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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의 겉과 속]② 유족 인터뷰, 병원 측 억울하면 소송하라고 엄포

  • Editor. 엄정효 기자
  • 입력 2018.01.18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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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엄정효 기자] “퇴원 안하고는 못 배길 걸요.”

“환자상태는 알 바 없으니 즉시 퇴원하고 억울하면 소송하세요.”

의료 사고로 어머니를 잃고 병원 측의 퇴원 요구를 듣지 않자 주치의와 원무과 직원이 각각 한 말이라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의료사고를 내고도 되레 큰 소리를 치는 A대학병원의 몰상식한 ‘갑질’이 아닐 수 없다. 업다운뉴스는 최근 A대학병원의 의료과실 및 경과기록지 위, 변조 논란에 대해 고(故) 황계균 씨의 장남인 김선정 씨와 심층적인 인터뷰를 진행했다.

A대학 병원에서 의료과실로 어머니를 떠나보낸 유가족이 경찰에서 허가를 얻은 시위를 하던 도중 병원 측 직원들의 방해로 인해 넘어진 모습. 유가족 측은 당시 병원 직원들을 고소한 상태다.

김선정 씨는 취재진이 질문을 꺼내기도 전에 황계균 씨의 입원부터 사망, 중재원의 감정 결과, 시위 당시 상황 등에 대해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는 내내 차분한 모습을 보였지만 말을 이어가며 중간 중간 당시가 떠오른 듯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했다. 그는 준비해온 진료기록지와 의료분쟁조정중재원 감정서 및 재 감정서, 병원장에게 보낸 편지, 시위 당시 방해한 병원 직원들의 고소장, 그간 사건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놓은 문서 등의 서류들을 한 뭉치 꺼내 놨다. 유가족 측이 병원의 과실을 밝히기 위해 백방으로 뛰어다녔음을 알 수 있었다.

- 사망한 황계균 씨가 평소에도 지병이 있었나?

■ 지병은 당뇨와 혈압이 있었다.

- 대학병원에서 진료는 처음이었나?

■ 2016년 12월 28일 A대학병원에 입원하기 4개월 전 당뇨로 인한 혈관 시술을 받은 적이 있다. 당뇨환자들은 여러 가지 합병증이 오는데 어머니는 그 중 다리 혈액순환이 잘 되지 않아 허벅지 쪽에 작은 구멍을 내고 가느다란 철사 같은 것을 집어넣어 막힌 혈관을 뚫는 시술을 했다. 이 시술로 한 열흘정도 입원해 있었다. 당시에는 아주 조금 괴사했던 발가락이 12월에 들어 부위가 커져 정형외과를 찾았고 절단 수술이 필요하다고 해 입원했다.

- 발가락 절단 수술 후 황계균 씨는 의식을 회복했나?

■ 의식이 있었다. 가족과 말도 주고받을 정도로 의식이 있었다. 그런데 수술 후 2주 정도가 지나자 갑자기 의식불명에 빠졌다.

- 병원 측이 퇴원을 강요했다는데?

■ 갑작스런 의식불명에 빠진 뒤 어머니는 정형외과에서 신장내과로 전과됐다. 이후 여의사가 찾아와 “이 병원에서는 더 이상 해줄 것이 없으니 퇴원하라”고 말했다. 우리는 억울해서 “어머니 상태가 왜 이렇게 된 것이냐”고 물었으나 서로 책임만 떠넘길 뿐 자세한 얘기는 듣지 못했다. 퇴원을 요구한지 5일째 되는 날 주치의가 찾아와 “퇴원 안하고는 못 배길걸요”라고 비아냥대 듯 말했다. 심지어 원무과에서는 “환자상태는 알 바 없으니 즉시 퇴원하고 억울하면 소송하라”며 “오늘 내로 퇴원하지 않으면 고의적으로 퇴원 거부하는 환자로 신고해 의료수급 중지시키고 시청에서 지급하는 긴급지원금 500만원도 취소시키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故 황계균 씨가 발가락 절단 수술 후 갑작스럽게 의식불명에 빠졌으나 아무런 설명도 들을 수 없었다는 유가족 측은 병원장에게 답답한 상황을 전하기도 했다. 고인의 장남 김선정 씨가 A대학 병원 병원장에게 보낸 편지.

- 시위 당시 상황은?

■ 지난해 3월 23일 A대학병원 앞에서 집회허가를 받은 뒤 시위를 했다. 나와 동생, 동생 친구와 조카 등이 현수막 등을 준비하는 사이 30여명의 병원 직원들이 우리를 둘러쌌다. 이후 현수막을 걸려는 순간 달려들어 빼앗고 발로 차 우리는 넘어지고 현장은 아수라장이 됐다. 이 때문에 시작도 못하고 시위는 끝났다. 경찰서에 찾아가 항의한 결과 다음날 시위 현장에는 폴리스라인과 기동대가 배치됐다. 병원 측은 홀로 버려둔 어머니가 사망하자 불효자들이 다른 목적으로 시위하고 있다는 왜곡된 내용의 플래카드와 전단지를 돌리며 맞불 시위를 벌였다.

- 병원 측이 경과기록지를 조작했다는 것을 알게 된 계기는?

■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 이해할 수 없는 감정결과(병원 측에는 의료과실이 없다는 내용)가 나오자 우리는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중재원 사무국장이 따라와 재심을 권했고 그렇게 재감정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게 됐다. 당시 누군가가 귀띔하기를 병원 측에서 진료기록을 변조하는 경우가 많다고 하니 병원 측이 제출한 자료를 열람해보라고 했고 설마 기록 변조가 있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그래도 그 말을 듣고 열람을 신청했다. 그러나 마땅히 해줘야함에도 중재원 측에서는 열람을 허용해주지 않으려고 했고 이에 경찰을 대동해 열람하겠다고 해 열람을 해줬다. 이후 이 자료를 복사해 살펴보니 병원 측이 제출한 경과기록지에 20페이지가 더 추가됐음이 발견됐다. 중재원 판결문에 위, 변조 사실을 넣어줄 것을 요청했으나 의사 인권 침해라는 등의 이유로 거절당했다. 결국 재감정서에는 병원이 위, 변조한 부분은 환자의 사망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나왔다.

- 유가족이 바라는 것은?

■ 우리는 처음부터 지금까지 계속해서 책임자를 처벌하고 언론에 공개사과 할 것을 요구해왔다. 처음 이 사건을 중재원에 신청할 때 요구하는 보상금 액수를 적어내야 했다. 당시 우리는 금전적인 것을 원한 것은 아니었기에 0원을 적어냈다. 그러나 0원은 불가하다고 해 1원을 적어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금전적인 것이 아닌 진정성 있는 사과와 책임 인정이다.

한편 보건복지부가 중재원 감사와 A대학 병원 측 사고를 조사한 결과 경과기록지 위, 변조가 밝혀졌고 이에 유가족은 의무기록 위, 변조에 가담한 의사 11명에 대해 형사소송을 준비 중이다. 또한 시위 당시 방해하던 병원 측 직원들도 고소한 상태다.

지난해 말 발생한 이대 목동 병원 신생아 사망사건 등 국민의 비상한 관심을 모은 의료과실 사고의 경우 상대적으로 신속한 과정을 거치는데 비해 그렇지 않은 의료사고는 모든 면에서 첩첩산중일 공산이 크다. 이번 사건 또한 예외는 아니었다. 유가족이 직접 동분서주하며 어렵사리 해결책을 찾아야 했다. 사실 의사는 신이 아니기에 의료사고는 언제든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억울한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의료사고의 공정하면서도 올바른 해결을 위한 근본적인 대책이 절실한 것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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