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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 또는 귀청소하는 소리 들어 보셨나요? ASMR의 AtoZ

[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 광경1

개그맨 강유미, 안영미, 하준수가 침대 위에서 이불싸움을 하고 있다. 그러더니 셋이 나란히 침대에 눕는다. 마치 수학여행의 한 장면을 보는 듯한 이 장소는 바로 강유미 집. 강유미와 안영미가 침대 위에 앉아있는 뒷모습만 보인 채 “얘 자는 거 봐”라는 말에 이어 두 사람아 속닥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강유미 안영미 이름 뒷 글자를 따 부르는 ‘미미 뒷담화’ ASMR 장면이다.

개그맨 강유미, 안영미, 하준수가 방송한 뒷담화 ASMR 한 장면. [사진출처=안영미 강유미의 미미채널 'ASMR뒷담화2/안영미/강유미/하준수' 유튜브 동영상 장면]

# 광경2

“어서 오세요. 어머 그 분 맞으시죠?”

강유미가 반갑게 맞이한 손님은 바로 안영미. 그리고 동영상에는 머리를 수건으로 감싸고 누워있는 안영미 얼굴이 보이며 누군가가 팩을 해주고, 오일을 발라주고, 마사지를 진행하는 모습이 담긴다. 피부 관리를 받는 안영미에게 피부관리사가 말을 조곤조곤 건네는 소리도 들린다. 강유미의 ‘피부관리숍’ ASMR의 한 장면이다.

# 광경3

“어서 오세요. 며칠 전에 예약하신 분이 맞으시죠?”

한 남성이 친절하게 묻는다. 그리고 예약한 코스는 귀청소랑 귀 마사지가 포함됐다며 진료 들어가기 전 귀에 염증 여부를 확인한다. 그리고 솜털로 귓속 먼지를 닦아주겠다며 이어지는 작은 소리. 듣고 있노라면 내 귀를 마치 솜털로 닦아주는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그리고 이 남성이 “물티슈니까 조금 차게 느낄 수 있다”고 말한 직후 물티슈로 무엇인가 닦는 소리가 들린다. 바로 장안의 화제를 모으고 있는 ‘귀청소’ ASMR의 한 장면이다.

위에서 소개한 내용들은 요즘 소위 ‘대세’라고 불리는 롤플레이(role play) ASMR 장면의 일부다.

19일 현재 ‘강유미의 메이크업샵 롤플레이’ 조회수는 140만, ‘강유미의 헤어샵 롤플레이’는 90만 등을 기록 중이다. 그 외에도 백만에 근접하거나 이를 넘는 ASMR 동영상을 찾아보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위에서 소개한 ‘귀청소’ ASMR 동영상은 조회수가 무려 160만을 넘었다.

이러한 조회수는 ASMR 인기를 실감케 하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많은 이들이 찾는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이란 영어 그대로 직역하면 ‘자율감각 쾌락반응’이라는 뜻으로 시각적·청각적 혹은 인지적 자극에 반응하여 나타나는 심리적 안정감이나 쾌감 등의 감각적 경험을 말한다. ASMR은 2010년 미국 스테디헬스 닷컴의 한 온라인 토론방에서 제니퍼 앨런이라는 회사원이 만든 개념으로 시작됐다.

이토록 많은 사람들이 ASMR을 찾고 즐기는 이유는 무엇일까?

귀청소 ASMR의 한 장면. [사진출처=fastASMR 'ASMR ♥ Binaural Ear Cleaning #2' 유튜브 동영상 장면]

빗소리 ASMR을 자주 듣는다는 서울 송파구에 사는 최병훈(40)씨는 “밤에 잠이 안 온다고 하자 주위에서 빗소리 ASMR을 추천해줬다”며 “듣고 있노라면 뭔가 마음이 편안해지고 안정돼 잠이 잘 온다”고 밝혔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은지(32)씨는 “ASMR 관련 신문기사를 보고 듣기 시작했다”며 “진행자가 소곤소곤 말해주는 영상을 보면 몽롱하고 편한 느낌이 좋다”고 말했다.

ASMR의 인기와 현실이 무관하지 않다는 전문가의 분석도 눈길을 끈다. 피아니스트이자 작곡가로 활동하며 소리에 대해 연구하는 백나예 씨는 업다운뉴스와 통화에서 “ASMR 인기는 과거보다 외로움과 고독이 늘어난 현실이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설명은 최근 추세가 롤플레이 형 ASMR이 인기를 끄는 대목과 일맥상통하다.

또한 백나예 씨는 “보통 사람들이 밤에 귀가해 자기 전에 혼자 있을 시에 TV를 틀거나 음악을 듣지만 이 소리들도 계속 듣다보면 식상해지고 질릴 수 있다”며 “그래서 또 다른 새로운 청각의 자극을 찾게 되면서 ASMR이 만들어진 것이다”고 진단했다. 실제로 ASMR은 온라인상에서 귀와 오르가슴을 합친 ‘귀르가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지만 빛이 있다면 어둠도 있는 법이다. 많은 사람들이 AMSR을 찾으면서 문제점도 발생하고 있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로그인이 활성화되지 않은 상태에서 검색창에 '19금 ASMR'을 검색했던 결과다. 검색결과 18700개가 나왔고, 심지어 아무런 제약없이 동영상 시청이 가능했다. [사진출처=유튜브 동영상 사이트]

‘귀르가슴’이라는 용어가 말해주듯 ASMR을 통해 청각적 쾌락을 추구하다 보니 점점 자극적으로 변질해 가는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백나예 씨는 “기분 좋게 소름 돋는 느낌인 ‘tingle’을 느끼게 하기 위해 ASMR 콘텐츠가 점점 자극적이고 일부에서는 선정적인 내용도 담고 있다”며 “너무 이른 나이에 접하다 보면 정서나 가치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치게 될 우려가 다분하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인기 동영상 사이트 유투브(YouTube)에서 ‘19금 ASMR’을 검색해보니 수많은 동영상이 검색된다. 동영상 제목들을 살펴보면 누구나 쉽게 성과 관련된 특정 상황이나 장면을 연상케 하는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문구가 적혀있다. 동영상을 클릭해보니 아무런 인증절차 없이 시청이 가능했다. ‘19금 ASMR’을 미성년자도 접할 수 있다는 얘기다.

동영상 사이트 관리자들이 자체적으로 가이드라인을 정해 위반 시 해당 동영상을 삭제하고 제공자 계정을 차단하지만 여전히 검색만 하면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실태를 보여주는 방증이 아닐 수 없다.

입시지옥, 높은 청년실업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수면시간 최하위 같은 통계자료를 굳이 거론하지 않더라도 ‘흙수저’, ‘헬조선’ 등 일반 서민이 살기에 고단하고 팍팍한 대한민국의 우울한 현주소는 우리나라에서 ASMR 인기가 쉽사리 식지 않을 것이란 전망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ASMR은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 진화될까?

ASMR 또한 인공지능(AI)의 발전과 무관하지 않다는 관측도 나온다. 백나예 씨는 “AI 로봇에도 이런 소리를 저장해 영상이라는 콘텐츠를 넘어서 우리 옆에 있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며 “힐링이 된다면 또는 새로운 위안거리가 된다면 또 다른 청각적인 자극을 찾기 위한 인간의 문화적인 진화와 시도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상래 기자  srblessed@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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