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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태죄 폐지' 헌법소원 법무부 공개변론 요지서 논란과 해명에 남는 씁쓸한 여운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8.05.24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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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헌법재판소가 24일 대심판정에서 낙태죄 관련 형법 269조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사건의 공개변론을 진행한 가운데 법무부가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을 상대로 작성한 변론 요지서의 내용이 논란이 되고 있다.

전날 CBS 노컷뉴스가 입수해 공개한 법무부의 변론 요지서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낙태죄 폐지 찬반을 ‘여성의 자기결정권 vs 생명권’으로 전제하고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여성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으로 속단하고 있다는 점이다.

“통상 임신은 남녀 성교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 강간 등의 사유를 제외한 자의에 의한 성교는 응당 임신에 대한 미필적 인식을 가지고 있다고 할 것”이라는 문장에도 법무부가 이번 낙태죄 폐지 논란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 지가 드러나고 있어 낙태죄 폐지론자의 반발을 불렀다.

온라인과 SNS에서 비판 여론이 불거지자 법무부는 이날 설명자료를 통해 “낙태를 원하는 여성을 무책임한 여성으로 폄훼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며 “태아의 생명권은 성장 상태와 무관하게 보호돼야 할 중대한 기본권이고, 현행법상 낙태를 일부 허용하는 등 여성의 자기결정권이 과잉제한 되고 있지 않으므로 낙태죄에 대해 합헌 의견을 개진했다”고 밝혔다.

이어 “낙태 허용이 여성이 임신으로 인해 겪게 되는 사회적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방안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낙태 허용 시 △낙태율 급증 △여성의 신체적·정신적 건강 훼손 △생명경시 풍조 확산 등 오히려 더 큰 사회적 병리 현상이 초래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또 “낙태죄에 대한 논의는 태아의 생명권과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어떻게 조화롭게 해석할 것인가의 문제”라고 밝혔다. 이어 “(헌법소원을 낸) 청구인이 낙태를 형사처벌하는 경우 불법시술이 만연해 여성의 건강권이 침해된다는 취지로 주장했는데 논리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주장”이라고 지적하면서 “논리적으로 부당하다는 점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기 위해 마약 관련 내용을 비유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생명권’의 의미가 아이의 생명만이 아니라 아이가 태어난 이후 삶까지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태어난 아이의 삶을 국가가 제대로 책임을 지고 있는가라는 물음 또한 던지고 있어 이번 낙태죄 폐지 논란의 여운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의 변론 요지서가 논란을 부르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도 들썩였다. 이날 오후 현재 낙태죄 폐지에 대한 청원이 모두 400개 넘게 올라왔다. ‘낙태죄 폐지에 반대 의견을 개진한 법무부에 책임을 물어 박상기 법무부장관 경질을 요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게시물에 1만명 넘게 동의하고 있다.

국민청원인은 “지난해 2월 16일 문재인 당시 대통령 후보는 페미니스트 대통령이 되겠다고 공약했다”며 “정부가 실태조사를 통해 그 토대로 (낙태죄 폐지에 대한) 법적 논의를 하겠다 공언했는데 법무부가 실태조사 조차도 근거로 하지 않은 채 반대 의견을 내는 것은 모순이라고 사료된다”고 주장했다.

헌재는 2012년 8월 낙태죄 관련 형법 270조1항의 헌법소원 심판에서 재판관 4대4 의견으로 합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낙태죄 관련 헌법소원 심판 사건 공개변론에서 청구인 측은 헌법이 보호하는 여성의 권리를 강조했고 법무부 측은 태아 생명권을 앞세워 격론을 벌였다.

이에 앞서 법무부 측이 낙태죄 폐지를 요구하는 청구인의 입장을 더욱 세심히 헤아려 봤다면 이런 논란을 낳았을까. 변론 요지서에 청구인을 “성교는 하되 그에 따른 결과인 임신 및 출산은 원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명시한 것으로 보아 그렇지 않았을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라서 세인들을 씁쓸하게 만드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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