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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 찾은 이국종 교수 권역외상센터 개선 ‘피눈물’ 호소, 그에 대한 화답은?

  • Editor. 김규현 기자
  • 입력 2017.12.07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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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규현 기자] 아덴만 여명작전 석해균 선장, JSA 북한군 귀순 병사 등 사회적 이슈가 된 응급환자의 생명을 살려낸 이국종 교수가 국회를 찾아 국내 권역외상센터 체계 개선을 호소했다.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인 이국종 외상외과 교수는 국내에서 가장 유명한 의사 중 한 명이다. 이 교수가 유명한 것은 단순히 실력이 뛰어나서만이 아니다. 국내 응급의료체계에 절실한 목소리를 대변하는 의사로 주목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국종 교수는 7일 나경원 자유한국당 의원 주최로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포용과 도전’ 조찬세미나에서 ‘권역외상센터의 역할’을 주제로 강연하면서 다시 한 번 국내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대한 목소리를 쏟아냈다.

이국종 교수는 “제가 부담스러울 것이다. 의료계나 공직 사회가 ‘이국종 없으면 조용할 텐데, 밤에 헬기 안 띄워도 될 텐데’라고 하시는데 저는 그렇게 배우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어떤 이유에서든 수술한 환자가 병원에 1시간 이상 걸려 수술방에 들어간다는 건 중동보다 (의료 시스템이) 못하다는 것”이라며 “다치면 30분 안에 수술방으로 가는 나라에서 살기 위해 북한 병사도 귀순한 것 아니겠느냐. 정작 그 친구가 노동하다 다쳤는데 몇 시간씩 걸리면 어떡하겠느냐”고 꼬집었다.

세간에 대한 인식도 털어놓았다.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 같은 ‘지잡대’ 병원에서 쇼를 한다고 의료계에서 뒷이야기가 아주 심했다. 그런데 이 상태가 별거 아닌 걸로 보이냐”고 의원들에게 되물었다. 덧붙여 “여기저기서 이야기로 사람을 흔들어 놔서 너무너무 시달렸다. 이런 돌이 자꾸 날아오면 지방 일개 병원은 죽는다”고 하소연했다.

이국종 교수는 마지막으로 국회 새해 예산안 심사에서 권역외상센터 관련 예상이 53%가량 증액된 것에 대한 생각도 털어놓았다. 이 교수는 “정치권과 언론에서 예산을 만들어줘 감사하다. 하지만 예산이 저 같은 말단 노동자들에게는 안 내려 온다”며 “돈도 안 되는 외상센터는 만들어놓고 환자가 없으니 (병원에선) 일반 환자 진료를 시킨다”고 말했다. 이어 “국민들께 참담한 마음으로 죄송하다. (청와대 국민) 청원해 예산이 늘면 환경을 개선할 수 있겠느냐는 데 현실은 그렇지 않아 ‘피눈물’이 난다”고 호소했다.

이국종 교수는 지금 당장이야 예산이 증가해 눈으로 보이는 지원은 늘어날지언정, 시스템 자체가 개선되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고 주장해왔다. 정부는 이런 이 교수의 호소에 올해 권역외상센터 지원 예산을 당초 400억원(정부안)에서 601억원으로 증액했다. 응급이송체계 개선을 위한 응급의료 전용헬기 확충 예산도 143억원에서 154억원으로 늘었다.

하지만 이국종 교수의 지적처럼 예산 증액과 무관하게 현실은 무척이나 암담한 실정이다. 전국 수련병원 2018년도 인턴·레지던트 1년차 등의 전공의 모집이 지난달 29일 마감됐다. 전공의 모집에서 상당수 수련병원의 외과계열은 지원 미달 사태를 빚었고, 이국종 교수가 있는 아주대 외과 지원자는 0명이었다.

아주대 외과는 올해 레지던트 1년차 4명을 모집했지만 단 한 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해에도 5명을 모집했지만 역시 지원자는 없었다. 아주대 외과에는 2년차 4명과 4년차 4명만 있고, 1, 3년차 전공의가 없다. 추가모집에서도 지원자가 없다면 내년에는 3년차 전공의 4명만이 근무하게 된다.

이국종 교수와 아주대병원의 대외적 명성과 달리 실제로는 수련의들의 지원이 절대 부족한 실정인 것이다. 이 교수는 최근 불거진 전공의 폭행 사건과 관련해 “때릴 전공의가 있어야 때리지...”라고 자조하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국내에서 외과 분야가 점점 외면 받는 것은 희망이 없기 때문이라고 지적하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의료 사고 위험은 높은 반면 수술 의료행위에 대한 수가가 낮고, 전공의 수련 과정이 다른 과에 비해 힘들다고 보기 때문이다. 개원도 힘들지만, 취직도 어렵기에 다른 전공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국종 교수의 헌신적인 노력에 정부는 직접적인 제도 개선에 나선다는 입장이지만, 당장에 응급의료 인력 수급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공산이 있다. 이는 의료인 부족이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상황이다.

이국종 교수는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를 통해 현 상황을 개선할 수 있다면 얼마든지 자신을 이용해도 좋다는 취지를 강조해 왔다. 하지만 일각에서 나오는 ‘정치권 영입설’에 대해서는 “그런 건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라며 매번 확실하게 선을 그어왔다.

권역외상센터는 중증 환자들에게는 최후의 보루와 다름없다. 의료산업 최전방에 근무할 의사가 수술방을 지키지 못한다면 응급의료 체계가 무너질 것은 두말 할 것도 없다. 여의도를 찾은 이국종 교수의 호소가 정치권과 정부에 얼마나 큰 울림을 주었을까, 장기적으로 의료진 확보와 시스템 개선, 지속적인 관심만이 그 물음에 대한 화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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