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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포커스] '하청업체 갑질' '기술탈취' 논란의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이 비상한 관심 끄는 까닭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8.24 1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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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국내 최대 조선사 현대중공업이 ‘하청업체 갑질’과 ‘기술탈취’ 논란에 휩싸이면서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도덕적 책임에 대한 비난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2분기 영업이익도 적자로 전환돼 실적 부진이라는 악재까지 겹친 형국이다.

경영수업을 받고 있는 현대중공업 오너 정몽준 대주주의 아들 정기선 부사장의 어깨도 무거워지는 이유다.

현대중공업 ‘기술탈취’ 논란은 23일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개최한 ‘대기업의 기술탈취·기술편취 피해사례 발표 및 근절 방안 모색 토론회’에서 불거졌다.

현대중공업 정기선 부사장.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에 실린더헤드, 피스톤 등을 납품하는 삼영기계 한국현 대표는 이날 발표자로 나와 “현대중공업이 수차례 제품 관련 자료를 원했다며 중요한 기술 노하우를 총망라하는 자료일 뿐만 아니라 범위 또한 지나치게 광범위해 처음엔 제공을 꺼렸다”면서 “하지만 계속해서 관련 자료를 요구해 납품업체로서는 어찌할 도리가 없었다”고 주장했다. 현대중공업으로부터 근 3년 사이 기술탈취로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는 입장이다.

핵심 기술을 받은 현대중공업은 이후 삼영기계의 발주량을 급격히 줄였다. 실제 2014년 203억원에 달하던 현대중공업과의 거래액은 지난해 22억원으로 90% 곤두박질쳤다. 이후 한 대표는 현대중공업이 다른 중소기업에 기술자료를 유출해 생산 중인 사실을 알게 됐다고 한다.

송갑석 의원은 “기술탈취·기술편취는 악질적 갑질 행위이자 대기업과 중소기업 상생 기반을 무너뜨리는 주범이자 산업 생태계를 고사시키는 심각한 사회문제”라며 “기술탈취로 인한 손해배상액을 현행 3배에서 10배까지 상향하도록 책임을 강화하겠다”고 목청을 돋웠다.

정부 당국도 기술탈취 근절을 위한 다양한 정책 목표를 내놨다. 조주현 중소벤처기업부 기술인재정책관은 "중기부와 특허청 등 행정부의 조사 및 수사기능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기술보호위원회 구성 등 관련 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며 "기술자료 거래기록 등록시스템을 도입하고 기술보호 인식전환 및 교육, 홍보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기술 탈취’ 논란으로 체면이 구겨진 현대중공업은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하청업체들에게 ‘갑질’ 도급계약을 강요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는 21일 “원청 현대중공업이 4대 보험을 유예 받는다는 이유로 하청업체에 지급하는 기성금을 크게 줄였다는 사실이 지난 7월 대한기업 대표의 청와대 청원글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현대중공업의 기성 삭감, 추가 인원 투입 강요, 불공정 계약 등 불법부당한 갑질 횡포로 당장 노동자들의 임금을 지급하기에도 빠듯한 하청업체는 정부기관에 납부해야 할 4대 보험금을 하청노동자들의 임금으로 사용하는 이른바 임금 돌려막기를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중공업 측은 ‘갑질’ 도급계약을 강요한다는 주장이 사실과 전혀 다르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 정몽준 대주주. [사진=연합뉴스]

현대중공업의 하청업체 갑질 의혹 제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11일 대기업 조선3사 하도급 갑질피해 하청업체 대책위원회는 현대중공업이 2016년 3월 피해협력업체들의 대표 단체인 ‘사내협력사대책위원회’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대표들에게 45억원 지급 약속을 한 의혹이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권오갑 전 대표 등이 이 과정에 공모한 혐의가 있다고도 덧붙였다.

현대중공업 측은 이러한 주장 또한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이다.

‘기술탈취’에 이어 ‘하청업체 갑질’까지 잇따른 논란에 휩싸이면서 정몽준 대주주가 공언한 ‘윤리경영’이 무색해지는 가운데 실적 또한 저조하다. 현대중공업은 올 2분기 연결기준 매출 3조1244억원, 영업손실 1757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6.5% 감소했고, 영업이익은 적자 전환이다.

현대중공업은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이 2002년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뒤 정 이사장의 아들 정기선 부사장이 경영 수업을 받으면서 승계 작업이 동시에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정기선 부사장은 지난해 11월 그룹 부사장 자리에 오르면서 경영 전면에 나섰다. 정기선 부사장은 현재 현대중공업 수주를 총괄하는 선박해양 영업부문장뿐만 아니라 현대글로벌서비스 대표, 현대로보틱스 경영지원실장 등의 직책을 맡고 있다. 정 부사장은 지난 3월 현대중공업지주 지분을 매입, 5.1%(83만1097주)로 늘어나면서 정몽준 대주주(25.8%), 국민연금(8.5%)에 이어 단숨에 3대 주주가 됐다.

정기선 부사장이 정몽준 대주주로부터 지주사 지분을 물려받을 것이라는 관측에는 업계에서 이견이 없다. 지난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정몽준 대주주 부자는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8000억여원에 달하는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았으며, 최근 정기선 부사장은 1400억여원 규모 현대중공업지주 주식을 세금 연부연납을 위해 공탁 형태로 담보제공했다.

이러한 정몽준, 정기선 부자의 대규모 대출이 증여세 납부를 위해 사전준비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제기된다. 대출받은 재원의 규모가 향후 납부해야 할 세금 규모와 비슷하고 세금 연부연납을 위한 계약까지 했다는 점은 주식 증여가 임박했다는 해석에 힘을 실어준다. 정기선 부사장이 3대 주주인만큼 현대중공업그룹을 지배하기 위해서는 정몽준 대주주의 지분을 받아야 한다는 점도 같은 맥락이다.

현대중공업이 ‘기술 탈취’ ‘하청업체 갑질’ 논란, 그리고 실적 하락까지 겹쳐 위기를 맞으면서 경영수업을 받으면서 장기적인 승계 작업 중에 있는 정기선 부사장이 비상한 주목을 끌고 있다.

삼성그룹 이재용 부회장 승계 과정이 보여주듯 오너 일가의 승계 작업에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만큼 정기선 부사장이 현대중공업 위기를 극복하는데 존재감을 보여 경영승계 명분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기선 부사장의 향후 행보에 업계 안팎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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