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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채용비리 수사 결과에 대중이 분노하는 두 가지 이유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8.06.18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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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과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의 범죄 정황은 너무나도 명백했다. 명백한 정황에 당사자를 무혐 처리했다는 것이 의미하는 것은 단 한 가지다. 수사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은행장을 겸하던 지주회장의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 하위권이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했다. ‘(회)’라고 메모된 채용청탁자는 서류전형 단계에서부터 최종합격으로 추천돼 있었다. 이렇게 확실한 정황에도 불구하고 그 구체적 사실관계를 밝히지 못했다는 것은 무능 아니면 불순한 의도로밖에 볼 수가 없다.”

17일 대검찰청 반부패부(김우현 검사장)의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 수사 결과에 대한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의 반응은 얼음장처럼 차갑고 냉소 그 자체였다.

[사진=연합뉴스]

한마디로 부실수사라는 것이 요지다.

‘성차별’ 채용을 한 것에 대해 은행장과 지주회장이 인지했을 가능성이 높다며 “검찰 수사는 실무자들만을 향했을 뿐 최종 책임자인 CEO들에게는 눈을 감았다”고 목청을 돋웠다.

대중들도 고개를 갸우뚱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과 올해 1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으로부터 넘겨받은 감사 자료에는 금융지주 회장의 채용비리 정황이 담겨 있었다. 서울북부지검 등 6개 검찰청에서 전 방위로 수사를 벌인 결과 치곤 아쉽다는 반응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몸통은 없고 깃털만 있다고 비난의 수위를 높이고 있기도 하다.

이것이 첫 번째 아쉬움이라면 두 번째는 놀라움이다.

전국 6개 시중은행 채용비리 수사 결과는 충격적이었다. 12명 구속기소, 26명 불구속 기소에다 하나은행과 국민은행은 법인 자체가 남녀고용평등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지난달 금감원으로부터 자료를 넘겨받아 서울동부지검이 수사 중인 신한은행 채용비리는 여기에 포함되지도 않았다. 하지만 웬만한 은행은 죄다 채용비리를 아무렇지도 않게 저질렀다는 사실에 취업준비생은 물론 대중들은 경악을 금할 수 없다.

지난 8개월간 금융권을 흔들었던 시중은행 채용비리 사태는 김정태 하나금융회장과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 대상에서 빠진 가운데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광구 전 우리은행장, 성세환 전 BNK금융 회장 겸 부산은행장,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대구은행장 등 거물급이 줄줄이 기소되면서 일단락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대중들은 금융권 채용비리 백태에 여전히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금융권 채용비리 백태. [사진=연합뉴스]

은행별로 비리 사례와 그 파장을 알아보면 다음과 같다.

# KEB하나은행 김정태 회장은?

하나은행은 국민은행과 함께 남녀 지원자 합격선을 달리 둬 여성단체의 비난을 자초했다.

함영주(61) 은행장의 불구속 기소 포함해 하나은행은 2명이 구속기소, 5명이 불구속 기소되는 아픔을 맛봐야 했다. 함영주 은행장은 2015년 채용과정에서 남녀 합격비율을 인위적으로 조정하기 위해 불합격자 9명을 합격시킨 혐의(업무방해 및 남녀고용평등법 위반)를 받는다.

함 은행장은 2016년 신입행원 채용에서도 남녀 합격자 비율을 4대 1로 맞추기 위해 불합격자 10명을 합격시킨 혐의도 받는다.

하나은행의 경우 현직 행장이 기소된 상태여서 경영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유죄 판결 시 곧바로 공석이 될 수 있기 때문에 불확실성이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함영주 행장은 김 정태 회장 유고 시 직무대행을 맡을 하나금융 2인자로 꼽히고 있기 때문에 그 공백은 하나은행은 물론 지주사에도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노조가 부실 수사라고 비판하는 것은 금감원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3년 하나은행 지원자의 추천 내용에 '최종합격'이라는 조건과 함께 추천자 이름이 '김○○(회)'로 표기돼 있었고 '(회)'가 통상 회장이나 회장실을 의미한다는 담당자의 진술도 확보했기 때문이다.

# KB 국민은행, 윤종규 회장 검찰의 칼날을 피하다

5명이 재판에 넘겨진 국민은행은 윤종규 KB금융지주 회장이 기소를 면해 한숨을 쉬게 됐다.

하지만 이모(59) 전 부행장 등 3명은 2015년 상반기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남성합격자 비율을 높일 목적으로 남성 지원자 113명의 서류전형 평가점수를 높이고 여성 지원자 112명의 점수를 낮춘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윤종규 회장은 종손녀가 서류전형과 1차 면접에서 최하위권에 들었다가 2차 면접에서 최고 등급을 받아 4등으로 합격한 것이 특혜채용 의심 사례로 꼽혔으나 검찰의 칼날을 피했다.

# 우리은행, 금융권 채용비리의 시발점 그 결말은?

우리은행은 이광구(60) 전 은행장을 포함, 6명이 불구속 기소됐다. 이광구 전 은행장은 2015년 채용과정에서 전 금감원 부원장 조카 등 불합격자 5명을 합격시킨 혐의를 받는다.

이광구 전 은행장의 공소사실에는 2016년 신입행원 채용과 2017년 대졸 공채 과정에서도 은행간부 등의 자녀를 부정하게 합격시킨 혐의도 포함돼 있다.

사실 금융권 채용비리의 시발점은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우리은행 채용비리 의혹을 제기하면서부터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파문이 일자 곧장 도의적 책임을 지고 사퇴했다.

[사진=연합뉴스]

# 부산은행, 기록을 쓰다

부산은행은 성세환(66) 전 은행장 등 7명 불구속 기소, 3명 구속 기소 등 기소 대상자 가장 많았다. 성세환 전 은행장은 2012년 11월 5·6급 신입행원 채용과정에서 부산시 세정담당관 송모씨(62)로부터 아들 채용청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한 혐의(업무방해)를 받는다.

또 딸을 채용해달라는 조문환(58) 전 새누리당 의원의 부탁을 받고 시험점수를 조작한 혐의를 받는 경영지원본부장인 박모(55)씨 등 직원 4명도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은행은 조문환 전 의원 딸 점수를 조작했지만 합격권에 들지 못하자 규모를 늘려 합격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조문환 전 의원은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는다.

# 대구은행 증거인멸교사까지

대구은행은 박인규(64) 전 은행장을 포함해 8명이 채용비리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박인규 전 은행장은 2014~2017년 4년 동안 총 7차례 시험점수를 조작하는 방법 등으로 채용비리를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다. 박인규 전 은행장은 지난해 11월에는 금감원이 채용비리 감사에 나서자 이를 피할 목적으로 인사부 직원들을 시켜 컴퓨터를 교체하고 채용비리 관련 서류를 폐기하게 한 혐의(증거인멸교사)도 받고 있다.

# 광주은행, 딸 면접에 들어가 고득점 부여

광주은행 양모(54) 전 부행장과 서모(52) 전 부행장 등 4명은 불합격자 점수를 높이고 합격자 점수를 낮추는 방식으로 채용비리를 저질렀다. 특히 양 부행장은 신입행원에 지원한 자신의 딸 면접에 직접 참여해 고득점을 부여한 혐의도 받고 있다.

청년실업률이 역대 최악이라는 뉴스가 전해지고 있는 요즘 금융권 채용비리는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양성 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남녀 성차별 그리고 학벌 차별은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말한 “기회는 평등하고, 과정은 공정하고, 결과는 정의롭다”는 특권과 반칙이 없는 공정하고 정의로운 사회의 모습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은행은 신뢰를 먹고 사는 기업인데 ‘공개채용’을 믿고 지원한 수많은 지원자와의 약속과 다른 기준으로 채용했다는 것은 그 신뢰를 저버린 행동이다. 공정치 못한 경영은 자신들이 말하는 시장경제 차원에서도 온당치 못하기 때문에 청년들의 성실한 노력이 제대로 평가받는 공정한 채용과정은 우리 모두의 책무이다.”

심상정 의원이 지난달 24일 은행권 채용비리 의혹을 겨냥한 '채용절차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을 대표 발의하면서 한 말이다. 다시 한 번 우리 사회가 명심해야할 말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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