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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남압박' 북한 핵실험장 폐기 언론초대 '반쪽' 이행, 정부 유감과 기대 사이

  • Editor. 김민성 기자
  • 입력 2018.05.22 16: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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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북한의 비핵화 첫걸음을 내딛는 행사에서 한국 미디어는 끝내 ‘패싱’됐다. 북한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한국 등 5개국 국제사회의 언론을 초청하겠다는 약속을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중국 베이징에서 기다리던 남측 기자단만 배제되자 우리 정부는 기자단 방북무산에 유감을 표했지만 북한의 대남 압박모드를 실체로 확인한 셈이 됐다.

북한 원산발 AP통신 기사에 따르면 22일 미국, 영국, 중국, 러시아 기자들이 북한 고려항공 전세기를 타고 베이징 공항을 떠나 원산에 도착했다. 

방북한 미국 CNN, 미국 APTN, 중국 CCTV, 러시아, 영국 언론 관계자들은 이날 원산에서 하루를 묵은 뒤 기차편으로 풍계리까지 이동하게 된다. 북한은 외신만 초청한 가운데 23~25일 날씨조건을 고려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 우리 정부 “기자단 방북무산 유감”

뉴시스에 따르면 한국 취재진 8명은 이날 베이징에서 주중 북한대사관의 비자발급을 기다리고 정부 당국도 판문점 채널로 북측에 남측 취재단 명단 접수를 거듭 요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핵실험장 폐기식 취재는 끝내 무산됐다.

통일부는 "북측이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 행사에 우리 측 기자단을 초청했음에도 불구하고 북측의 후속 조치가 없어 기자단의 방북이 이루어지지 못한 데 대해 안타깝고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한국 언론 배제 조치를 통해 미국이 강경 일변도로 CVID, 즉 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돌이킬 수 없는 비핵화를 요구하고 있는 것에 반발한 북한이 비핵화 현안을 유연하게 처리할 수 있도록 한국의 역할을 압박하는 기조를 유지한 것으로 분석된다.

◆ 미국 핵무기 전문가 올브라이트, 北 핵실험장 폐기는 ‘화려한 쇼’

이런 상황에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식을 바라보는 시각은 크게 나아지지 않고 있는 분위기다.

AP통신은 이날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에 의미를 둘 수는 있지만 ‘제스처일 뿐’이라고 분석했다. 북한이 이미 이곳에서 6차례 핵실험을 했고 만약 실험을 더 할 필요가 있다면 새로운 실험장을 건설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아울리 풍계리 핵실험장에서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구체적인 사항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고 있고 북한이 4개국 언론에만 폐기식을 공개하고 국제 핵 전문가들은 배제해 우려가 나오고 있다는 점도 짚었다.

미국의 핵무기 전문가인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 소장은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를 '화려한 쇼'라고 규정하면서 증거인멸로 인해 추후 검증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아 주목을 끌었다.

울브라이트 소장은 21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과 인터뷰에서 북한이 국제원자력기구(IAEA), 포괄적핵실험금지조약기구(CTBTO)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아 "검증 조치라기보다는 화려한 쇼에 가깝다"고 비판했다. 

이어 폐기식이 북한의 비핵화를 실제로 상징하는 조치로 받아들여지려면 폭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핵실험에 사용된 장비, 갱도 구축 방법, 핵무기 제조법, 핵실험 수행 능력 등의 공개가 우선라는 주장이다. 폐기 자체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비핵화 의지를 확인하는 차원에서는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북한은 현재 만들고 있거나 향후 만들겠다고 마음만 먹으면 이런 장비들을 다른 핵 실험장으로 간단히 옮길 수 있다는 시각에서 부정적으로 바라본 것으로 풀이된다.  

◆ 통일부 “비핵화 초기조치 이행에 주목”

이 같은 비관론도 있지만 우리 정부는 기자단 방북무산에 유감을 표하면서도 북한 핵실험장 폐기가 그나마 약속대로 진행되는 것이 새달 12일 싱가포르에서 예정된 북미 정상회담 개최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판문점 선언’의 취지를 살려 남북 간 모든 합의 이행을 강조한 통일부는 "북측이 공약한 비핵화의 초기조치인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가 예정대로 진행되고 있는 점은 주목한다"며 "북한의 이번 조치가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적 개최로 이어지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비록 한국 취재진이 현장에서 지켜보지는 못하게 됐지만 북한이 비핵화의 첫걸음을 내딛는 조치가 이행되는 것이 북미 정상간 비핵화 담판 무산 우려는 씻어낼 것이라는 시각으로 풀이된다.

◆ 정의용 “북미정상회담 99.9% 성사 가능성”

이날 워싱턴에 도착해 1박 4일간의 방미 일정에 들어간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한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은 워싱턴행 대통령 전용기 내에서 북미정상회담 99.9% 성사 가능성을 전망했다. 뉴시스에 따르면 정 실장은 23일 ‘원 포인트’ 한미 정상회담의 목표에 대해 “북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키는 것과 만일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경우 그 합의를 어떻게 이행해 나갈지 논의하는 것"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정의용 실장은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짜여진 각본이 전혀 없다. 대개의 정상회담은 합의문 초안 작성 등 99.9% 사전 조율을 끝내는 게 관행이지만 이번 회담은 그런 것이 전혀 없다"며 “'한미 정상회담 이후 상황을 어떻게 잘 이끌어 나갈 것인가'를 놓고 솔직한 의견을 교환하기 위한 것이 주요한 목적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의용 실장은 “북미 정상회담이 99.9% 성사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실험장 폐기식에 초청 약속을 어기고 남측 기자단을 배제하는 것으로 북한이 대남압박 기조를 표면화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 정상회담에서 북한 비핵화 현안에 대해 얼마만큼 흉금 없이 마음을 털어놓고 한반도에 평화를 정착시킬 수 있는 긍정적인 지향점의 단초를 도출해낼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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