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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올림픽에서 판문점 선언까지…정치, 세상과 생각을 바꾸다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4.30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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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김정은 위원장이) 남측으로 오셨는데 나는 언제쯤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문재인 대통령)

“그럼 지금 넘어가볼까요?”(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지난 27일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손을 잡고 짧게나마 분단의 땅 판문점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을 보고 적지 않은 국민들이 감동을 받았을 것이다.

이날 만큼은 대중들의 관심사는 세 번째 남북정상회담 이슈였다. 주요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키워드에는 김정은, 문재인, 리설주 등 북측 주요 인사들이 자리했고, 판문점 선언에 담긴 ‘종전 선언’ 또한 1위를 차지했다. 만찬 메뉴에 등장한 평양냉면으로 남쪽의 평양냉면 집까지 그야말로 북새통을 이뤘다.

많은 누리꾼들이 4.27 남북정상회담 진행 상황과 내용이 궁금한 나머지 포털에서 관련 내용을 검색하던 중 다소 판문점과는 다소 거리가 먼 국내 정치인 두 명의 이름을 발견하고 적잖게 의아했을 듯 싶다.

다름 아닌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 의원이었다. 순간 키워드 검색어에 역사적인 합의인 ‘종전’ 다음으로 2위에 오르기도 한만큼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으니 그 배경에 자연스레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남북 정상회담은 김정은과 문(재인) 정권이 합작한 남북 위장평화쇼에 불과했다.”(홍준표 대표)

“어처구니가 없다.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에 대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이 막연히 한반도의 비핵화만을 이야기했다.”(나경원 의원)

두 정치인이 자신의 SNS에 남북정상회담과 판문점 선언을 비판하자 대중들의 비판이 쏟아지면서 누리꾼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이다. 누리꾼들의 비난이 쏟아지자 나경원 의원은 “어처구니가 없다” 등 직설적 표현을 삭제하고 “남북 정상회담의 진행모습은 국민에게 감동을 주는 부분이 있었다” 등의 내용으로 자신의 SNS 글을 일부 수정하기도 했다.

사실 이러한 분위기는 그리 오래되지 않았다는 해석이다. 대통령 자문기관인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가 지난달 15~18일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해 전국 성인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1분기 국민 통일여론조사를 실시한 뒤 지난달 22일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북한에 대한 인식이 전분기와 비교해 ‘경계 내지 적대 대상’(32.6%)에서 ‘협력 내지 지원 대상’(50.1%)으로 전환됐다.

2016년 1월 북한의 6차 핵실험 이후부터 지난해까지 북한에 우호적인 시각보다는 부정적인 시각이 앞섰다는 얘기다. 북한에 적대심과 경계하는 눈초리를 보인 홍준표 대표와 나경원 의원 입장에 국민들 다수가 공감할 수 있는 분위기였던 것이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사람들의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그 시작은 평창 동계올림픽이었다.

다들 기억하는 지구촌 스포츠축제. 지난 1월 현송월 북한 삼지연 관현악단 단장 방남에 쏟아졌던 뜨거운 관심을 말이다. 현송월 나이, 남편 등 그에 대한 신상뿐만 아니라 심지어 그가 들고온 백을 두고 해외 명품 브랜드라며 진위여부 논란까지 벌어진 해프닝이 벌어졌다.

평창올림픽 개막식은 또 하나의 북측 인사가 등장해 지구촌 가족의 이목을 끌었다. 북한 평창동계올림픽 최고위급 인사로 김정은 위원장의 하나 뿐인 여동생 김여정 조선노동당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이 방남한 것이다. 김일성 혈통, 이른바 ‘백두혈통’이 처음으로 남한 땅을 밟은 이례적 사건에 대해 일부 외신들은 평창올림픽 주인공이 김여정 제1부부장이라는 해석을 내놓기도 했다.

현송월 김여정 방남, 북한예술단 공연 그리고 평창올림픽 남북 여자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은 남측 태권도시범단·예술단 평양공연과 남북정상회담 합의로 이어졌다. 석 단 간 정치가 만들어낸 한반도의 변화가 국민들의 인식을 바꿨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화룡정점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의 역사적 만남. 파격의 연속인 남북정상회담은 남북 퍼스트레이드 첫 회동까지 포함해 ‘종전선언-평화협정 연내 추진’을 4.27 판문점 선언을 이끌어냈다.

남북정상의 이 합의로 다가올 ‘한반도의 봄’에 대한 기대감이 고조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종전으로 인한 군복무 단축 혹은 병역제도 개편 등에 대한 목소리가 나올 만큼 ‘종전’이 우리의 삶에 가져다 줄 적지 않은 변화들을 예상하기도 한다.

일부 정치권에서 ‘남북정상회담이 좌파만 환영한다’고 주장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를 살펴보면 타당성이 결여됐다는 지적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CBS 의뢰로 지난 23~27일 전국 유권자 2502명을 대상으로 벌이고 30일 발표한 여론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은 70%를 기록했다.

지난주보다 2.2%p 올라 4개월 만에 70%대를 회복한 지지율은 남북정상회담에 좌우 진영논리를 뛰어넘어 전 국민들이 반기고 있다는 분석에 힘을 실어준다.

남북정상회담의 하이라이트로 꼽히는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손을 잡고 군사분계선을 넘나드는 장면.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현 대통령이 문 대통령이 아닌 전임자인 박근혜·이명박 전 대통령이거나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 이어 2위에 머무른 홍준표 대표라면 이런 장면을 우리가 볼 수 있을까?

방송인 김어준 씨는 “투표란 자기 스트레스의 근원을 해소하기 위한 행위”라며 정치가 지닌 영향력을 강조했다. 잠시 스쳐가는 위의 가정법은 정치가 시대를 얼마나 바꾸고 또 그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인식도 바꾼다는 사실을 다시금 일깨워주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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