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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정무비서, 안희정 지사 '성폭행 미투폭로' 충격파…텔레그램도 공개, 두 얼굴의 안희정이었나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8.03.05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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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정무비서 "수행비서 때부터 안희정 지사에게 4차례 성폭행"
안희정 텔레그램 대화 내용도 공개, 민주당 긴급회견 "출당 제명 추진"
김지은 비서 "안희정 지사 미투 언급한 날도 다시, 폭로 결심"  

[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우리는 오랜 기간 힘의 크기에 따라 계급을 결정짓는 남성중심의 권력질서 속에서 살아왔다. 이런 것에 따라 행해지는 모든 폭력이 다 희롱이고 차별이다.”

대권의 꿈을 키우며 지난해 장미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대통령선거 후보 경선에 뛰어들었던 안희정 충남도지사. 용기를 낸 성폭력 피해자들이 고통의 기억을 거슬러올라가 대한민국 각계각층에서 구조화되고 권력화된 성폭행과 성추행, 성희롱 등을 폭로하는 ‘미투(MeToo) 운동’이 물결치는 가운데 안희정 지사는 그 미투운동을 통해 ‘인권 실현’이라는 민주주의 마지막 과제에 우리 사회 모두가 동참해줄 것을 이같이 당부했다.

5일 충남도청 문예회관에서 열린 ‘3월 행복한 직원 만남의 날’ 행사에서 미투 운동이 인권 유린을 막아내는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가자고 호소한 안희정 지사.

그로부터 몇 시간 지나지 않아 그는 정작 성폭행 가해자 의혹에 휩싸였다.

안희정 성폭행 미투 폭로. 안희정 충남도지사의 김지은 정무비서가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을 텔레그램 대화까지 공개하며 JTBC '뉴스룸'에서 폭로했다. [사진출처= JTBC '뉴스룸']

지난달까지 8개월 동안 안 지사의 수행비서를 거쳐 정무비서를 맡고 있는 김지은 씨가 이날 JTBC '뉴스룸‘에 출연해 안희정 지사로부터 네 차례 성폭행과 함께 수시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큰 파문이 일고 있다.

김지은 비서는 텔레그램 비밀대화방을 통해 안희정 지사와 대화를 나눴다며 "나한테 계속 미안하다고 하고 '도덕심 때문에' 이런 식으로 보내고 '자니' 하고 비밀 대화로 넘어갔다"라고 말했다.

JTBC는 김지은 씨를 돕는 변호인단이 이날 꾸려져 6일 안희정 지사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할 예정이며, 안희정 지사 측은 부적절한 관계는 있었지만 강압이나 폭력은 없었다고 밝힌 해명을 함께 전했다.

김지은 정무비서의 폭로는 지난해 러시아 출장과 스위스 출장 등 대부분 수행 일정 이후 성폭력을 당했다는 사건을 고발하는 것이었지만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라는 주장에 방점이 맞춰져 파장이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김지은 비서가 안희정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하게 된 계기는 무엇일까?

"미투 운동이 벌어진 지난 2월에도 성폭행이 이어지자 알리기로 결심했다.“

김지은 비서의 이같은 결심으로 이어진 발언에 따르면 미투운동이 확산되던 지난달 25일 안희정 지사가 김지은 정무비서를 불러서 미투운동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게 너에게 상처가 되는 것을 알게 됐다.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김지은 비서는 그날도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지사한테서 벗어날 수 없겠구나”하는 생각이 들어다고 했다. 미투운동 이야기를 꺼냈다는 것을 “얘기하지 말라고 하는 무언의 지시로 알아들었다”고 말했다.

“미안하다고 하면서도 다시 그 일을 저지르는 것을 겪고 세상에 밝히기로 결심했다.” 그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용기를 내 방송을 통해 ‘미투 폭로’의 길에 나서게 됐다는 것이다.

JTBC '뉴스룸' 손석희 앵커가 김지은 비서의 안희정 성폭행 주장을 보도하고 있다. 김지은 정무비서는 안희정 텔레그램 대화 내용으로 관련 사실을 폭로했다. [사진출처= JTBC '뉴스룸']

김지은 비서는 한없이 무력하고도 불안한 자신의 처지를 토로했다. 안희정 비서라는 존재에 대해 “모두가 노(No)라고 할 때 예스(Yes)라고 해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그래서 아무것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했다. 그래서 안희정 지사 측이 주장하는 ‘합의에 의한 성관계’는 성립될 수 없다고 강조했다. 합의하는 관계도 아니고 동등한 관계가 아니라는 부연도 이어졌다.

김지은 정무비서는 안희정 지사를 권력으로 받아들였다. "일을 할 때 네 의견을 달지 말라, 너는 나를 비춰주는 거울이다, 투명하게 비춰라, 그림자처럼 살아라는 등 지사님이 이야기하는 것에 반문할 수 없었다. 늘 수긍하고 맞춰야 했다"고 말했다.

또한 자신이 당한 상황에 대해 주위에 SOS를 보냈지만 도움을 받지 못했고 자신의 위치상 할 수 있는 최대한의 표현을 했지만 거절을 받았다고 했다. 비슷한 성추행 관련 사건도 처리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나 하나 자르고 말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가슴속에 묻어뒀던 불안도 털어놓았다.

김지은 비서의 폭로대로라면 미투 운동과 관련 안희정 지사의 예찬론과 성평등 인권 호소 언행은 이율배반적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상황이다.

안 지사는 이날 행사에서 "최근 확산되고 있는 미투 운동은 남성중심적 성차별의 문화를 극복하는 과정"이라며 "우리 사회를 보다 평화롭고 공정하게 만드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이어 “이제 남아 있는 것은 문화 속 성차별과 폭력의 문화를 극복해 인권을 진정으로 실현하는 일”이라며 “지난 3년간 충남도는 인권도정이라는 관점에서 일체의 희롱이나 폭력, 인권유린을 막아내는 일에 노력해 왔다”고 민주주의의 마지막 과제로 인권도정이 계속 지켜질 수 있도록 힘을 모아야 한다고 당부한 안 지사였다.

안희정 지사는 지난달 2일 ‘행복한 직원과 만남의 날’ 행사 때도 “최근 검찰 내부의 성희롱 사건이 우리 사회를 크게 강타하고 있다. 인권의 관점에서 양성이 어떠한 사회적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큰 전환점에 와있다”며 “남성 중심의 역사를 뛰어넘어 양성 모두가 존중받는 인권의 관점에서 새로운 양성평등 문화를 만들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도청 내 성희롱 피해를 경험한 분들이 있다면 도가 개설한 신고·상담센터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달라”며 “도지사가 책임을 지고 불미스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라고도 강조한 바 있다.

8년간 맡아온 36,37대 도지사 임기 막바지에 맞은 미투 운동에 발맞춰 ‘인권도정’을 거듭 강조했던 안희정 지사가 정작 자신의 수행, 정무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폭로사태를 맞은 것이어서 논란 속에 파장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안희정 미투 예찬. 5일 안희정 지사가 충남도청 행사에서 미투운동에 대한 지지를 표하며 '인권도정'을 강조했다. 이 행사 뒤 얼마 안돼 김지은 정무비서가 안희정 텔레그램 비밀대화방 내용 공개와 함께 안 지사의 성폭행을 폭로하며 미투운동에 동참했다.[사진출처=충남도청 홈페이지]

김지은 비서는 뉴스룸 인터뷰가 끝날 때까지 불안과 두려움을 숨기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인터뷰 이후에 저에게 닥쳐올 수많은 변화들이 충분히 두렵다"고도 했다. "저에게 그보다 더 두려운 것은 안희정 지사다. 오늘 이후에 없어질 생각도 했다“고 말하는 대목에서 손석희 앵커도 흠칫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나 마지막으로 김지은 비서는 호소했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셨으면 좋겠다. 지사와는 다른 존재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서 힘을 얻고 싶다."

이날은 문화예술계 내 성폭력 사건 공동대책위원회 기자회견 '미투(#Me Too) 운동 그 이후, 피해자가 말하다!'도 열렸다. 이윤택 연출가의 성추행 사건을 폭로한 김수희 극단 미인 대표는 “아직도 저희의 행동을 지켜보며 망설이고만 있는 많은 피해자분들이 계신 걸 안다. 괜찮다. 당신 잘못이 아니었다”며 “용기내주세요. 잘못한 이는 벌을 받고 희망을 품은 이는 기회를 맞을 수 있게, 노력하고 그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세상이 되길 바란다”고 했다. 역시 미투운동에 동참한 홍선주 씨는 “왜 이제서야 말하냐고 묻지 마시고 이제라도 말해줘서 다행이라고 말해달라"라고 호소했다.

안희정 지사의 공식 해명이나 사실 관계에 대한 입장 표명이 나온 뒤 진실을 가려야 하겠지만 이날 김지은 비서의 미투 폭로만으로도 정치권을 강타한 충격파는 실로 크다.

이날 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고개를 숙인 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안희정 지사 관련 보도에 대해 당 대표로서 피해자와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며 "안 지사에 대해서는 출당 및 제명조치를 밟기로 결정했다"고 강력 대처에 나섰다. 

공개적으로는 미투 예찬론을 펼치고 자신에게는 미투를 언급하면서도 또 다시 고통을 안긴 안희정 지사 성폭행 사건을 폭로한 김지은 비서는 “다른 피해자가 있다는 걸 안다”고 했다. 그는 미투운동의 용기를 되새기는 듯 호흡을 가다듬으며 다른 피해자들에게도 그 용기를 주고 싶다는 바람을 잊지 않았다.

”국민들이 저를 지켜주신다면 그들도 나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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