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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17개월 노역 대기업 과장 절규 "위에서 시킨 일인데 왜 나만?"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2.09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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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판결문에 나온 것처럼 저는 어떤 이익도 없고, 고의도 아니며 혼자 할 수도 없는 일입니다.”

B기업에서 근무하던 A과장이 89억 배임과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으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벌금 10억 원, 사회봉사 120시간 확정 판결을 받고 억울하다며 하소연한 대목이다.

A과장은 자신의 딱한 사정을 문재인 대통령에게도 보낸 것은 물론 더불어민주당, 자유한국당 등 주요 정당과 지상파 방송사와 신문사, 참여연대 등 여러 곳에 호소문을 보냈다. 벌금 10억을 납부하지 못해 1년 5개월 노역을 앞둔 A과장은 교도소에 수감돼도 구제받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겠다는 단호한 의지를 드러냈다.

업다운뉴스는 A과장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해 그의 주장을 들어봤다.

 89억 배임과 허위세금계산서 교부 등으로 징역 3년과 집행유예 4년, 벌금 10억 원, 사회봉사 120시간 확정 판결을 받고 1년 5개월 노역을 앞둔 A과장. 그는 대기업을 상대로 싸운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며 하소연하면서도 끝까지 포기하지 않겠다는 각오 또한 드러냈다.

- B기업에는 어떻게 입사하게 됐나?

■ 2010년부터 LED관련 사업에 뛰어들어 나름 유명세를 타던 중 B기업에서 LED 관련 경력사원을 모집해 지원했다. 하지만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방침으로 B기업이 LED를 취급 못하자 내가 세이프메이트(‘횡단보도 LED 보행자 안전시스템’)를 개발하게 됐다.

- B기업은 가공거래 사건이 A과장 때문에 일어났다고 하는데.

■ 입사 8개월밖에 안 된 저는 ‘회사에서 시킨 일을 열심히 하라’는 경력 20년 이상 상사들의 요구대로 수행한 것뿐이다. 매번 회의, 회식 때마다 본부장은 ‘선거래’를 요구했고, 그 부하직원인 팀장들에게도 재촉했다. 상사 지시에 따라 중소기업 사장들을 찾아다니며 내년 예상되는 매출액만큼 (앞당겨) 지금 발주해달라고 사정했다. 그 과정에서 일개 과장인 제 요구에 몇몇 사장들은 거부했고, 급기야 직속팀장이 직접 전화해 ‘회사 방침’이라고 재차 요구해 끝내 발주해줬다. 공판조서에서도 이 같은 증언이 나온다.

저는 발주서를 직속팀장에게 전해줬고, 상사는 그 발주서를 팀 회계담당 여직원에게 줬다. 회계담당자는 발주서에 맞춰 거래명세표를 만들어 직속팀장에게 다시 제출했다. 그러면 상사는 검토 후 회계담당자에게 재무팀의 세금계산서 발행 요청 기안 작성을 지시했다. 재무팀은 기안 검토 뒤 팀장 결제를 거쳐 세금계산서를 발행하고 본부장이 결제한다. 그 뒤 재무팀에서는 전자세금계산서를 제가 관리하는 총판들에 발행하게 되는 시스템이다.

- 연체채권을 정상채권으로 바꾸기 위한 지급기산일 변경은 어떻게 이뤄졌나?

■ 발주서를 낸 총판들은 B기업에 대금을 납부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내년 매출을 앞당겼기에 실제 물건은 보내지 않은 상태다. 해가 바뀌고 90일이 지나면서 연체채권이 발생했다. 하지만 B기업은 모기업의 질책이 두려워 ‘기산일 변경’이라는 회계조작에 착수한 것이다.

지급 기산일 변경은 본부장 이상의 승인이 있어야 할 수 있다. 일개 과장인 제가 혼자 할 수 있는 시스템이 아니라는 얘기다. 30억에 가까운 회계조작을 제가 다른 이들을 속이고 혼자 했다는 B기업 주장이 상식적이지 않은 것은 이 때문이다.

A과장은 구제를 받기 위해 자신의 사연을 청와대, 정당, 언론, 시민단체들에게 알렸다. A과장은 '사람이 먼저'라고 강조한 문재인 대통령에게는 직접 등기우편으로 관련자료를 보내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밝혔다. 

- B기업은 왜 A과장의 기만으로 속았다고 주장하는 것인가?

■ B기업은 자회사가 조직적으로 분식회계를 했다는 의혹을 사지 않기 위해 단독범행으로 몰아붙인 것이라고 생각한다. 기업 윤리 경영 차원에서 더 그렇다.

- 상사들에 대한 소회는?

■ 처음 내부조사가 시작됐을 때만 해도 본사 회의실에서 함께 대기발령 받았던 사람들이다. 제게 혼자 했다고 진술하라고 강권했고 그러면 인맥을 총동원해 막아주겠다고 장담한 이들이었다. 내부감사팀이 조사할 때 불리한 진술을 하지 않도록 코치했고, 이와 관련된 증거도 법원에 제출했다. 제가 빚 내 수임한 변호사 비용도 나중에 보태준다고 했지만 그들은 B기업이 자신들을 고소하지 않는다고 하자 가짜 진술서를 작성해 법원에 제출했다.

그 후 지난 4년간 단 한 번도 저에게 연락한 적이 없다. 지금 제 손에는 상사 3명에 대한 고소장이 들려있다. 저처럼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저와 같은 상처를 주고 싶지 않았기에 기다렸다. 하지만 아무런 답이 없었고, 결국 저는 모든 것을 혼자 떠안게 됐다. 저는 혼자 10억 원이라는 벌금을 납부하지 못해 노역을 앞두고 있다.

- B기업은 A과장에게 어떤 법적 절차를 밟았나?

■ 검찰에서 기소를 못하고 1년 6개월 끌자 민사소송 제기로 압박했다. 민사판결이 나오자 가압류 절차를 밟아 집안 살림살이에 강제집행을 실시했다. B기업은 이후에도 재산조회신청, 채무불이행자 등록, 신원보증보험청구, 행정소송비용청구 등 다양한 방법으로 압박했다. 개인이 거대 기업을 상대한다는 것은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것을 절감했다.

사진은 A과장이 등기우편으로 문재인 대통령에게 보낸 진정서와 자료들.

- 검찰 조사와 재판 분위기는 어떠했나?

■ 허위세금계산서에 대해 조사하는 수사 관계자들은 큰 금액을 과장인 저의 단독범행이라고 믿기 어렵다는 듯 제게 ‘이거 독박 쓰고 B기업에서 아파트 하나 받기로 했느냐’, ‘어차피 벌금 맞아도 B기업에서 다 내주는 것 아니냐’는 등의 의심스런 시선을 보냈다.

- 벌금 10억을 내지 못해 1년 5개월 노역을 앞둔 심정은?

■ 차마 말로 표현할 수 없다. 생계는 아내 명의 카드 돌려막기로 버텼다. 친지 및 주변인들에게 빌린 돈을 합치면 파산지경에 이르렀다. 대리운전이나 LED시공 아르바이트 등으로 생계를 유지하는데 노역을 가면 아내와 세 딸, 그리고 병든 노모는 누가 돌볼 지 막막하다. 둘째 딸은 선천성기형인 구순구개열 환아다. 항상 정해진 시기에 입술, 입천장, 잇몸, 이 등을 교정해 주어야만 하는데 걱정이 이루 말할 수 없다. 이틀에 한번 씩 요양병원에서 투석을 받아야 하는 장모님도 챙겨야 하고, 기초생활수급자이신 어머니 역시 당뇨에 류마티스 관절염 때문에 거동도 불편하신 상태여서 앞이 캄캄한 심정이다.

- 그동안 어떤 노력을 했는가?

■ 대법원 최종 판결이후 많은 언론과 시민단체, 정당, 국가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을 보냈다. 국민권익위원회, 참여연대 등 도움을 받을 수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알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큰 도움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 향후 바라는 점이 있다면?

■ 지금이라도 세 명의 상사들이 벌금을 분담하길 바라지만 이미 늦은 것 같다. 결국 상사들을 고소해 그들에 대한 유죄 선고가 나와 재심을 청구하는 방식으로 구제받고자 한다.

A과장은 교도소에 수감돼 노역을 하면서도 계속 문을 두드리겠다는 의지를 다졌다. A과장은 9일 오전에 검찰에 출석해 세 명 상사들에 대한 고발장을 제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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