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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색 수배령과 갑질, 회장님과 사모님의 씁쓸한 민낯

  • Editor. 김기철 기자
  • 입력 2018.05.30 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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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e oblige). 높은 사회적 신분에 상응하는 도덕적 의무를 뜻한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가진 자들’의 책임과 품격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요즘 대한민국 0.01% 있는 자들의 일그러진 행태를 보면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성 추행 의혹을 받고 있는 한 그룹의 회장은 해외로 나가 병을 이유로 돌아오지 않고 있고 ‘땅콩회항’과 ‘물컵 갑질’의 장본인들인 조현아 조현민 자매의 모친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15시간 경찰 조사 후 죄송하다는 말만 되풀이하며 고개를 숙였으나 그의 진심을 믿은 이들은 그리 많지 않은 듯하다. 재벌 일가들이 죄를 지은 뒤 늘 하는 관행과 크게 벗어나지 않는 까닭이다.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 비정규직지회·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 소속 5명의 노조 조합원들은 지난 10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10대 그룹 전문경영인과 정책간담회에서 ‘재벌갑질 총수구속'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기습시위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먼저 적색수배령과 기소 중지를 당한 김준기 전 DB그룹 회장 이야기다.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해 9월 11일 30대 초반 여성인 비서 A씨가 같은 해 2~7월 그에게 상습적인 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해 성추행 의혹에 휘말렸다. 김준기 전 회장 측은 신체 접촉 사실은 인정했으나 강제추행은 아니며 A씨가 동영상을 빌미로 거액을 요구했다고 맞대응했다.

공식적으로 지난해 9월 회장 직에서 물러난 김준기 전 회장은 지난해 7월 말 미국으로 떠난 이후 현재까지 귀국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경찰의 3차례 소환과 체포영장 발부, 그리고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공조수사 요구, 적색수배령도 별무소용이었다. DB그룹 측은 김준기 전 회장이 미국에서 신병 치료에 전념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을 뿐이다.

기소중지는 피의자 소재 불명 등으로 인해 수사를 종결하기 어려울 경우 사유가 없어질 때까지 수사를 중지하는 넓은 의미의 불기소 처분을 말한다. 사유가 해소될 경우 수사는 재개되며, 기소중지 처분이 있더라도 공소시효는 유지된다.

직원과 수행기사 등에 대한 '갑질' 논란으로 물의를 일으킨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부인 이명희 일우재단 이사장은 29일 경찰 조사를 마친 후 "상습폭행 혐의를 인정했나", "심경 이야기해 달라", "임직원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 없나"는 질문에 모두 "죄송합니다"라며 앵무새처럼 같은 말만 반복했다. 피해자들에게 합의를 시도했는지, 직접 사과할 의향이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은 채 대기하고 있던 차량에 탑승했다. 일각에서 진정어린 사과와 반성은 없다며 분개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0.01% 가진 자들의 갑질과 일탈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끝판왕’이라고 여길만한 것은 몇 개만 골라도 다음과 같다. CJ파워캐스트 이재환 대표는 수행 비서에게 방에 있는 요강 바가지 씻기기를 명령하는 엽기적인 갑질을 했다고 전해진다.

지난해 1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3남 김동선 씨가 한 술집에서 만취 상태로 종업원 2명을 폭행하고 순찰차 일부를 파손한 혐의로 두 달 뒤 열린 재판에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은 바 있다. 김동선 씨는 6개월 만에 또 다시 음주 상태로 변호사들에게 폭언과 폭행을 저질렀다는 사실이 밝혀져 물의를 일으키기도 했다.

정일선 현대BNG스틸 사장은 3년간 운전기사 61명을 주 56시간 넘게 일하게 만들고 그 중 1명에게 폭행을 저지른 혐의로 지난해 2월 벌금 300만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

지난해 12월에는 두정물산 회장의 아들 임범준 씨가 대한항공 내에서 음주 상태로 승객 및 승무원에게 욕설과 폭행을 휘둘렀고 자신을 제지하려는 직원에게 침을 뱉는 등 난동을 부려 경찰 조사를 받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누구도 크게 제어하지 않는 성장 환경 속에서 쉽게 많은 것을 가지면서 안하무인 성격을 키우게 됐고 물질 만능주의 시대에 돈의 많고 적음이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으로 여기면서 독불장군 식 행태가 발생했다는 등 다양한 이유를 제시하고 있다.

재벌 갑질은 뉴욕타임스 등 외신을 타면서 대한민국에 큰 스크래치를 남겼다. 물론 이것은 빙산의 일각일 수 있다. 수면 위로 떠오른 갑질보다 수면 아래 숨겨져 있는 갑질이 더 많을 수 있다는 얘기다. 정치권력보다 자본권력이 더 센 자본주의 사회에서 재벌 갑질을 효과적으로 막을 수 있는 근본적인 방안을 서둘러 모색해야하는 것은 이 때문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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