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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의 겉과 속]① 발가락 절단 수술 받고 50여일 만에 사망, 서민 울리는 의료 과실 사고의 이면

[업다운뉴스 엄정효 이상래 김규현 기자]

- 신생아 4명 시트로박터 프룬디균(Citrobacter freundii) 감염으로 인한 패혈증 사망

- 주치의 등 의료진 5명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입건 수사 방침

지난해 12월 17일 세상에 알려져 전 국민을 슬픔과 분노로 들끓게 만들었던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에 대해 경찰이 12일 밝힌 사망 원인과 향후 조치 내용이다.

아직 채 피어보지도 못한 네 명의 새 생명이 숨진 이 사건은 세상을 경악케 했고 병원 측과 질병관리본부가 진상조사에 나서 신생아 네 명에 대한 부검과 함께 이대목동병원 의사 및 간호사, 약사에 대한 조사로 그 전모가 드러나고 있다.

A대학병원에서 의료분쟁조정위원회에서 제출한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왼쪽)와 유가족 측이 제출한 의무기록 사본 증명서(오른쪽). 두 기록서는 날짜 때문에 매수에 차이가 있으나 내용이 다른 부분이 있었다 보건복지부 조사결과 병원 측의 경과기록지 수정 및 삭제가 드러났다.
 

이대 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채 한 달도 안 돼 속속 드러나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내심 상대적 박탈감을 표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다름 아닌 의료사고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유족들이다. 신생아 사망사건의 경우 전 국민의 비상한 관심 속에 조속한 조사가 이뤄진 것에 비해 이와 비슷한 의료사고는 해마다 늘고 있지만 대중의 관심을 받지 못한 채 제대로 조사가 이뤄지지 않아 유족의 속을 검게 태우고 있기 일쑤다.

실제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성일종 의원은 최근 5년간 의료분쟁은 모두 9183건이 접수됐으나 4232건만 조정이 개시돼 국내 의료기관의 ‘의료분쟁 조정’ 참여율이 절반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각에서는 환자가 사망하거나 1개월 이상의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이 아닌 이상, 의료사고를 당하더라도 의료기관이 반대할 경우 의료분쟁 조정이 자동 개시가 되지 않는 현행법의 허점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설령 의료분쟁 조정이 개시된다고 하더라도 가야할 길은 실로 어렵고 험난하기 짝이 없다. 이해 당사자인 병원 측은 물론 의료분쟁 조정위원회에서 병원 과실을 인정받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닌 까닭이다.

의료사고 피해 유가족들이 직접 발로 뛰며 A 대학병원의 과실을 일부나마 인정받은 사실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힘겨운 과정을 보면 이렇다.

지난해 2월 24일 고(故) 황계균 씨(女 90)는 사망했다. 한 달 20여일 전 수도권에 위치한 A 대학 병원에서 당뇨로 인한 발가락 절단 수술을 받았으나 끝내 일어나지 못했다.

고인이 A 대학 병원을 찾은 것은 2016년 12월 27일이었다. 당뇨 합병증으로 썩어 들어가는 발가락 절단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 했다. 이후 2017년 1월 2일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 2주가 지난 무렵 고인은 갑작스럽게 의식불명 상태에 빠졌다.

고인의 아들 김선정 씨는 “어머니의 의식이 돌아오지 않자 의료사고를 의심했으나 워낙 고령이라 신체기능이 좋지 않다는 의료진 설명에 이를 믿고 기다렸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그러나 신장내과에서 신장이 파손돼 투석을 하지 않으면 사망할 것이라는 의사 소견이 돌아왔다. 그 후 유가족이 겪은 상황은 황당함 그 자체였다. 유가족 측은 “신장투석을 말한 지 10여일 후 주치의가 퇴원을 요구했다. 병원 원무과에서도 ‘환자상태는 알 바 없으니 퇴원하고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협박했다”고 주장했다.

병원 측의 퇴원요구가 이어지는 가운데 황계균 씨는 끝내 목숨을 잃었고 치료를 담당했던 신장내과와 정형외과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기만 했다. 유족들은 고인의 사인이라도 알려달라고 요구했으나 병원 측은 경찰을 부르며 유가족에게 나가줄 것을 압박했다.

결국 유가족은 A 대학병원이 아닌 인근 다른 병원에서 장례를 치러야 했다.

A대학병원에서 의료과실로 사망한 황계균 씨의 유가족은 경찰 측의 허가를 받고 A대학병원 앞에서 시위를 했으나 이 현수막을 병원 측에서 일방적으로 걷어버리는 등 방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가담한 병원 측 직원들을 현재 고소한 상태다.

유족 측의 요구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진상 조사에 나섰다. 3개월여 동안 조사를 진행한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병원 측의 과실은 없다고 결론 냈다.

그러나 유가족 측은 당시 A 대학 병원에서 받은 진료 기록보다 20여장이 추가된 병원 측의 중재원 제출 기록을 포착했고 재 감정을 강력 요구했다.

재 감정 결과 중재원은 병원 측의 처치 과정에 다소 미흡한 점이 있다며 의료과실을 일부 인정했다. 그러나 병원 측이 제출한 정형외과 경과기록지가 추가된 것에 대해서는 내과적이 아닌 정형 외과적 처치에는 부적절함이 없었다며 별다른 문제를 삼지 않았다.

유가족은 중재원의 재 감정 이후 병원 앞에서 경찰의 허가를 받은 합법적인 시위를 펼치며 사건을 알리기 위해 노력했으나 병원 측은 인력을 동원해 시위 현장에 있던 현수막을 걷어버리는 등 방해를 했다. 유족 측은 병원 측 보안 직원들을 고소한 상태다.

또 유가족은 지난해 10월 국회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 나와 억울함을 호소하며 이런 사례가 다시 발생하지 않기를 희망한다는 바람을 밝히기도 했다. 당시 국정감사에서 A 대학 병원은 사망사고 은폐를 위해 전자의무기록자는 절대 수정이나 추가 삽입을 할 수 없는 시스템을 불법으로 바꿔 변조한 행위가 밝혀져 충격을 전하기도 했다.

이어 보건복지부가 중재원 감사와 A 대학 병원 측 사고를 조사한 결과 지난해 2월 유족 측이 경과 기록지를 발급받은 후 수정 69건이 확인됐으며 경과 기록지 사본의 입력 일시와 실제 전산입력일시의 비교결과 총 경과 기록지 101건 중 일치는 20건, 불일치는 81건으로 나타났다. 또 경과 기록지 입력 시간 중 같은 시간대에 다른 IP에서 한 의사 ID로 로그인한 사실이 발견됐다. 유가족 측이 제출한 의사지시서에는 기록이 있으나 피 신청인이 제출한 의사지시서 상 4건의 기록이 삭제된 사실도 밝혀졌다.

유가족 측은 의무기록 위, 변조에 가담한 의사 11명에 대해 형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의료과실 사건에 대해 지난해 12월 12일 A 대학 병원 홍보실은 “정확한 사실을 확인 후 다음날까지 답변을 주겠다”고 했으나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태다.

천신만고 끝에 진실의 퍼즐 조각을 하나씩 맞춰가고 있는 이번 의료사고 또한 오랜 시간이 걸리기는 했으나 비교적 잘 해결된 축에 속한다. 의료사고를 아예 자각도 못하는 사례도 허다하거니와 의료사고인데도 시간·금액 등의 부담, 일반인들은 알 수 없는 의료 지식 및 도움 받을 곳의 부재 등으로 인해 이의제기조차 못하는 경우도 다수이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만들어진 기구가 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지만 사망이나 의식불명, 장애등급 1등급의 피해를 입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기관 동의가 있어야 조사를 의뢰할 수 있다는 제도적 맹점이 있다.

이대 목동병원 신생아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의료사고에 대한 의료계와 정부 당국의 보다 현실적이면서도 책임 있는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병 고치러 병원에 갔다가 의료 과실로 억울하게 죽는 일은 더 이상 없어야 하기 때문이다.

엄정효 기자  ujh7388@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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