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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사고의 겉과 속]④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제대로 하고 있는가?

  • Editor. 김규현 기자
  • 입력 2018.01.25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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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규현 기자] 이대목동병원 신생아 4명 사망 사건과 발가락절단 수술 후 사망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의료사고는 우리 주변에서 끊임없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이 때문에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의 역할과 책임은 자못 크다고 할 수 있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은 의료사고의 원만한 해결을 위해 피해자와 의료진의 입장을 중재하는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이하 의료중재원)은 의료분쟁조정법에 따라 의료사고의 신속하고 공정한 피해구제를 위해 2012년 출범한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으로 병원, 의원, 한의원, 약국 등에서 발생한 모든 의료사고의 분쟁에 대한 조정을 담당하고 있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조정 중재 신청은 환자와 의료인 모두 신청할 수 있다. 피 신청인이 참여 의사를 밝히면 조정과 중재 절차가 시작된다. 중재 절차는 의료인 2명, 법조인 2명(검사 1명 필수) 소비자권익위원 1명 등 5명으로 구성된 의료사고 감정단이 인과관계와 과실 유무를 직접 조사하고 감정 결과를 바탕으로 손해배상액을 산정해 중재 판정을 내린다.

2016년 11월 30일에는 조정신청 대상인 의료사고가 사망 또는 1개월 이상 의식불명, 혹은 장애등급 1등급 중 대통령령에 해당하는 경우 피 신청인이 조정신청에 응하지 않더라도 조정절차를 개시하도록 개정안이 통과됐다. 이를 이른바 ‘신해철법’이라고 부른다.

의료중재원에 따르면 ‘신해철법’ 시행 이후 지난해 자동 개시된 의료사고 분쟁조정은 361건으로 집계됐다. 361건 중 조정·중재 성립률은 83.3%다. 지난해 전체 성립률 93.8%에 못 미치는 것은 중대 의료사고 발생 시 분쟁조정보다는 법정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분쟁조정 대신 소송으로 가는 가장 큰 이유는 손해배상금이 턱없이 낮다는 점 때문이다. 의료중재원에 접수된 지난해 전체 조정 건수 1907건 중 신청된 피해배상금액은 평균 7475만원이었지만 실제 배상금 평균은 1010만원에 그쳤다.

조정과 보상 과정에서 피해자의 불만이 제기되는 이유는 그 결과가 의료인과 병원 측에 유리하게 치우쳐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분쟁 조정 위원 5명이 전부 참석하는 경우가 거의 없는 반쪽 회의가 대부분이어서 결과도 공정치 못하다는 것이 일각의 주장이다.

얼마 전 SBS 뉴스 보도에 따르면 의료중재원 회의에 5명이 참석하는 것은 의무규정이 아니기 때문에 3명 또는 4명만 참석한 회의가 대부분이었다. 지난해 1020건 중 감정위원 5명이 모두 참석한 사례는 30건에 그쳤고 감정위원 3명만 참석한 경우는 339건에 달했다. 이런 논란이 일자 복지부는 감정위원 4명을 참여하도록 의무화했고, 의료기록 조작 관련 분쟁조정에는 반드시 5명이 참여하도록 개선방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지난해 의료분쟁 전체 조정 건수 1907건 중 신청된 피해배상금액은 평균 7475만원이었지만 실제 배상금 평균은 1010만원에 그쳤다. [사진출처=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이 때문일까? 의료중재원의 중재나 배상에 만족하지 못한 신청인들은 조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거나 소송을 벌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의료사고 피해자들이 만족할만한 결과를 얻은 경우는 드물다. 사법연감 등에 따르면 2012~2015년 의료과실 소송은 4109건에 이르지만 1심에서 피해자 승소 경우는 41건에 불과했다. 과실이 일부 인정돼 승소한 경우는 1102건으로 전체 3분의 1수준에 그쳤다. 의료사고의 씁쓸한 단면이 아닐 수 없다.

발가락 절단 수술 후 사망한 사건만 보더라도 그 과정이 얼마나 지난한지 알 수 있다. 유족 측의 요구로 의료중재원이 3개월에 걸친 조사를 진행했지만 과실이 없다고 결론이 났다. 이후 A대학병원에서 받은 진료기록보다 20여장 많은 중재원 제출기록을 포착한 뒤 재 감정 요구 끝에 일부 과실을 인정받았다. 이어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수정 69건을 확인했으며 전체 전산입력일시 기록 101건 중 81건이 불일치한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유가족 측은 현재 의무기록 위·변조에 가담한 의사 11명에 대해 형사 소송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의료중재원의 조사과정이 잘못돼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의료중재원이 본연의 역할과 기능을 제대로 하고 있는가에 대해 의구심을 갖고 있는 이들도 적지 않다. 의료중재원이 공정하면서도 정의로운 조정 중재 기관으로 자리매김할 때 소모적인 사회적 비용도 줄어들 수 있는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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