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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구속, '이명박근혜' 오명의 데자뷔…박근혜 전 대통령과 무엇이 닮고 또 다른가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3.2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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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이명박 전 대통령이 결국 1년 사이에 후임자 박근혜 전 대통령 전철을 밟았다. 헌정 사상 두 번째로 전직 대통령 동시 구속 수감이라는 불명예를 피하지 못했다.

보수정당이 연속 배출한 대통령이라는 공통분모와 더불어 임기가 맞닿았던 만큼 일각에서는 ‘이명박근혜’ 정권으로 통칭해서 불렸던 두 전직 대통령이다. 얄궂게도 새로운 공통점으로 추가된 구속 수감을 둘러싸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닮은꼴과 다른 모양새 또한 자못 궁금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서울중앙지법 박범석 부장판사는 22일 밤 뇌물수수, 횡령, 조세포탈, 직권남용 등 14개 혐의를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23일 자정께 호송차량을 타고 서울 동부구치소로 이동해 머그샷을 찍고 독방에 수감돼 첫 새벽을 맞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모두 본인들을 둘러싼 검찰 수사와 법정공방을 여론전을 활용해 정치적인 대응 방식을 구사했다는 점이 닮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줄곧 검찰 수사에 대해 ‘정치보복’ 프레임으로 대입해 강하게 반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지난 1월 17일 기자회견을 자처해 “역사 뒤집기와 보복정치로 대한민국의 근간이 흔들리는 데 대해 참담함을 느낀다”며 “적폐청산이라는 이름으로 진행되고 있는 검찰수사에 대해 많은 국민들이 보수궤멸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자 노무현 대통령의 죽음에 대한 정치보복이라고 보고 있다”고 공세를 폈다. 또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지난 14일 검찰에 출석해 “바라건대, 역사에서 이번일로 마지막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또한 지난해 10월 법원이 구속연장 결정을 내리자 “법치에 이름을 빌린 정치 보복은 저에게서 마침표가 찍어졌으면 한다”며 “이제 정치적 외풍과 여론의 압력에도 오직 헌법과 양심에 따른 재판을 할 것이라는 재판부에 대한 믿음이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반발했다. 실제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재판 출석을 보이콧했고, 그의 변호인단은 전원 사퇴하는 강수를 뒀다.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구속이 선거를 3개월가량 앞둔 시점에 이뤄졌다는 시국도 공교롭게도 닮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당시 6월 장미대선을 앞두고 구속돼 영어의 몸이 됐고, 이명박 구속은 6·13 전국지방선거를 앞두고 이뤄졌다. 법조계에서는 앞서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대선을 앞둔 시점에서 박차를 가했던 만큼 이번 이명박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 조사도 최대한 이른 시일에 마무리할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로서 독방을 쓴다는 점도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의 공통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구속 수감된 서울 동부구치소 독거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서울구치소 독방(12.01㎡)과 비슷한 11㎡(3.3평) 규모로 알려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박근혜 전 대통령처럼 ‘옥중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지난해 3월 31일 구속된 이후 당시 검찰 특별수사본부가 4월 4일부터 12일까지 5차례에 걸쳐 방문조사를 했다. 검찰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수사팀은 조만간 서울동부구치소에 찾아 이 전 대통령을 조사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명박 전 대통령 구속영장에 적시된 혐의가 14개라는 점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을 떠올리게 한다. 박 전 대통령은 재판이 진행되면서 추가 기소돼 22개까지 혐의가 늘어났다. 이러한 추가된 혐의는 박 전 대통령 구속연장 결정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명박 전 대통령 또한 당초 검찰 소환 조사 당시 혐의보다 줄어들어 14개 혐의만으로 구속영장이 신청됐다. 이런 가운데 현재 이 전 대통령 아들 이시형 씨 조사가 이뤄지고 있고, 부인 김윤옥 여사에 대한 조사도 앞두고 있다는 점이 이 전 대통령이 기소된 뒤에도 혐의가 추가될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는 관측이다.

물론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 차이점도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은 뒤 검찰에서 기다리다 서울구치소로 향했고, 구속 전 피의자 심문에 불출석한 이명박 전 대통령은 자택에서 대기하다가 검찰 수사관이 찾아와 영장을 집행해 구치소로 발길을 옮겼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동부구치소로 향한 것도 눈길을 끈다. 법조계에서는 한 구치소에 전직 대통령이 두명씩이나 수감되는 것이 경비부담이 가중되는 측면과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 등 이 전 대통령 측근인 ‘공범’들이 서울구치소에 수감된 점 등을 고려했다는 해석을 내놓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수감된 서울동부구치소에는 박 전 대통령 공범 최순실 씨가 수감됐다는 점도 이러한 해석을 잘 뒷받침해준다.

구속 분위기도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도 다소 차이가 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검찰 소환 조사와 구속이 이뤄지자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대거 몰려 규탄하는 시위를 벌이는 상황이 연출됐다. 반면 이명박 전 대통령은 측근들을 제외하고는 소환 조사와 구속영장이 집행될 당시 이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확연히 눈에 띠지 않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 1심 재판이 마무리돼 가는 단계에서 박 전 대통령 전임자인 또 다른 전직 대통령인 이명박 구속이 이뤄졌다. 두 전직 대통령 모두 혐의를 부인하며 진실이 밝혀질 것이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 전 대통령 재판이 구속 후 1년이 걸렸다는 점에서 이명박 재판 또한 장기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이명박 구속에 대해 외신들이 서울발로 긴급 타전한 가운데 중동 언론 알자지라는 '데자뷔' 라는 소제목 아래 박근혜 전 대통령을 포함한 전직 대통령 구속 사실을 상기했다. 알자지라가 “제왕적 대통령의 권한을 합리적이고 효율적으로 견제할 메커니즘이 확립돼야 한다. 하나하나 개선될 것이라고 생각한다”는 정치학자 김형준 명지대 교수의 말을 인용해 보도한 것처럼 헌정사의 불명예스러운 ‘데자뷔’가 더는 이어지지 않도록 제왕적 대통령제에 대한 개헌 논의가 활발하게 이뤄져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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