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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방중 리설주 동행, 북중정상회담 셈범은? 한반도 비핵화 '선대 유훈'과 '중국 보험' 사이

  • Editor. 조승연 기자
  • 입력 2018.03.28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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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평양~베이징을 오가는 김정은 방중설 미스터리가 중국 방문이라는 사실이 공식 확인되면서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시진핑 중국 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한 배경이 주목받고 있다.

공식적으로는 “한반도 비핵화는 선대의 유훈”이라는 점을 재확인했고 북중관계 회복을 위한 노력을 강조한 가운데 핵, 미사일 도발로 소원해졌지만 결코 떨어질 수 없는 전통 우방 중국에 다가가는 북한의 스탠스를 보여줌으로써 일종의 보험을 든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버지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용하던 녹색 특별열차를 타고 왕복 2000여km를 오가는 3박4일 일정의 김정은 방중은 북한으로 돌아간 28일에야 양국 매체를 통해 공식 확인됐다.

전날 북한 최고위급 인사가 북중 국경을 넘어 베이징에 도착해 인민대회당에서 만찬을 하고 중국 측 인사들을 만났다는 외신 보도 속에 미국 블룸버그통신이 ‘김정은 방문’을 최초 보도한 뒤 오후 늦게는 국내에서도 정보당국자를 인용해 김정은 방중 사실이 잇따라 보도되면서 북중관계 개선을 위한 김정은 위원장의 국제외교 무대 깜짝 데뷔에 국제사회가 술렁거렸다. 미국 백악관 세라 허커비 샌더스 대변인은 27일(현지시간)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 보도와 관련해 "북한에 관한 (정상회담) 준비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많은 영역에 있어 최신 동향들에 대해 파악이 잘 돼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미국도 예의주시한 가운데 중국은 북한 최고지도자의 방중 사실을 귀국 후에 밝히는 관례에 따라 28일 중국중앙(CC)TV를 통해 “시진핑 중국 주석의 초청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25일부터 28일까지 방중해 베이징에서 정상회담을 했다”고 보도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방송도 이날 "김정은 동지께서 습근평(시진핑) 동지의 초청으로 3월 25일부터 28일까지 중화인민공화국을 비공식 방문하시었다"고 보도했다. 중앙방송은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에 그의 부인 리설주가 동행한 사실도 전했다. 권력서열 2위인 최룡해를 비롯해 박광호·리수용·김영철 노동당 부위원장, 리용호 외무상 등이 수행했다. 중앙통신은 “조중 친선관계 발전과 조선반도(한반도) 정세관리 문제들을 비롯하여 중요한 사안들에 대해 깊이 있는 의견을 교환하시었다”고 전했다.

중국 신화통신은 김정은 위원장이 시진핑 주석과 북중 정상회담에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총서기(위원장)의 유훈에 따라 한반도 비핵화 실현은 우리의 시종일관 변하지 않는 입장"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서 "만약 한국과 미국이 선의를 갖고 우리의 노력을 받아들이고 평화 안정 분위기를 조성하며 단계적으로 보조를 맞춘다면 한반도 비핵화 문제를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우리는 중국 측과 전략적 소통을 강화하고 대화 협상 추세를 유지하며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수호하려 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방중 메시지 중에서 한반도 비핵화가 '선대의 유훈'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국제사회에 비핵화 의지를 공식적으로 천명해 미국의 의구심을 해소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 같은 비핵화 의지는 4월 제3차 남북정상회담과 5월 첫 북미 정상회담을 잇따라 성사시키는 과정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강조하면서 대화 기회를 마련하는 화두가 됐던 게 사실이다. 부인 리설주를 퍼스트레이디로 대동하고 방중함으로써 북한도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임을 과시하면서 비핵화의 진정성을 알려 인정받는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중국과 북한이 비공식이기는 하지만 깜짝 북중정상회담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득은 무엇일까.

리설주 동행한 김정은 방중이 ‘시진핑 주석의 초청’으로 이뤄졌다는 점에서 남북, 북미 정상회담을 앞두고 이른바 ‘차이나 패싱’을 우려한 중국이 적극적인 북중관계 복원으로 한반도의 피스메이커로서 일정 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는 점에서 중국은 1차적인 성과를 거둔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대화 무드를 잡고 드라이브를 걸면서 사상 최초의 북미 정상회동까지 일끌어 낸 상황에서 중국의 이익을 대변할 수 있는 돌파구를 시진핑-김정은 회담으로 확보하고자 했던 것이다.

북한도 격화되는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속에 경제난이 가중되고 비핵화 의지도 미국으로부터 진정성을 여전히 의심받고 있는 상황에서 북미 정상회담에 기대기만해서는 실익을 보장받을 수 없다는 우려 속에 전통적인 우방인 중국의 손짓에 화답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정상회담을 코앞에 두고 외교 안보라인의 대대적인 물갈이로 강경파들을 앉히면서 일종의 리비아식 비핵화 해법, 즉 ‘선 핵포기-후 경제지원’ 카드를 강요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는 상황에서 중국의 다각적인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미 정상 간의 만남에서도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북한으로서는 ‘출구’ 전략 차원에서 중국이 일종의 보험인 셈이다.

이날 CNN에 따르면 영국 리즈대학 아이단 포스터 카터 선임 연구원은 "김정은으로선 시진핑 주석을 만나지 않은 상태에서 문재인 대통령이나 트럼프 대통령을 먼저 만나는 것을 상상하기 힘들었을 것"이라며 "북한은 중국이 남북,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재 수위를 낮추는 것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베이징 카네기-칭화 센터의 북한 전문가 자오 퉁도 "북한은 북미 정상회담에 대비한 보험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중국도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국제사회의 눈을 의식해 제재와 압박이라는 미국의 대북 정책에 보조를 맞춰왔지만 최근 미국의 보복관세 조치로 인해 미중 간에 무역전쟁 갈등이 격화되자 한반도를 둘러싼 외교전에서는 북한을 포용하는 식으로 미국에 견제구를 던질 수도 있는 국면을 맞게 된 것이다. 북미 정상 간 만남에서 비핵화에 이은 북미수교 등의 진전된 반전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부분적으로 북중 공조가 다져진다면 한반도 정세 변화는 새로운 양상으로 흘러갈 수도 있다.

아버지 김정일 위원장도 2000년 남북정상회담을 앞두고 중국을 방문해 장쩌민 주석과 북중정상회담을 하는 등 전통적인 우호관계를 확인했던 전례를 볼 때 김정은 방중은 우방인 중국을 예우하는 동시에 강경 일변도의 미국에 비핵화 의지를 재강조하고, 또 중국과 공조를 통한 ‘플랜B’도 가동할 수 있다는 긴장감도 불러일으킬 만한 메시지를 함께 던진 모양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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