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부정합격자 226명이 드러난 강원랜드 채용비리에 대해 청와대가 직권면직 등 인사조처를 결정하게 된 배경에는 문재인 대통령의 채용비리 근절 의지가 반영됐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사정당국의 채용비리 수사가 광범위하게 이뤄지는 만큼 귀추가 주목된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15일 춘추관 브리핑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임종석 비서실장에게 강원랜드로 대표되는 공공기관의 채용비리 결과를 보고받은 뒤 그 후속 조처를 철저하게, 그리고 속도를 내서 처리할 것을 지시했다”고 밝혔다.

지난달 5일 강원랜드는 검찰 수사 및 산업통상자원부 조사 결과 점수 조작 등을 통해 부정합격한 것으로 확인된 226명을 업무에서 배제했다.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은 문 대통령 지시에 따라 수석·보좌관회의를 주재하고 공공기관 부정합격자에 대한 앞으로의 조처 방안을 논의해 부정합격자에 대해 직권 면직 등 사실상 해고하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

앞으로 향후 공공기관의 경우 해당기과 자체 조사 또는 감독 부처 조사 결과만으로 직권면직 등 징계가 가능해질 전망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최종 법률적으로 사법처리까지 마치고 난 뒤에 해고하거나 후속 조처를 하면 너무 늦어진다”고 설명했다.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전원면직 조처를 내린 청와대에 대해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대한민국에서 가장 원칙적인 분! 그저 무슨 말이 필요하겠냐”며 이같은 조치를 지지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부정합격자 226명에 청와대가 직권면직 조처를 내리면서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외압과 관련해 자유한국당 권성동, 염동열 의원에 대한 검찰의 수사 결과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은 지난 8일 “오전부터 ‘강원랜드 교육생 채용비리’ 관련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권성동, 염동열 두 의원의 국회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하고 있다”고 밝혔다.

검찰은 지난 달 20일에도 강원랜드 본사와 채용비리에 연루된 의혹을 받는 두 의원의 전·현직 보좌관 등 10명 주거지와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이들의 사무실과 자택 등을 압수수색해 개인 서류와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원랜드 채용비리 사건을 수사했던 안미현 검사는 지난해 수사 진행과정에서 최종원 당시 춘천지검장(현 서울남부지검장)으로부터 갑자기 사건 종결을 지시 받았고 권성동, 염동열 의원 관련 증거목록 삭제를 요구받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수사단은 안 검사를 지난달 12~14일과 이달 6, 7일 연달아 불러 참고인 조사를 진행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강원랜드 수사단 관계자는 “안 검사가 언론에는 밝히지 않았지만 검찰에 '이런 외압이 있었다'고 한 부분이 있다. 이것을 기본으로 수사 중”이라며 “수사를 통해서 더 밝혀야 할 부분은 있다”고 전했다.

국민은행, 홈앤쇼핑 등에서 보듯이 채용비리 의혹에 대한 수사는 공공기관에만 한정되지 않고 있다.

서울남부지검 형사6부는 이날 채용을 담당하는 실무자급 직원 3명의 자택에 수사관을 보내 하드디스크와 메모를 확보하는 등 압수수색을 진행 중이다. 전날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의 자택 등을 압수수색 한 데 이어 이틀째다. 검찰은 지난달 6일 친척을 특혜 채용한 의혹을 받고 있는 윤 회장의 사무실 등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지난 6일엔 부정 채용에 관여한 혐의로 국민은행 인사팀장 A씨가 구속됐다.

홈앤쇼핑이 중소기업중앙회 임원 등으로부터 인사청탁을 받은 특정 지원자를 선발하기 위해 심사항목을 임의로 만들어 가점을 부여해 채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15일 홈앤쇼핑 공채 선발 과정에 부적절하게 개입해 10명을 부정 채용한 강남훈 대표이사와 당시 인사팀장 여모 씨 등 2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불구속 입건, 검찰에 기소의견으로 송치한다고 밝혔다.

실업률이 여전히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만큼 채용비리는 많은 청년들에게 심한 좌절과 분노를 안겨준다는 평가다. 강원랜드 부정합격자 전원면직 조처를 취한 청와대 결정에 많은 이들이 공감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