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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차 남북정상회담 '실용주의' 셔틀 회동의 의미, 한반도 평화시계 새로운 시작

  • Editor. 김민성 기자
  • 입력 2018.05.27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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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 이제 시작이지만 그 시작은 과거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시작이 아니라 완전히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26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전격적으로 가진 2차 남북 정상회담에 대한 소회다. 어려운 사정이 생겼지만 "일체의 형식 없이 만나고 싶다"는 김 위원장의 제의를 흔쾌히 수락하고 하루 만에 문 대통령이 판문점 북측 지역 통일각으로 건너가 허심탄회한 대화로 ‘우선 멈춤’ 상태의 한반도 평화시계를 김 위원장과 다시 누른 ‘새로운 시작’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한 것이다. 

4.27 판문점 선언 이후 6.12 북미 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북미 간에 오해가 싹트고 우려와 불안을 감추지 못하는 비난과 위협 공방 속에 표면적으로 북미 정상 회동이 무산된 상황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난 정상회담의 형식은 파격적이었고 실용적이었다. 

위기 극복의 원 포인트 회동으로 ‘실무형 정상회담’이라는 전형을 새롭게 만들어낸 것이 주목을 받는다.

평화와 번영의 길을 향해 이인삼각 하자는 판문점 약속으로 뜨겁게 포옹한 이후 혼돈 속에 맞은 난관들을 헤쳐 나가려는 남북 정상의 소통은 당장에는 ‘취소-재추진’ 상태의 싱가포르 북미 서밋의 성사를 위한 해법과 잠시 냉각기를 맞았던 남북 관계의 복원에 맞춰졌다.

문재인 대통령은 27일 청와대 브리핑과 기자회견을 통해 전날 2차 남북정상회담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대화를 나눈 내용과 합의 사항을 북한의 요청에 따라 하루 뒤 밝히게 된 점을 설명하면서 "김 위원장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의지가 확고하다는 점을 어제 다시 한 번 분명하게 피력했다"며 "김 위원장은 비핵화 의지가 불분명한 것이 아니라 자신들이 비핵화할 경우 미국이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체제 안전을 보장할 것이라는 점을 신뢰할 수 있는지 걱정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그래서 문 대통령은 지난 22일 한미정상회담에서 '북한이 비핵화를 할 경우 적대관계를 확실히 종식시킬 뿐 아니라 경제적 번영까지 돕겠다'고 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사를 분명히 전달했다고 설명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북미 정상회담이 난기류에 휩싸인 가운데 북미 간 데탕트(화해)의 적극적인 ‘중재자’로서 역할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일각의 우려 속에 이번 실무형 남북 정상회담처럼 조용하면서도 실질적인 행보를 통해 ‘촉진자’로서 기여하려는 노력의 결실을 이뤄낸 것으로 볼 수 있다.

문 대통령은 “특히 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 모두 북미 정상회담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고 있는 만큼 양측이 직접적인 소통을 통해 오해를 불식시키고, 정상회담에서 합의해야 할 의제에 대해 실무협상을 통해 충분한 사전 대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는데 김 위원장도 이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북미 정상회담의 성사를 위해서는 북미 간 실무진 접촉이 시급하다고 강조하면서도 한반도 비핵화 로드맵과 관련해서는 “북미 간 협의할 문제”라며 “제가 앞질러 제 생각을 말씀드리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선을 그어 직접적인 중재보다는 조언을 통해 명분보다는 실리, 즉 ‘일이 되게 한다’는 조력자 역할이 부각되고 있다.

요란한 환영행사도 환송연도 없이 핫라인 통화가 아니라 어려운 사정이 닥쳤을 때 ‘버선발’로 판문점으로 달려와 정상끼리 흉금을 털어놓은 이번 실무형 회담에서는 4.27 판문점선언의 조속한 이행을 재확인했다. 새달 1일 남북 고위급 회담 개최를 시작으로 함께 군사적 긴장 완화를 위한 군사당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적십자 회담을 잇따라 갖기로 합의하면서 남북 관계의 협력과 소통에도 탄력이 붙게 됐다.

뉴시스에 따르면 북한 조선중앙통신도 문 대통령의 기자회견보다 앞서 이날 “(남북 간의) 부문별 회담도 가속적으로 추진해 나갈 데 대한 문제들을 합의했다"고 전하며 "(김 위원장은) 조선반도 비핵화를 실현하기 위해 공동으로 노력해 나갈 데 대한 입장을 표명하고, 수시로 만나 대화를 적극화하며 지혜와 힘을 합쳐나갈 데 대해 견해를 같이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앙통신은 "북과 남의 최고수뇌가 격식과 틀 없이 마음을 터놓고 중대한 현안문제들에 대해 솔직한 대화를 나눈 이번 상봉은 북남관계 발전에서 새로운 장을 열어놓는 또 하나의 역사적 계기로 된다"고 큰 의미를 부여했다.

청와대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2차 남북정상회담 모두발언에서 김 위원장이 평양에서 대접하지 못한 데 대한 안타까움을 표하자 "평양을 방문해서 제대로 대접받는 것도 큰 의미가 있지만, 남북 정상이 쉽게 만나자, 좋다, 이렇게 했을 때 판문점에서 만날 수 있다는 것도 남북 간 새로운 시대가 열린 게 아닌가(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정은 위원장도 이어진 모두발언에서 "우리가 다시 한번 (의지를) 재확약하고, 이런 계기를 통해서 마음이 더 가까워지고, 평양과 서울이 더 가까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한다"고 화답했다. 

남북 정상은 변화된 회담의 상징과 행동에 대해 나름의 평가를 공유했다. 문 대통령은 "과거에는 남북 정상이 마주 앉으려면 긴 시간 많은 노력이 필요했는데, 필요할 때 기회가 돼 쉽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은 남북 관계의 새로운 시대를 보여주는 하나의 징표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도 "(4.27일 회담에서) 북남문제 중요한 시기에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누고 진지한 자리에서 논의하자고 했는데 오늘은 실질적으로 보여준 첫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국내 정치권에서는 자유한국당을 제외한 야당들이 즉각적인 논평을 통해 남북 정상회담 형식의 변화에 대해 의미를 높게 평가했다. 보수야당인 바른미래당 신용현 수석대변인은 “필요에 따라 언제든지 격식 없이 열릴 수 있다는 사례를 만든 것으로 큰 의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최경환 민주평화당 대변인은 "형식적인 면에서 남북 셔틀정상회담이 성사된 것으로, 남북정상회담의 정례화에 발판을 놓은 회담이었다. 남북 정상이 중대 현안 문제에 대해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선례를 만든 것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라고 높게 평했다. 추혜선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남북의 물리적 거리뿐만 아니라 마음의 거리도 멀지 않다는 것을 전 세계에 보여준 상징적 장면"이라고 밝혔다.

단,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만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2차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미북 정상회담이 교착 상태에 놓인 상황에서 한반도 문제를 평화롭게 풀기 위해 남북의 정상이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눈 것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면서도 “새로운 내용이나 논의의 진전은 전혀 없고 미국의 강경한 입장에 직면한 두 정상의 당혹감만 확인할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국제 전문가도 탈 형식으로 거리가 좁혀진 남북 정상의 회동에 대해 주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미국 중도 성향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스팀슨센터 제니 타운 연구원은 “그들(남북 정상)이 직접 소통하고 급하게 만날 정도로 편안함을 느끼고 있다"며 "김정은 위원장은 어색한 악수 대신 마치 오랜 친구처럼 문 대통령을 맞이했다"고 밝혔다. 

"친구 간의 평범한 일상처럼 이루어진 이번 (2차 남북정상)회담에 매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다. 남북은 이렇게 만나야 한다는 것이 제 생각"이라고 한 문재인 대통령의 견해처럼 이제 남북은 판문점 선언을 통해 한반도 평화에 닥친 난관은 각자의 위기가 아니라 ‘우리의 위기’라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어려운 때일수록 형식을 파괴한 신속한 셔틀 회담을 통한 실용주의 행보로 한반도 평화지도의 밑그림을 남북 정상이 함께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예전에 있었던 ‘또 하나의 시작’과는 완전히 달라진 ‘새로운 시작’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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