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광양매화축제장, 양산통도사, 서울창덕궁·봉은사, 구례화엄사, 순천선암사·송광사에 붉게 피는 꽃은 홍매화가 아니라 홍매 꽃

  • Editor. 이두영 기자
  • 입력 2018.03.25 19: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두영 기자] 매화나무와 매실나무. 홍매와 홍매화. 다 맞는 이름일까?

요즘 광양매화축제, 양산원동매화축제 등 굵직한 매화축제가 벌어지고 궁궐이나 사찰에서는 붉은 빛을 띠는 매화꽃이 피기 시작해 이를 보려고 여행가는 사람이 많다.

인터넷 블로그, 카페, 네이버밴드 등에서도 매화 개화 시기 등 상황을 알리는 포스트가 자주 등장하고 이를 감상하기 위해 여행을 가고 싶다는 문구가 자주 눈에 띈다.

그런데 정작 정확한 명칭을 알고 쓰는 누리꾼은 그리 많지 않다. 정확한 명칭이라 함은 각 식물에 대해 국가에서 대표적으로 사용하도록 정한 이름인 ‘국명(정명)’과 세계적으로 통용되는 학술적 이름인 ‘학명’을 뜻한다.

3~4월 가볼만한 곳으로 추천되는 여행지 경남 양산 통도사에는 자장매라는 홍매가 꽃을 피워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3월 25일 현재 만개상태.

국립생물자원관 자료에 따르면, 매화나무의 국명은 ‘매실나무’이고, 홍매화의 정식명칭은 ‘홍매’다.

따라서 전남 구례 지리산 자락 화엄사와 서울 강남 봉은사에 있는 세칭 '홍매화'는 표준 명칭이 아니다.  흔히 통도사 자장매로 불리는 경남 양산 통도사 영각 앞의 홍매화도 현장 안내문에  홍매화라고 써 놨기 때문에 방문자들은 그렇게 부를 따름이다. 굳이 국명을 따지자면 홍매에서 피는 꽃이므로 '홍매 꽃'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린다.

또 흔히 매화나무가 정겨운 발음이긴 하지만, 정식명칭이 매실나무라는 것은 기억할 필요가 있다.

매실나무보다 매화나무가 더 선호되는 까닭은, 눈이 오는 겨울이나 꽃샘추위가 닥치는 3월에도 의연하게 꽃망울을 터뜨리는 꽃 자체의 존재감 때문으로 보인다. 매실나무는 과학적인 명칭이고, 매화나무나 매화꽃나무는 사회정서를 반영한 미학적인 명칭 쯤으로 보면 타당하다.

매실나무는 장미과 낙엽 교목이며 오래 전부터 열매를 얻기 위해 식재된 수종이다. 고향은 중국 사천성.

국내에 들어온 시기는 김부식의 삼국사기에 등장한 것 때문에 고려시대로 알려졌지만 그 이전일 가능성도 있다. 백제의 왕인박사가 일본에 간 이후에 지은 시와 신라 때 ‘모례’라는 여성이 지은 시에 매화가 등장한 것이 그것을 방증한다.

매화는 열매 먹거리 외의 관상용으로도 조상들의 아낌을 듬뿍 받았다.

조선 초기의 문신 강희안이 쓴 ‘양화소록’에 그 까닭이 적혀 있다. 그는 함부로 뻗어나가지 않는 희소성, 늙은 나무의 아름다움, 살이 찌지 않고 가냘픈 모습, 꽃봉오리를 오므린 자태 등 네 가지를 매화의 최고 매력으로 꼽았다.

난초, 국화, 대나무와 함께 사군자에 속했던 매화는 특히 글 쓰는 선비들이 좋아해 호문목(好文木)으로도 불렸다.

경남 산청 지리산 자락의 ‘단속사’라는 절에는 강희안의 조부 강회백이 심은 정당매가 있었다. 강회백이 국가행정을 맡은 관직인 ‘정당문학’ 자리까지 올랐기에 벼슬 이름을 따라 정당매로 불렸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최고령 매실나무로 알려졌던 이 나무는 600여 년의 천수를 누린 끝에 2014년 고사했고, 지금은 그 옆에 후손이 자라고 있다.

이인로가 쓴 ‘매화’라는 시에는 ‘향기로운 입술로 새벽이슬이 내릴 때 구슬을 마신다’는 대목이 나온다. 새벽 이슬이 매화 꽃망울에 구슬처럼 맺힌 모습을 나타낸 시구다.

일제강점기의 시인 이육사도 ‘광야’에서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라고 노래했다. 매화향이 내뿜는 고절한 정한과 절개가 독립을 갈망하는 시인의 소망에 닿아 있다.

매화꽃은 희게 피는 것이 옥매, 붉게 피는 건 홍매로 불린다. 백매,흰옥매 등은 모두 옥매를 달리 부르는 표현이며 정식 명칭은 아니다. 꽃이 여러 겹으로 피는 것에는 ‘만첩’이 붙어서 흰만첩매실, 홍만첩매실 등으로 불린다. 그러나 흔히 블로그등에서 흔히 눈에 띄는 만첩옥매, 만첩홍매 따위는 정식 명칭이 아니다.

매화꽃 관광 열풍의 진원지는 섬진강을 낀 구례와 하동,광양이다. 그밖의 지역 곳곳에도 일부러 찾아가 볼만한 매화꽃이 제법 있다.

그중 홍매가 피는 대표적 장소로는 통도사, 화엄사, 서울 종로구 창덕궁, 서울 강남구 삼성동 봉은사, 전남 순천 선암사와 송광사·금둔사, 대구시 달성군 화원읍 남평문씨세거지 등이 있다.

통도사 매화는 요즘 절정에 다다랐고, 화엄사 홍매는 꽃봉오리가 빨갛게 맺혔다. 달력이 4월로 넘어가야 만개할 것으로 전망된다. 섬진강변 벚꽃도 그 쯤에 개화한다.

봉은사에는 산수유는 만개했지만 홍매는 절반도 피지 못한 상태다. 4월초에 활짝 필 것으로 보인다. 창덕궁 홍매도 상황은 비슷하다.

3월부터 5월까지 봄이면 전국의 봄꽃여행지는 나들이객 인파로 몸살을 앓을 정도로 매력이 많다. 그 중 홍매가 화사하게 개화하는 사찰은 문화재 관람 재미까지 더해져 가볼만한 곳으로 인기가 높다.

이왕이면 내가 관상하는 식물의 이름을 정확히 알고 간다면 가슴이 더 뿌듯해지지 않을까?

관련기사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