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엄정효 기자] 할리우드에서 시작돼 국내 각계각층을 뒤흔든 '미투(Me Too, 나도 피해자) 운동'이 확산되며 국민적인 관심을 얻은 이윤택 연출가의 성폭력 사건, 단역배우 자매 사건, 고(故) 장자연 사건 등 세 건에 대한 청와대 측의 공식 답변이 나왔다.
이들 청원은 일찌감치 '한 달, 20만명 동의'의 청와대 답변 기준을 충족시킨 뒤 공식 답변이 예고돼 왔다. 이에 박형철 청와대 반부패비서관이 13일 청와대 SNS 라이브 '11시 50분입니다'에 나와 공식 답변을 내놨다.
박형철 비서관은 먼저 지난달 23일 올라온 '故 장자연의 한맺힌 죽음의 진실을 밝혀주세요'라는 국민청원에 대해 "상당시간이 지나 공소시효가 지났지만 성 접대 강요나 알선혐의는 공소시효가 남아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공소시효를 떠나 과거 수사에 미진한 부분은 없었는지 법무부 과거사위원회와 검찰 진상조사단에서 의혹 규명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2009년 당시 경찰이 4개월 간 수사를 진행했으나 유력인사에 대한 성 접대 의혹에 대해 증거부족으로 '혐의 없음' 처분이 내려졌다"며 "지난 2일 법무부 '검찰 과거사위원회'가 이 사건을 사전조사 대상으로 선정했고 사전조사를 통해 본격 재수사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박형철 비서관은 14년 전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은 '단역배우 자매 사건'에 대해서는 "단역배우 두 자매 사건은 청원이 시작되자 지난달 28일 경찰청이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를 꾸렸고 당시 수사에 대한 과오가 없었는지 조사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성폭력 피해자들이 안정된 상태에서 조사를 받을 수 있도록 '성폭력 피해자 조사 표준모델'을 만들어 경찰관들을 교육하는 등 조사시스템에 대해 전반적인 재검토와 함께 피해자 국선 변호인제도 등 피해자들이 받을 수 있는 도움에 대해 적극적으로 고지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뿐만 아니라 박형철 비서관은 연극단원들을 오랜기간 동안 상습적으로 성추행하는 등 성폭력을 저지른 혐의를 받고 있는 이윤택 전 연희단거리패 예술감독에 대한 국민청원 답변도 제시했다. 그는 "17명에 대해 62회에 걸쳐 강간과 강제추행을 한 혐의를 밝혀 강제추행 18건, 강제추행치상 6건 등 24건의 혐의로 지난달 23일 구속돼 이르면 오늘 기소될 예정"이라며 "친고죄 고소기간과 공소시효가 지나 사법처리가 어려운 상태였으나 피해자들의 용기있는 고백과 국민청원의 힘으로 적극 수사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박형철 비서관은 "오늘 답변한 세 가지 청원은 모두 힘이나 지위를 이용해 약자인 여성에게 가한 폭력"이라며 "피해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국가나 수사기관이 해야 할 책무를 더욱 무겁게 받아 들여 미투 운동으로 촉발된 국민적 관심을 이어받아 정부도 더 노력할 것"이라고 털어놨다.
'미투 캠페인'을 계기로 세 건에 대한 큰 관심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국내에서 처음으로 용기를 내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을 폭로하며 미투 물결을 일으킨 서지현 창원지검 통영지청 검사 측은 이날 대검찰청 청사에서 열린 안태근 전 검사장의 기소 여부를 논의하는 심의위원회 회의에 참석했다.
서지현 검사 측 대리인은 대검찰청에서 기자들과 만나 "검찰 수사심의위원회 심의에 성실히 임할 생각"이라며 "수사가 70일 이상 지연됐다. 수사심의위원회가 면피용이 아니길 바랄 뿐"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 참여한 서지현 검사 측과 안태근 전 검사장 측의 입장은 심의위원들에게 전달된다. 위원회는 양측 입장과 그간 '성추행 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 조사단'의 수사 결과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안태근 전 검사장의 기소 여부 등 사법처리 방향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서지현 검사 측은 안태근 전 검사장에 대한 구속기소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검찰은 외부 전문위원 검토 등을 거치고도 인사보복을 단정하기 곤란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윤택 연출가 성폭력 사건, 故 장자연 사건, 단역배우 자매 사건 등에 대한 청와대의 공식 답변이 나온 가운데 대중들은 이들 사건뿐 아니라 미투 운동으로 인해 수사 중인 모든 사건들의 진실이 하루 빨리 밝혀지길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