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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파고와 ‘신의한수’ 나눴던 이세돌, 커제에게 한집반 승리…승부 가른 수는?

  • Editor. 김규현 기자
  • 입력 2018.01.13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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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규현 기자] “이번에는 커제 9단이 양보해주지 않았나한다.”

13일 제주 해비치호텔 그랜드볼룸에서 열린 ‘2018 해배치 이세돌 vs 커제 바둑대국’에서 이세돌 9단(세계랭킹 5위·흑)은 커제 9단(세계랭킹 2위·백)을 상대로 1집 반 승리했다.

각자 제한시간 40분에 초읽기 1분을 룰로 한 단판승부로 이세돌과 커제는 라이벌다운 팽팽한 승부를 펼쳤다. 두 사람은 대국 내내 일진일퇴를 거듭한 끝에 마지막 실수를 포착해낸 이세돌이 승리를 거머쥐었다. 커제는 경기 후 한국과 중국의 덤(흑돌이 먼저 둬 유리한 것에 패널티를 주는 것) 계산법이 달라 잠깐 당황하기도 했다.

이날 이세돌 커제 대국은 99수까지 팽팽했다. 하지만 이세돌이 117수를 두면서 판세가 흐트러졌다. 이세돌은 돌을 놓은 직후 얼굴을 찌푸리며 실수였음을 보이기도 했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이세돌은 특유의 공격적 바둑으로 승부를 걸어 혼전으로 만들었다. 이세돌은 151수에서 승부를 걸었고 커제 9단도 흔들리기 시작했다. 승기를 잡은 흑에게 반전을 꾀하던 커제 9단은 후반 196수에서 실수를 저지르며 패배하기 까지 별다른 저항을 하지 못했고 이세돌이 승리를 차지했다.

이세돌은 대국 전 인터뷰에서 “커제 9단에게 많은 빚을 지고 있다. 이번에 빚을 갚을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었다. 두 사람의 전적은 3승 10패로 이세돌이 많이 뒤쳐져있었다. 중요한 고비마다 패배한 경우도 많아 이세돌의 아쉬움은 더 컸다. 이날 승부로 두 사람의 전적은 4승 10패가 됐다. 이세돌은 상금 3000만원과 현대차 소형 SUV를, 커제는 상금 1000만원을 획득했다.

이세돌과 커제는 바둑 인공지능(AI) 프로그램 알파고와 공식적으로 대국했던 최후의 두 명이기도 하다.먼저 이세돌은 2016년 알파고와 승부를 펼쳐 1대 4 패배를 당한 경험이 있다. 다만 이세돌은 알파고와 4국에서 ‘신의한수’라고 칭해진 78수를 두며 전 세계의 찬사를 받기도 했다.

커제는 당시 이세돌와 알파고의 승부에 대해 “이세돌 9단이 100% 알파고에게 이길 것이다”라고 말해 라이벌에 대한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세돌이 끝내 대결에서 패하자 자신의 생각이 틀렸음을 순순히 인정하고 알파고에게 존경심을 표하기도 했다.

당시 커제는 세계랭킹 1위에 등극해 중국의 구리 9단을 넘어 차세대 바둑 황제에 오른 상황이었다. 커제는 이세돌 알파고 승부에 자극을 받아 자신도 알파고와 승부하기를 원했다.

결국 커제는 지난해 5월 이세돌과 승부했던 알파고보다 진화된 알파고 2.0과 대결하게 됐다. 당시 알파고 딥마인드 개발팀은 알파고 2.0의 실력에 대해 “최상급 프로 바둑기사에게 2점 바둑을 둬도 될 정도”라고 자신하기도 했다. 2점을 준다는 것은 알파고가 9단이라면 바둑기사는 7단으로 본다는 것이다. 물론 점을 깔아주는 것이 급수 차이를 반드시 대변하는 것은 아니다.

커제는 3국 개인전을 펼쳐 0대 3 완패로 마무리하며 끝내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당시 중국 프로기사들도 해설 도중 커제의 승률을 10% 정도로 볼 정도로 차이는 현격했다. 승부 이후 커제는 알파고 2.0에 대해 “완벽하다. 뒤의 수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탄탄하다”고 평하기도 했다.

커제와의 대결 이후 알파고는 바둑계에서 완전히 은퇴했다. 결국 알파고에게 최후의 승리를 차지한 것은 이세돌이 마지막이었으며 커제는 최후에 패배한 기사로 남게 됐다. 이런 인연으로 두 사람은 알파고와 승부 이후에도 관련된 이벤트나 대회에 엮이며 많은 스토리를 만들어왔다.

다만 바둑기사로서는 전성기에서 내려온 이세돌은 커제보다 떨어지는 실력차도 인정하며 이날 승리 인터뷰에서도 “이번에는 커제 9단이 (승리를) 양보해주지 않았나한다”며 겸손한 자세를 보였다.

이세돌·커제·알파고 이후 바둑계는 지금까지 쌓아왔던 것을 모두 버리고 새로운 자세로 변화해가고 있다. 두 사람의 승부를 넘어 바둑계가 어떻게 변화할지 많은 이들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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