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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준표 '자살 미화 풍토' 비판, 다시 소모전? '노회찬 현상' 자성과 성찰도 부족한 때인데...

  • Editor. 김민성 기자
  • 입력 2018.07.29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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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영면에 든 지 이틀 만에 미국발 자유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의 ‘자살 미화 풍토' 우려론이 정치계에 논란을 던지고 있다.

홍준표 전 대표가 “어떤 경우라도 자살이 미화되는 세상은 정상적인 사회가 아니다”라고 SNS 글을 올리자 진보진영의 정의당과 민주당은 일제히 반발했다.

정의당은 “무능한 홍준표 전 대표의 막말”이라고 일갈했고, 민주당은 “잔혹한 노이즈 마케팅”이라고 비판했다.

27일 경기도 남양주시 모란공원에서 추모객들이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을 추모하는 액자를 묘소 앞에 두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6월 지방선거 참패 직후 당직을 사퇴하고 미국에 머물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잘못을 했으면 그에 상응하는 벌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지 그것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살을 택한다는 것은 또 다른 책임회피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노회찬 현상'으로 불릴 정도로 7만 명 넘게 애도 물결이 이어진 고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 대한 국내의 추모 분위기와 관련해 홍준표 전 대표는 “오죽 답답하고 절망적인 상황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할 수밖에 없었는지 일견 이해는 갑니다만 그래도 자살은 생명에 대한 또 다른 범죄다"라며 "사회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은 그래서 더욱 잘못된 선택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사회 지도자급 인사들의 자살을 미화하는 잘못된 풍토는 고쳐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정의당은 강력히 반발했다. 정의당 최석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수많은 막말 어록을 남긴 홍 전 대표가 국민의 사랑을 받는 촌철살인 어록의 정치인 고 노회찬 원내대표의 마지막 가시는 길에 막말을 하나 더 얹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 누구도 노 원내대표의 죽음을 미화하지 않았다"며 "죽음에 이르기까지의 상황에 대해 공감하고 마음 아파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다른 사람의 처지를 생각할 줄 모르는 ‘생각의 무능’은 ‘말하기의 무능’을 낳고 ‘행동의 무능’을 낳는다"며 "홍 전 대표가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여당인 민주당은 홍준표 전 대표의 ‘자살 미화 풍토’ 비판에 대해 “노회찬 의원의 사망을 애도하고 추모하는 것은 고인의 생전의 삶의 궤적을 볼 때 상식”이라고 반박했다. 김현 민주당 대변인은 이날 서면브리핑을 통해 “사회적 약자와 서민을 위해 일관되게 노동운동과 정치적 활동을 해온 삶을 반추하면 그의 죽음을 비통해하고 안타까워하는 것이 당은 달라도 동시대 정치인의 태도여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럼에도 이를 두고 죽음을 미화한다느니, 그런 건 정상사회가 아니라느니 훈계조로 언급하는 것은 한 번도 약자와 소외된 사람을 위해 살아보지 못하거나, 그런 가치관조차 갖지 못한 사람이 갖는 콤플렉스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제1야당 대표를 지낸 사람이라면 응당 노 의원의 비운에 대해 함께 걱정하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홍준표 전 대표는 그렇게 잊혀지는 게 두렵나"라고 반문한 뒤 "타국에서 잔혹한 노이즈 마케팅이나 벌이고 있는 홍준표 전 대표는 자중자애하시라"고 촉구했다.

박경미 민주당 원내대변인도 “정치가 그립고 권력이 고픈 홍 전 대표에게, 영화 '생활의 발견'의 유명한 대사를 들려드린다”며 ‘사람은 되기 힘들어도 괴물은 되지 맙시다’라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홍준표 전 대표가 자살에 대한 일반적인 우려를 제기하는 것은 일리가 있지만 사회적 약자의 고통받는 삶을 보듬는 정치인생을 걸어오다 비운에 세상을 떠난 정치인에 대한 추모 분위기까지 일반화해서 폄하하려는 의도라면 비판받을 만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홍준표 전 대표가 '자살 미화 풍토'를 비판한 SNS 글. [사진출처=홍준표 페이스북]

홍준표 전 대표는 경남도지사 시절이었던 지난해 2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뇌물 먹고 자살한 사람'이라고 언급해 '막말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지난 6월 지방선거 참패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면서 홍준표 전 대표는 주요 현안에 대해 페이스북을 통해 입장과 견해를 밝혀왔던 ‘SNS정치’ 중단을 선언한 바 있다.

이렇게 자살 미화 풍토에 직격탄을 날린 뒤 논란이 일자 홍준표 전 대표는 이날 다시 페이스북 대문을 열어 '2탄'을 던졌다. 홍 전 대표는 “같은 말을 해도 좌파들이 하면 촌철살인이라 미화하고 우파들이 하면 막말이라고 비난하는 이상한 세상이 됐다”며 “맞는 말도 막말이라고 폄훼하는 괴벨스 공화국이 되어가고 있다. 참으로 개탄할 일이다”라고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촌철살인’은 달변가였던 고 노회찬 의원에게 따라붙던 수식어다. 괴벨스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의 선전 장관으로 이 이름을 올린 것은 홍 전 대표 자신에게 쏟아진 비판을 ‘선전 선동’으로 바라보는 시각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여야를 막론하고 진보와 보수를 떠나 모두 애도의 뜻을 모아 국회장((葬)으로 고 노회찬 의원을 먹먹하게 떠나보낸 뒤 정치신인을 제대로 키울 수 있는 정치환경을 만드는데 의원들이 새로운 고민과 담론을 이어가는 가운데 홍준표 전 대표의 ‘자살 미화 풍토’ 비판은 새로운 논란의 불씨를 지피고 있다.

정치인의 비극적인 죽음이 우리 정치권에서 반성해야 할 책임감과 새롭게 각성할 과제를 던진 터에 홍준표 전 대표의 ‘자살론’이 소모적인 논쟁을 끌어들여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냉소주의를 다시 불러일으키게 한다면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나온다. 비록 안타까운 죽음이었지만 정치권에 자성론을 불러온 ‘노회찬 추모 현상’의 의미를 제대로 헤아려볼 정치인들의 성찰이 절실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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