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방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 만찬은 또 하나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바로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첫 만남이 성사된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 그리고 김정은 위원장과 부인 리설주 여사가 판문점 '평화의 집' 로비에 한 자리에 있는 장면 그 자체로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했다.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첫 만남은 27일 오후 6시 18분께 판문점 평화의 집 앞에서 성사됐다. 이날 남북정상회담 만찬에 참석하기 위해 북측에서 넘어온 리설주 여사가 연홍빛 투피스로 단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김정숙 여사는 하늘색 긴 코트를 입어 파란색 넥타이와 푸른색 정장을 입은 문재인 대통령과 비슷한 계열로 맞췄다.
리설주 여사는 김정숙 여사에게 “이번에 평화의 집을 꾸미는데 여사께서 세부적인 것까지 많은 관심을 가져주셨다는 얘기를 들었다”며 “그래서 조금 부끄러웠다. 오늘 제가 아무것도 한 것이 없이 이렇게 왔다”고 밝혔다. 김정숙 여사는 “저는 가슴이 떨렸다”고 화답했다.
이날 남북정상회담 만찬코스의 화제의 중심 메뉴는 북측에서 넘어온 평양냉면이었다. 김정은 위원장은 이날 오전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어렵사리 평양에서부터 평양냉면을 가져왔다”며 “멀리 온…멀다고 말하면 안 되겠구나. 맛있게 드셨으면 좋겠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북한이 판문점에 제면기를 공수하고, 옥류관 수석 요리사까지 파견하는 성의를 보인 것이다.
남북정상회담 만찬에는 통영 문어 냉채를 시작으로 스위스식 감자전, 민어해삼편수, 부산 달고기구이와 도미·메기찜에 이어 비빔밥과 한우구이, 냉면 순으로 제공됐다. 스위스식 감자전은 스위스에서 유학한 김정은 위원장을 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만찬에서도 두 정상은 판문점 선언에 담은 종전 선언으로 평화협정으로 이어가길 원하는 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내가 오래 전부터 이루지 못한 꿈이 있는데 바로 백두산과 개마고원을 트레킹하는 것”이라며 “김정은 위원장이 그 소원을 꼭 들어주시리라고 믿는다. 내가 퇴임하면 백두산과 개마고원 여행권 한 장 보내주지 않겠냐”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어 “나에게만 주어지는 특혜가 아니라 우리 민족 누구에게나 그런 날이 오기를 기원한다”며 “남과 북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그날을 위하여”를 건배사로 외쳤다.
김정은 위원장은 건배사에서 “필요할 때에는 아무 때든 우리 두 사람이 전화로 의논도 하겠다”며 “평화롭고 강대한 나라라는 종착역으로 힘차게 달려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만찬에서는 남측 대표적 국악기인 ‘해금’과 북측 대표적 악기인 ‘옥류금’의 합주로 막을 열었다. 오연준 군이 고(故) 김광석 ‘바람이 불어오는 곳’과 ‘고향의 봄’을 열창했다. 화합과 평화, 번영의 길을 의미한다는 것이 청와대의 설명이다.
이날 행사에는 우리 측 32명, 북측 26명 등 모두 58명이 자리했다. 헤드테이블에는 문재인 대통령 부부와 김정은 위원장 내외를 비롯해 임종석 대통령비서실장, 정의용 국가안보실장, 서훈 국가정보원장, 김영남 상임위원장, 김영철 부위원장, 김여정 제1부부장이 자리했다.
만찬행사가 끝나고 김정은 위원장과 리설주 여사를 위한 환송행사가 이어졌다. 한반도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표현한 영상쇼 '하나의 봄'이 준비됐다. 아쟁 등 국악기와 오케스트라가 협연해 '아리랑'을 연주했고, 사물놀이가 함께 하며 '새야 새야 파랑새'가 연주됐다. 마지막으로는 ‘One Dream One Korea’라는 곡이 흘러나왔다.
김정은 위원장의 차량 앞에 도착한 남북 정상 내외는 서로 원모양으로 서서 서로 악수를 나눴다. 김정숙 여사와 리설주의 포옹에 주변 참석자들은 뜨거운 박수를 보냈다.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남북정상회담에서 남북 퍼스트레이디의 첫 만남으로 기록될 김정숙 여사-리설주 여사가 함께한 만찬으로 이어졌다. 이날 역사적 사건이 남북의 ‘하나의 봄’을 알리는 계기가 되길 많은 이들이 바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