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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현 발인] 우울증 자살 이대론 안 된다① 종현 사망 누구의 책임인가?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7.12.21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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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샤이니 종현(27)의 갑작스런 죽음은 우리 사회에 큰 파장을 낳았다. 종현이 성공한 ‘아이돌 그룹’의 무척 능력 있는 메인 보컬이었다는 점에서 대중의 충격은 자못 컸다. 아울러 대한민국 아이돌 그룹의 짙은 그림자는 물론 우울증 질환에 대한 무서움 그리고 우울증 자살에 대한 예방과 대처라는 기본 메커니즘에 대한 허점 등 많은 문제를 노출하기도 했다. 업다운뉴스는 21일 종현 발인을 계기로 그 죽음이 헛되지 않기 위해 그가 대한민국 사회에 남긴 무거운 숙제와 과제는 무엇인지 시리즈로 점검해 본다. <편집자 주>

“난 속에서부터 고장 났다. 천천히 나를 갉아먹던 우울은 결국 날 집어삼켰고 난 그걸 이길 수 없었다.”

종현 발인 날인 21일 아직도 유서에서 그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는 많은 이들의 가슴을 시리게 한다. 종현이 고백했던 우울증. 하지만 그는 최선을 다했지만 이길 수 없었고, 결국 극단적인 선택으로 우리 곁을 떠나 대중들의 진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과거에만 해도 ‘자살’은 개인의 ‘극단적 선택’으로 받아들여졌다. 1968년 세계보건기구가 자살을 ‘죽음에 대한 의지를 지니고 자신의 생명을 해쳐 죽음이라는 결과에 이르는 자멸행위’로 정의했다. 한 개인으로서 선택을 강조할 뿐 ‘사회적 문제’라는 인식은 없었다.

하지만 19세기 말 프랑스 사회학자 에밀 뒤르켕이 ‘자살론’에서 자살을 ‘표면적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드문 일탈행위’라고 규정해 사회문제로 확장시켰다. 프랑스 극작가 앙토넹 아르토 또한 세상에서 알아주지 못하고 무척이나 가난하고 비참하게 생을 마감한 빈센트 반 고흐의 죽음을 ‘사회적 타살’로 표현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나라에서 자살이 심각한 사회 문제라는 점은 통계자료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달 발간한 ‘2017 한눈에 보는 보건(Health at a Glance)’에서 우리나라 자살률은 2013년 기준 인구 10만 명 당 28.7명으로 2위를 차지했다. OECD 35개국 평균이 12.1명인 것을 감안하면 무려 2.4배 수준에 이르는 높은 수치다. 또한 2014년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자살로 인한 사회적 비용은 6조5000억 원 규모로 추정된다. 이 중 20∼40대 손실 비용이 80%인 5조2000억 원에 달했다.

하지만 종현 죽음은 자살을 우리가 사회적 문제로 받아들여도 그 선택을 하기까지 과정에서 메커니즘이 작동하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가 없다는 불편한 진실을 알게 했다.

우울증으로 자살 징후가 보이는 이가 주변에 있다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상의 방안은 전문의 등 전문가의 도움을 청하라는 것이 기본 매뉴얼이었다. 하지만 종현 유서에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최후 보루마저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는 고백이 담겨 있어 충격을 던져 준다.

“너무 잘 알고 있다. 난 나 때문에 아프다. 전부 다 내 탓이고 내가 못나서야. 선생님 이말이 듣고 싶었나요? 아뇨. 난 잘못한 게 없어요. 조근한 목소리로 내 성격을 탓할 때 의사 참 쉽다 생각했다.”

종현 유서에 담긴 이 말은 전문적인 치료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는 가슴 아픈 토로처럼 다가와 안타까움을 더한다.

종현 유서가 공개되면서 정신의학과 전문의들 사이에서도 자기반성 또 자기 성찰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19일 트위터에 “누고(누구냐), 그 주치의를 제 동료로 인정할 수 없다”며 “‘운동해라’, ‘햇볕 쬐라’ 같은 최악의 트라우마”라며 다소 무모하면서도(?) 용기 있는 비판의 글을 올렸다. 동업자를 비판하는 것은 업계에서 집단 따돌림을 당할 수 있으므로 매우 무모한 일인 동시에 또 한편으론 용기가 없이 할 수 없는 일이다.

김현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이어 “이런 때는 또 학회 차원의 공식 입장을 발표하지 않는다”고 덧붙인 뒤 “다시 읽어도 너무 화가 난다. (유서)총 분량의 3분의 2가 담당 의사를 향한 분노가 가득하다”며 씁쓸함을 감추지 못했다.

최성환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21일 의료전문 매체인 하이닥 기고를 통해 “그는 명백한 유서를 지인에게 전달한 후 조차 애써 웃음 지으며 공연을 마쳤고, 그로부터 8일 뒤에 생을 마쳤다. 누가 막을 수 있었을까”고 반문하며 “만약 그가 나를 만났으면 나는 어떤 답을, 어떤 해결책을 주었을까? 막막할 뿐이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그는 “11일 전에 받은 유서를 늦게 전달한 친구? 당분간만이라도 쉬라고 강요하지 못한 부모님과 가족? 지친 것을 알면서도 계속 일을 시킨 소속사? 아니면 의사의 잘못일까? 입원 치료를 시킬 것을 가족에게 경고하지 않았다면 그것도 문제이다. 하지만 의사의 이런 권고가 통할 수 있는 사회일까?”라며 치열한 경쟁 사회인 대한민국의 팍팍한 현주소를 꼬집었다.

정신의학과 전문의들의 자조 섞인 외침은 종현처럼 우울증으로 병원을 찾는 이들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대한민국 현실을 놓고 보면 더 절박하게 다가온다. 누구의 책임을 탓할 것이 아니라 우울증 질환에 대한 공론화 과정이 절실한 이유는 여기에 있다.

“자살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에 공동책임이 있다. ‘제발 죽지 말아달라’는 설득은 통하지 않는다. 죽고 싶지 않고, 살고 싶은 세상이어야 한다.”

최성환 정신의학과 전문의의 말이다.

‘이만하면 잘했다고. 고생했다고 해줘. 웃지는 못하더라도 탓하며 보내진 말아줘’라며 우리에게 마지막 인사를 하는 종현이 하늘나라에서라도 밝게 미소 짓게 하려면 제2, 제3의 종현이 나오지 않도록 우리 모두가 우울증 자살에 대한 공론화 과정에 나서야 하지 않을까? 우리 주변에는 ‘속에서 고장난’ 이가 한 둘이 아니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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