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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전 대통령 첫 반격 회견, '정치보복 프레임' 승부수…9년 만에 돌고돌아 다시 끌어온 노무현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1.17 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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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주식회사 다스(DAS)와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와 관련된 의혹에 휩싸인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공식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해 정면 돌파를 선언해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불을 놓고 보수결집을 유도하려는 의도가 담겼다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일 서울 삼성동 사무실에서 연 기자회견에서 “검찰 수사는 모두 나를 목표로 한 것”이라고 규정하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목청을 돋웠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17대 대통령으로서 짧은 기간에 산업화와 민주화를 이뤄낸 대한민국의 자랑스런 역사를 지킨다는 심정으로 국정수행에 임했다”며 “최근 정치보복을 보며 대한민국 근간이 흔들려 참담함을 느낀다”고 주장했다. 또한 “적폐청산으로 진행되는 검찰 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위한 정치공작”이라며 “짜맞추기 수사로 나를 괴롭히지 말라”고 촉구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국민 모두가 모두 단합해서 평창 올림픽을 성공적으로 개최해 국격을 다시 한 번 높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며 회견을 마무리했다.

이날 기자회견은 이명박 전 대통령 퇴임 후 처음 마련된 자리다. 그동안 각종 의혹에 침묵을 지켜왔던 이명박 전 대통령이 공식적인 자리를 만들어 공식 입장을 표명한 것을 놓고 전날 이 전 대통령 최측근인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과 김진모 전 청와대 민정2비서관이 국가정보원 특수활동비 불법 수수 혐의로 함께 구속돼 위기감을 느낀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나온 이명박 전 대통령 발언은 지난해 11월 UAE 바레인 출국 때 밝힌 입장과 별반 다르지 않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지난 6개월 적폐청산이라는 명목으로 행해지는 것을 보면서 이것이 과연 개혁이냐, 감정풀이냐, 정치보복이냐 하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고 비판했다.

하지만 강도와 수위 면에서는 차이가 사뭇 다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본인을 겨냥한 기획된 ‘짜맞추기’ 수사라고 언급했고, 검찰 수사를 노무현 전 대통령 죽음에 대한 보복이라고 규정한 것이다.

보수 진영에서 문재인 정부의 적폐청산에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대며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맞선 것은 하루이틀이 아니다. 지난해 이명박 정부 국정원의 대선 개입 여부와 관련 수사가 진행되자 정진석 한국당 의원이 “부부싸움 끝에 권양숙 씨가 가출하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며 포문을 열었다. 장제원 한국당 의원도 이어 “노무현 대통령 서거, 어느 누구보다 가족들과 측근인 여러분들의 책임이 가장 크다”며 “남 탓하고 정치보복 운운할 게 아니라 대통령을 잘못 모신 여러분의 책임이 얼마나 큰지 깊이 반성하시고 자중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첫 기자회견을 열고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면서 ‘정치보복’ 프레임을 시도한 이날 홍준표 한국당 대표가 힘을 실어주는 대목도 관심을 끌고 있다.

홍준표 대표는 전북시당에서 열린 호남 신년인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노무현 전 대통령과 관련해 “속된 말로 640만달러를 직접 받은 사람과 그 가족에 대한 조사도 안하고 있다”며 “그 돈이 70억원이 넘는데 4억원을 대통령(이명박)이 받았는지가 불명인데 보고했다는 것만으로 조사하는 것은 과하지 않냐”며 반발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홍준표 대표가 비슷한 취지의 발언을 한 대목은 문재인 정부 ‘적폐청산’을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정치보복이자 ‘보수궤멸 프로젝트’로 규정해 보수결집을 끌어내겠다는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 전임과 후임 대통령이라는 특별한 인연이 전부가 아니다. 이명박 정권 시절 검찰은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를 진행했고, 그 과정에서 노 전 대통령은 비극적인 선택을 했다.

일각에서는 당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정국 분위기를 전환하기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 수사를 시작했다는 주장도 나온 바 있다. 정두언 전 새누리당 의원은 지난해 8월 t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명박은 광우병 사태 때 촛불시위에 많이 당했다”며 “노무현 전 대통령 세력이 주동했다고 생각했고 또 그것을 부추긴 인간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또한 정 전 의원은 “그런데 그때 국세청에서 박연차 조사를 시작했다”며 “국세청에서 박연차를 수사하면서 ‘박연차를 잡으면 노무현 전 대통령을 잡을 수 있다’고 그렇게 얘기를 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국세청장이 그런 말을 했다, 안했다는 게 아니라 국세청이 박연차 수사를 시작한 근본적인 이유가 일반적인 수사가 아니라 그런 정치적인 수사였다는 얘기가 돌았다”고 덧붙였다.

퇴임 후 첫 기자회견에서 결국 이명박 전 대통령이 거론한 정치인은 문재인 대통령도, 박근혜 전 대통령도 아닌 오직 한 사람 노무현 전 대통령이었다. 정치권에서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위기를 맞자 9년 만에 돌고 돌아 결국 노무현 전 대통령을 끌어온 것이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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