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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19년 전 목사 외삼촌 성추행 사건 피해자 '여전히 지옥'(上)

[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문 안 열면 죽여 버린다! 신고하면 죽여 버린다.”

그날따라 집에 찾아온 외삼촌의 협박이 거실이 떠나가도록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1999년 선선한 바람이 불기 시작한 11월 어느 날이었다. 학교를 마치고 교복을 입은 채 거실 소파에 앉아 텔레비전을 보고 있던 평범한 하루였다. 옆 아파트에서 살던 외삼촌이 찾아와 검은 손길을 내밀기 전까지는-.

“그날 외삼촌이 갑자기 나를 소파에 밀치며 가슴을 만지더니 바지와 속옷을 벗고 성폭행을 시도했다. 외삼촌의 우악스런 손길을 뿌리치고 안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그자 외삼촌은 엄마한테 알리지 말라면서 문을 두드리다가 1시간 정도 있다가 돌아갔다.”

[사진 = 뉴시스]

피해자 이모(여·35)씨는 그날의 아픈 기억을 떠올리면 여전히 고통스럽다. 당시 이씨는 열다섯 살 중학교 3학년, 외삼촌 박모(49)씨는 여의도순복음총회신학교에 다니는 30세 신학생이었다. 이 사건은 개신교 내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소속 현직 목사가 과거 신학생 시절 미성년자 조카에게 성폭행을 시도한 의혹으로 세간의 공분을 산 바 있다.

또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이 지난 3월 9일 발표한 ‘2017 전국 성폭력피해자통합지원센터(이하 해바라기센터) 운영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성폭력 피해 유형을 분석한 결과 전체 피해자 10명 가운데 59.6%가 가족이나, 친인척 등 아는 사람에게 성폭력을 당했다. 지난해 해바라기센터를 찾은 성폭력 피해자는 1만9423명이었다. 가해자와 관계를 따져보니 ‘아는 사람(1만1578명)’에게 성폭력을 당한 경우가 59.6%로 ‘모르는 사람(3396명·17.4%)’보다 세 배 이상 많았다. 이는 가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4550건(23.3%)은 제외하고 따져본 수치다.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2010~2016년 11월 성범죄로 검거된 전문직 5261명 중 종교인이 681명으로 1위로 드러나 충격을 전했다. 1년 평균 610건의 전문직 성범죄가 발생했는데 직종별로는 성직자가 442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목회자가 1위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은 허투룬 숫자가 아니다. 굳게 믿고 따랐던, 그리고 가장 친밀했던 이들에게 성폭력 범죄를 당한 뒤 피해자들이 오랜 세월 그 고통과 배신의 수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정신적, 심리적인 공황 속에서 점점 피폐해져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다운뉴스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안수를 받고 현재 전북 익산의 개척 교회 목사로 활동 중인 박 목사가 1999년 과거 신학생 시절 성폭행을 시도해 20년 가까이 그날의 악몽에 고통받고 있다는 조카 이씨와 인터뷰를 전화와 서면을 통해 진행했다.

피해자가 진정 원하는 것은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박 목사 면직’이었다.

#01 풍비박산 난 집안

미성년자 이씨는 사건 당일 어머니께 바로 알렸다. 하지만 어머니는 경찰에 고발하지 않았다. 대신 당시 옆 아파트에 살던 이씨의 외삼촌 박씨 가족에게 충격적인 소식을 전했다.

이씨는 “자초지종을 알게 된 외할머니(박씨 어머니)는 박씨를 끌고 20층 옥상으로 올라가 ‘같이 뛰어내려 죽자’고 하는 등 집안이 풍비박산 났다는 말을 3년 전 막내 이모를 통해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막내 이모가 박씨에게 전화해 ‘야 이 미친 새끼야 너 왜 그랬냐고, XX를 잘라버려라. 왜 그러고 사냐’며 엄청 욕했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소파만 봐도 그날의 사건이 떠오르는 등 트라우마에 빠져 고통스러운 나날을 견뎌야 했다. 더군다나 명절 때나 외할아버지의 부고가 전해져 어쩔 수 없이 참석했던 가족 행사에서 박씨를 마주칠 때마다 상처가 곪아가며 깊어졌다고 한다. 현재 이씨 집안과 박씨 집안은 왕래가 전혀 없다는 것이 이씨의 전언이다.

#02 곪았던 상처가 터지다

상처는 결코 아물지 않았다. 시간이 갈수록 상처는 더해져만 갔다. 이씨는 가까이 거주하고 있던 박씨를 피해 다녀야 했고 박씨의 ‘죽여버리겠다’는 협박이 잊혀 지지 않아서다. 그날의 사건 현장과 비슷한 광경이 눈에 펼쳐질 때마다 자신이 성폭행 당할 뻔한 일이 생각나 몸이 덜덜 떨릴 정도였다.

곪았던 상처는 결국 터져버렸다. 외삼촌 박씨가 2006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목사 안수를 받고 왕성한 활동을 이어간다는 소식이 들려 왔기 때문이다.

이씨는 “조카에게 성폭행을 시도하려 했던 외삼촌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고 목사로 활동을 한다는 것을 납득할 수 없었다”고 말한다. 이어 “박씨는 나에게 제대로 사과를 한 적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상처가 터져버린 또 하나의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사진출처=지난해 3월 5일자 순복음가족신문 7페이지 하단]

#03 박 목사 도마 위에 오르다

이씨는 오랜 고민 끝에 2015년 여의도순복음교회에 '그날'의 사건을 제보하고 박 목사의 자질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교회는 2016년 초 박 목사에 대해 사직 처리했고, 박 목사는 지난해 3월 전북 익산시에 '개척 교회'를 설립했다.

이를 납득할 수 없었던 이씨는 "성추행범 박 목사에게 왜 지원금까지 주면서 개척토록 했느냐, '징계면직'하라"면서 지난해 6월 교단 총회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지난해 9, 10월 두 차례에 걸쳐 교단 재판위원회 아래 재판이 열렸다.

#04 교단 재판의 한계와 어쩔 수 없는 합의

대한민국은 종교의 자유가 보장된 나라다. 이 때문일까? 목회자가 성 추문이 불거졌을 경우 법의 엄정한 칼날을 들이대기가 다소 어려운 것 또한 엄연한 현실이다.

교단 재판위원회 역시 박 목사의 출교 등 징계 조치는 어렵다고 봤다. 1999년에 벌어진 사건이기 때문에 성범죄 공소시효(민·형사법 10년, 여의도순복음교회법 3년)가 이미 지났으므로 이 사건으로 인해 목사 면직이 불가능하다는 한계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이씨가 오랜 기간 동안 고통을 받고 있으며 가해자 역시 범행사실을 인정한 점 등을 고려해 피해자가 가해자로부터 사과와 위로금 2000만원을 받고 더 이상 문제 삼지 않는다는 조건으로 합의토록 했다. 하지만 이씨는 인정할 수 없었다.

이씨의 진술서에 따르면 교단 재판을 받는 상황에서 박 목사는 “나도 그때 너무 괴로웠다. 그래서 회개기도를 했고 죄 사함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박씨의 이런 행태를 지켜보고 있던 교단 재판에 참관했던 위원장 외 4명 목사들도 분개했다는 것이 이씨의 진술서 내용이다.

이씨는 “합의금이 외삼촌(박 목사)이 아닌 외숙모 이름으로 입금됐다"면서 "이 또한 진심으로 사과하거나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나아가 '합의 파기' 사유에 해당한다면서 재판위에 항소장을 제출한 상태다.

사진은 제보자 이씨와 박 목사 합의서. [사진제공=제보자 이씨]

#05 엇갈리는 입장

지난달 11일 이씨에 따르면 박 목사는 "법적으로 이미 합의가 된 사안이고, (입금 당시) 아내 이름에서 내 이름으로 미처 바꾸지 못했지만 약속된 금액도 다 보내며 충분히 이행했다"면서 "더 이상 문제될 게 없는데 이를 다시 들춰내면 (당사자간) 합의 위반이고 명예훼손과 배상책임 등이 따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 목사는 지난해 교단 재판위원회에서 가해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늦게나마 사과하고 용서를 빌었는데 (이씨가) 또 다시 용서를 빌라고 한다"면서 "목회를 그만두게 하는 것이 목적인데, 내가 목회자(목사)가 돼서 성추행을 한 것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현재 여의도순복음교회 측은 홈페이지에 있는 박 목사와 그의 교회 등 관련 소개 정보를 최근 모두 삭제했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이 아니다.

이씨는 “공소시효가 폐지되면 친족 미성년자 성추행, 성폭행 미수로 형사에 고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박 목사가 또다시 미성년자에게 추악한 손길을 뻗으면 어떻게 하냐? 2차 피해자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에 이를 악물고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로 박 목사 면직 탄원서를 제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업다운뉴스는 박 목사의 입장을 듣기 위해 여러 차례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성희롱성폭력특별신고센터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여성인권진흥원 변혜정 원장은 2일 업다운뉴스와 인터뷰에서 “대다수 미성년자 친인척 성폭력(성폭력, 성추행) 피해자의 경우 뒤늦게 신고를 하거나 도움을 요청한다”며 “미성년자 피해자는 성폭력을 당했다는 인식을 못 할 수도 있다. 친인척 관계라서 사건을 은폐하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성폭력은 잘 모르는 사람이 일으키는 범죄라고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선입견은 버려야 한다. 성폭력은 ‘친밀한 관계’에서 벌어진다. 한국 사회뿐만 아니라 친인척 관계에도 전반적으로 남성 권력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관계일수록 성폭력에 노출되기 쉽다”고 경고했다.

이선영 기자  bbilly0411@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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