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김민성 기자] 헌법재판소가 지난 6월 양심적 병역거부자 처벌에 대해 합헌, 대체복무제를 규정하지 않은 병역법에 대해서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뒤 20대 국회 전반기 국방위원장을 지낸 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병역법 개정이 아닌 새로운 법률의 제정을 처음으로 추진하고 나섰다.
대체복무제 안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준비중인 정부는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의 대체복무 기관으로 교도소·소방서·119 분야 등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학용 의원은 19일 병역법이 현역병을 대상으로 하는 법률이므로 대체복무요원에 대해서는 별도의 법률이 필요하다고 보고 '대체복무 편입 및 복무 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는 방안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병역법 개정안이 아니라 법을 새롭게 만들어야 하는 제정안 추진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 의원은 조만간 관련 제정 법안을 대표 발의할 계획이다.
제정안에는 대체복무요원 신청 대상에 '개인의 양심'에 따른 거부자는 제외하고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병역을 거부하는 사람에 대해서만 대체복무가 가능하도록 했다. 현재 병역거부자로 실형을 선고받는 대다수(99.2%)가 특정 종교인들이라는 현실을 반영했다는 게 김 의원의 설명이다.
제정안은 현역병과 형평성을 고려해 대체복무요원의 복무기간을 44개월로 정하고, 지뢰제거지원, 보훈병원 등지에서 국가유공자·보훈보상대상자·제대군인 등에 대한 보훈사업 지원 업무, 각종 재해·재난에 따른 복구·구호 등 지원업무 등에 복무하도록 규정했다. 44개월은 현역병 가운데 가장 복무 기간이 긴 공군(22개월)의 2배이다. 대체복무요원의 업무가 현재 운영 중인 사회복무요원과 중복되지 않도록 사회복지시설 복무는 제외한 것도 눈에 띄는 대목이다.
김학용 의원은 "양심적 병역거부나 대체복무제도가 헌법이 정하고 있는 국민개병제 원칙에도 어긋날 뿐만 아니라 병역기피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것이 사실이지만, 헌법재판소의 판결을 존중하고 변화된 시대상을 반영하는 차원에서 제정안을 발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대체복무제가 병역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거나 병역을 거부하는 풍조로 이어지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대체복무인력을 가장 절실히 필요로 하는 곳을 실사한 결과,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이 대체복무할 기관으로 교도소·소방서·119 분야 등을 우선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기관이 대체로 합숙 가능한 시설을 보유하고 있고, 대체복무 인력을 가장 필요로 하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정부의 한 고위관계자는 "교도소에서는 교도행정 보조 요원을 많이 필요로 했으며 합숙시설도 갖추고 있다"며 "소방서와 119 등에서도 합숙시설이 있고 대체복무 인력 소요도 컸다"고 밝혔다. 이어 "현재 119 분야에서는 연간 1000명가량의 전환복무요원들이 근무를 하고 있다"고 전하며 "이 분야의 전환복무요원 규모를 줄이고 대체복무자를 투입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환복무는 현역병 대상자가 의무경찰, 의무해경, 의무소방원 등의 제복을 입고 복무하는 제도다.
국방부와 병무청, 법무부 관계자들이 참여한 '대체복무제 실무추진단'은 대체복무자 복무기간을 현역병의 2배가량, 근무형태는 합숙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연간 500~600여명으로 예상되는 집총 거부 등 양심적 병역거부자들을 심사하는 기구를 어느 부처에서 관장할지는 의견 접근을 이루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방부와 병무청은 이달 말까지 양심적 병역거부자의 대체복무제 정부안을 담은 병역법 개정안을 마련한 뒤 공청회와 입법예고, 법제처 심사 등을 거쳐 2020년부터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