발생해 자신과 같은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는 생각 때문이다.
업다운뉴스 취재진이 6일 오후 한의원을 찾아가자 조영은 원장은 그동안 정리해온 여러 문서파일을 꺼내 놓았다. 그 파일에는 그동안 조 원장이 팔을 걷어붙이고 접촉했던 카드사, 경찰서,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문서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었다. 또 조 원장은 취재진에게 수첩을 펴 날짜별로 기록한 내용을 보여줬다. 수첩에는 날짜별로 연락한 시간과 통화내용, 담당자이름까지 세세하게 적혀 있었다. 사건이 발생한 지난 3월부터 지난달 카드 대금을 입금할 때까지 8개월 이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얼마나 동분서주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다음은 조영은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이다.
- 제보를 하게 된 배경은?
■ 너무 황당한 사건이라 법적 소송을 준비해야 하나 고민을 하던 차에 어제(5일) 기사를 보고 나와 유사한 상황이라 제보하게 됐다. 기사에서 ‘빠른 신고로 다행히 금액이 지불되는 것은 막을 수 있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나는 왜 이 금액을 지불한 것인지 너무 억울했다. 그리고 이런 일이 또다시 발생해 또 다른 피해자가 나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
- 시종일관 카드사 입장은 변함이 없었는지?
■ 카드사는 내가 관리를 잘 못했다며 당초 카드대금을 결제일인 3월 15일에 출금하겠다고 했다. 카드사가 이미 교통카드 충전과 모바일상품권 대금을 지불했으니 내 계좌에서 그 금액을 출금하겠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중재로 경찰 조사가 완료될 때까지 미뤄졌지만 기소중지 의견이 나와 카드사는 내게 당시 결제대금 220여만 원을 가져가겠다고 통보해왔다. 지금 안 내면 연체이자가 더 붙는다고 했다. 내가 동의할 수 없다고 했더니 계속 결제 안하면 신용불량자가 될 수 있다며 협박성 발언을 해 상당히 불쾌했다. 결국 어찌할 도리가 있나? 내가 약자인데…. 이렇게 버티다가는 신용불량자가 되는 거 아닌가.
- 원금과 연체이자를 모두 낸 것인지?
■ 카드사는 원금과 연체이자 모두 청구했다. 카드사 본사 직원과 직접 통화해 경찰 수사 기간 중에는 연체이자를 물지 않기로 했다. 수사가 끝나고 10월 달 전화가 와 연체이자와 원금을 재청구해 오는 바람에 다시 본사 직원에게 연락해 이자는 안 내기로 한 것을 재차 확인받았다. 결국 카드사가 원금을 계좌에서 빼갔고 그 이후에 이렇다 할 얘기는 없었다.
- 온라인 구매 사이트와 카드 결제대행사에도 연락을 취했나?
■ 정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봤다. 온라인 구매 사이트는 본인들은 이미 금액을 지급했고, 본인들과 관련이 없다는 식으로 어떠한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 카드주인인 내가 카드사에 지불중지를 요청했으면 온라인 구매 사이트에 연락해 내가 산 것이 아니라며 카드 대금을 중지시키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것 아닌가? 결제대행사는 연락을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제대로 닿지가 않았다. 접근 할 수가 없었다.
- 경찰 수사 과정은?
■ 서울 강서구 경찰서에 신고했고, 사이버팀에서 이 사건을 담당했다. 수사는 3개월 정도 됐는데 범인을 못 잡아 기소중지 의견으로 서울남부지방검찰청에 송치했다. 당시 경찰 관계자는 내가 경찰 수사가 기소 중지돼 카드 대금을 지불하게 됐다고 밝히자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혹시 카드 분실 등 관리에 소홀한 적은 없는지?
■ 카드를 누구에게 빌려준 적도, 당연히 잃어버린 적도 전혀 없다. 카드 정보를 공유한 적도 마찬가지다. 당시 카드 결제가 이뤄진 시간도 새벽 2시다. 너무나 놀란 나머지 내 카드를 찾았는데 당연히 지갑 속에 잘 있었다.
조영은 원장이 분통을 터뜨리는 대목은 바로 이 지점이다. 국민들에게 카드를 사용하라고 열심히 독려하면서 그 카드로 인해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하게 되면 개인의 관리 소홀로 모든 책임을 떠넘기고 ‘나 몰라라’ 뒷짐을 지고 있는 카드 업계와 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