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박상욱 기자] “가장 모던하지만 가장 한국적인 옷이며 한국 고유의 아름다움을 변화무쌍하고 무궁무진하게 보여주는 옷.”

“바람을 담아낸 듯 자유와 기품을 한 데 모은 옷.”

1994년 파리 컬렉션에서 처음 선보인 ‘바람의 옷’에 대한 당시 평가다. ‘바람의 옷’이란 저고리 없는 한복치마다. 전 세계는 이 ‘바람의 옷’에 대해 한복이 지닌 고유한 미학을 직관적으로 보여준 최고의 디자인이라는 찬사를 보냈다.

‘바람의 옷’으로 한복의 아름다움을 전 세계에 알렸던 한복 디자이너 이영희 씨가 별세해 안타까움을 자아내고 있다. 향년 82세.

이영희 씨는 17일 0시40분께 별세했다. 한 달 전 폐렴으로 입원했다가 병세가 악화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영희 씨는 전 세계에 한복을 알리는 데 큰 공헌을 했다. 1993년 국내 디자이너 최초로 프랑스 파리 프레타 포르테(기성복쇼)에 참가, 한복을 선보였고, 2000년 미국 뉴욕 카네기홀에서 '윈드 오브 히스토리' 패션 공연을 했다. 2004년 뉴욕 맨해튼에 이영희한복박물관을 개장하기도 했다. 2010년에는 한복 최초로 파리 오트쿠튀르(주문복) 패션쇼를 열었다.

최근 성황리에 마친 평창동계올림픽 개막식에 ‘올림픽 찬가’를 부른 황수미 소프라노의 한복을 제작한 이도 바로 이영희 씨다. 금빛과 흰색 등이 어우러진 품격 있는 한복 드레스로 눈길을 끌었다.

이영희 씨는 단순히 한복이라는 우리나라 전통 의상을 계승하는 데 그치지 않았다. 그는 끈임없는 혁신가이자 창조자였다.

이영희 씨가 “전적인 미래란 과거를 바탕으로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이러한 평가를 잘 나타내준다. 이영희 씨는 ‘바람의 옷’에 대해 “한복이 우리 생활 속에 배어 들게 하기 위해선 불필요한 장식부터 과감히 없애는 작업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먼저 저고리의 고름을 떼어버렸다”고 디자인한 배경을 설명한 대목도 일맥상통하다.

이영희 씨는 전 세계에 한복의 아름다움과 우수성을 알리는 데 국한되지 않는다. 이영희 씨는 선조들이 우리에게 남겨준 전통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주고 있다.

“과거를 모르면 현재가 없고, 조상의 문화를 버리면 현재의 문화도 없다. 전통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느끼는 것이다. 전통을 알면 내가 즐거워진다. 나는 '아름다움'이 지닌 보편성과 공감성의 힘을 믿는다. 한국여인에게 아름다운 옷은 세상 모든 여인들에게도 아름다울 수 있지 않을까? 우리의 전통 미학이 계속 새로운 손길로 재 탄생되고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다.”

많은 대중들이 이영희 씨 죽음을 애도하고 있다. 그는 갔지만 그가 남긴 ‘바람의 옷’과 전통에 대한 사랑과 열정은 우리 모두에게 영원히 남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