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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보고서 "北, 제재 위반"-美 '추가 독자제재'…친서 교환에도 북미 힘겨루기 가열

[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북한이 유엔 안보리 제재를 위반해 석유거래와 무기판매 등을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다는 보고서가 나오면서 북미간 비핵화 신경전이 더욱 가열되는 모양새다.

미국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외교장관회의 현장에서 북미 정상간의 친서 교환과 동시에 새로운 대북 제재도 내놓으면서 비핵화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에 북한도 동시적, 단계적 해법을 거듭 강조하면서 ‘버티기’로 맞서 북미간 힘겨루기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관측된다.

4일 ARF 포토세션에서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다가가 웃음 지으며 악수를 건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4일(현지시간) AFP, 로이터통신 등은 전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제출된 전문가 페널의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유엔의 경제 제재를 피해 해상에서 선박 대 선박으로 이뤄지는 석유 불법거래를 크게 늘려 원유를 확보하고 시리아 중개인을 거쳐서는 예멘과 리비아에 무기도 판매했다는 지적을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보고서에는 "(북한이) 핵무기, 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았다"는 지적과 함께 영변 핵단지를 들어 "여전히 활동이 이뤄지고 있고, 5MW(메가와트) 원자로도 계속 가동 중"이라는 분석도 담겼다고 전했다.

보고서는 "해상 석유 거래는 북한이 유엔의 제재를 회피하는 주요 수단"이라며 "북한은 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하지 않고 석유 및 석탄 제품의 해상 거래를 크게 증가시켜 안보리 결의안을 위배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북한은 지난해 채택된 유엔 결의안에 명시된 석유, 연료 및 석탄에 대한 거래 상한 조항을 무시하면서 유엔 제재를 비효율적으로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엔 대북 제재 결의안 2397호에 따라 북한이 연간 수입할 수 있는 정유 제품을 50만 배럴로 제한돼 있다. 전문가패널은 이와 관련해 미 정부 보고서를 인용해 북한이 지난 5월까지만 최소 50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구입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이 기간 불법 환적 사례로 87건을 제시했다.

아울러 보고서는 북한이 리비아, 예멘, 수단에 시리아 중개인을 통해 소형 무기 및 군사 장비를 공급하려고 시도한 정황이 포착됐고, 북한과 합작 투자 금지 조치를 어기고 공동으로 운영되는 200개 이상의 기업을 밝혀냈는데 그 중 대다수가 러시아의 건설기업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지난달 북한의 정유 제품 불법취득, 상한 초과를 지적하며 유엔 안보리 산하 대북제재위원회에 대북 정유제품 판매를 전면 중단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중국과 러시아는 반년 간의 검토시간을 요구하며 사실상 제동을 건 상태다.

ARF에 참석한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4일 기자회견을 통해 북한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위반하고 있다면서 북한 비핵화를 달성하기까지 "아직 가야 할 길이 남아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미국은 러시아의 대북 제재 결의안 위반을 지적하면서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독전으로 첫 번째 제재 조치도 내렸다. 지난 2월 이후 다섯 달 만의 독자 대북제재 카드다. 유엔 안보리와 미 재무부의 제재 대상인 조선무역은행과 거래했다는 러시아 아그로소유즈 상업을 제재한다고 밝힌 것이다. 중국, 북한의 유령회사 두 곳도 제재 대상에 올렸다.

북미 양국 정상간 친서 교환 사실이 공개된 지 얼마 안돼 나온 미국의 독자제재는 북한을 압박하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친서 교환이라는 유화적인 제스처와 함께 비핵화의 실질적인 조치가 없이는 제재 완화도 없다는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한 것이다. 아울러 북한의 배후에서 안보리 결의를 교묘히 피해 불법거래를 해온 러시아, 중국을 향해 알람을 울렸다는 분석도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미국은 최종적으로 완전하게 북한을 비핵화하려는 세계의 목표를 깨뜨리는 어떤 위반 행위도 매우 심각하게 여길 것”이라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경고를 반영한 메시지로 해석된다. 폼페이오 장관이 친서 교환에도 북한의 비핵화 조치가 있을 때까지 최대 압박 캠페인을 이어가겠다고 거듭 강조한 데 대해 북한은 여전히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분위기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산하 대북제재위원회 전문가패널 연례보고서에서 분석한 북한의 해상 밀무역. [사진=연합뉴스]

CNN에 따르면 ‘강성 발언’으로 ARF 회의를 대북제재 공조 강화를 위한 여론전의 장으로 적극 활용한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포토세션에서 리용호 북한 외무상에게 먼저 다가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악수를 나눴다.

미 국무부 헤더 나워트 대변인에 따르면 폼페이오 장관이 "우리는 곧 다시 만나야 한다"고 하자 리용호 외무상이 "동의한다. 해야 할 많은 건설적 대화가 있다"고 화답했다. 이 자리에서 김정은 위원장의 지난 1일 친서에 대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답신이 전달되기도 했다.

하지만 리용호 외무상은 ARF 회의 연설에서 "조선반도 비핵화를 위해 우리가 핵시험과 로켓 발사시험 중지, 핵시험장 폐기 등 주동적으로 먼저 취한 선의의 조치들에 대한 화답은커녕 미국에서는 오히려 제재를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더 높아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 화답을 제재 완화로 촉구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폼페이오 장관이 '선 비핵화-후 제재 완화'를, 리용호 외무상은 싱가포르 서밋 북미공동성명의 ‘동시적·단계적 이행’을 거듭 촉구한 셈이다. '북미 외교관들, 악수와 잽을 주고받다‘는 워싱턴포스트의 헤드라인처럼 비핵화와 체제보장의 '무엇이 먼저이어야 하나'를 놓고 북미 간 입장차가 여전히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것만 재확인한 가운데 미 독자제재 카드까지 얹어져 북미간 힘겨루기는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김민성 기자  webmaster@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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