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조승연 기자] ‘원조 붉은악마’ 벨기에가 32년 만에 역대 월드컵 최고 성적을 3위로 끌어올리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1966년 첫 우승 이후 1990년 4강 진출이 최고 성적이었던 ‘삼사자군단’ 잉글랜드는 28년 만에 다시 맞은 3,4위전에서 완패해 끝내 메달을 받지 못했다.
벨기에는 14일 밤(한국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국제축구연맹(FIFA) 러시아 월드컵 3-4위 결정전에서 킥 오프 4분 만에 터진 토마 뫼니에의 선제골과 종료 8분전 폭발한 에당 아자르의 추가골로 잉글랜드를 2-0으로 완파했다. 벨기에는 G조리그 3차전에서 잉글랜드를 1-0으로 꺾은 뒤 재격돌에서 스코어를 벌려 쾌승을 거둔 것이다.
1930년 월드컵 원년대회 참가국인 벨기에는 7번째 본선 무대인 1986년 멕시코 월드컵에서 4강에 오른 역대 최고 성적을 업그레이드했다. 당시 우승국 아르헨티나에 0-2로 패해 결승행이 좌절된 뒤 3,4위전에서 프랑스에 연장까지 가는 혈전 끝에 2-4로 패해 4위를 기록했다. 이후 벨기에는 1990, 1994, 2002년에 16강 진출에 이어 2014년엔 8강까지 올랐고 4년 만에 최고성적을 3위로 끌어올렸다.
32년 전 4강 돌풍으로 ‘붉은악마’로 불리기 시작한 벨기에는 ‘황금세대’를 앞세워 러시아에서 진군을 거듭해온 끝에 FIFA도 최대강점으로 꼽은 ‘팀 스피리트’로 뭉쳐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특정 스타에 의존하지 않고 득점루트가 다변화된 게 4년 뒤 벨기에 축구의 대도약 가능성을 밝히는 수확으로 꼽힌다. 이날 득점선두(6골)에 올라 있는 잉글랜드 에이스 해리 케인처럼 벨기에 골잡이 로멜루 루카쿠(4골)도 유효슛을 날리지 못했지만 벨기에는 아자르가 3골로 골 수확을 늘리는 등 10명이 골 시트에 이름을 올렸다.
이날까지 7경기를 치르는 동안 벨기에가 얻은 골은 16골로 러시아 월드컵 32강 중 최다득점이다. 이중 상대 자책골을 제외한 15골을 두 자릿 수 ‘붉은악마’들이 고르게 분담한 것이다. 이는 1982년 프랑스, 2006년 이탈리아가 기록한 최다득점선수와 동률을 이루는 성과다.
비록 결승무대까지는 진격하지 못했지만 ‘원팀’으로 뭉친 벨기에 붉은악마의 통합과 연대의 진군을 보여준 대표적인 기록이기도 하다.
아울러 우승후보 브라질을 8강에서 따돌리고 4강에서만 프랑스에 0-1로 패했던 벨기에는 월드컵에서 6승을 거두고도 우승하지 못한 네 번째 국가가 됐다. 1974년 폴란드(3위), 1990년 이탈리아(3위), 2010년 네덜란드(준우승)에 이어 1패만 당하고도 정상을 밟지 못한 돌풍의 팀으로 남게 된 것이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 진출한 선수들이 많은 벨기에를 맞아 축구종가의 자존심을 메달로 지켜내려 했던 잉글랜드는 케인이 침묵하는 등 골운까지 따르지 않아 28년 전과 같은 4위로 대회를 마감했다. 1990년엔 우승국 서독에 승부차기로 패한 뒤 3위 결정전에서 개최국 이탈리아에 1-2로 분패했다. 잉글랜드는 프랑스-크로아티아 결승에서 해트트릭이 터져 케인을 추월하는 골잡이들이 나오지 않는 한 1986년 개리 리네커 이후 32년 만의 골든부트(득점왕)를 배출하는 것으로 위안을 삼을 수 있는 기회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