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영역

본문영역

[업다운포커스] '상생' 강조한 LG화학 박진수 부회장, 그 겉과 속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8.27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사회와 상생하는 기업이 되겠다.”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은 지난달 30일 발간한 LG화학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사를 통해 이같이 ‘상생’에 방점을 찍었다. 2015년 동반성장 우수기업에 선정된 굴지의 대기업 CEO로서 주주뿐만 아니라 근로자, 하청업체 등과 함께 가겠다는 경영철학을 강조한 것이다.

하지만 최근 LG화학을 둘러싼 논란들을 살펴보면 박진수 부회장의 공언이 무색해진다는 평가가 나오는 분위기다.

LG화학 박진수 부회장. [사진=연합뉴스]

LG화학이 소속 노동자의 산재신청을 인정받지 못하게 하기 위해 휴게시간을 조작, 근로시간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다.

전국민주화학섬유노동조합연맹 LG화학노동조합 청주지부에 따르면 필터·복합소재·회로소재 제조 파트에서 근무하던 노동자 3명이 최근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산업재해를 신청했다.

LG화학이 근로복지공단청주지사에 제출한 산재 신청자들의 휴게시간을 보면 12시간 근무 시 6시간, 8시간 근무 시 4시간씩 휴게시간을 부여한 것으로 표시했다. LG화학이 근무시간 중 절반을 휴게시간으로 부여했다는 얘기다.

이는 산재를 신청한 A씨가 말하는 2인 1조로 운영돼 화장실 갈 시간도 없이 교대로 일하는 공장상황과 사뭇 다른 것이다.

실제 ‘발병 전 4주간 및 12주간 1주당 평균 업무시간이 40시간 미만이고 업무 중 많은 휴식시간이 부여됐다’는 사유로 산재 불인정 판단을 받았다.

노조 측이 산재 판정 시 사측에 돌아갈 불이익을 우려해 의도적으로 서류를 조작했다고 주장하게 된 배경이다. 이에 A씨는 재심을 청구했는데 이번에는 휴게시간이 1시간으로 수정됐다.

LG화학 측은 이러한 서류 조작 관련 의혹을 부인하는 입장이다.

휴게시간을 조작 의혹 사건에 앞서 지난달에는 LG화학의 노조원에 대한 욕설 논란도 나왔다.

익명으로 사용하는 스마트폰 어플리케이션 ‘블라인드’의 LG화학 직원 공간에 노조원과 그들의 가족을 성적 비하한 글이 올라온 것이다. 이 ‘블라인드’는 본인이 직접 사내 메일을 통해 인증철차를 거쳐야 하기에 ‘노조 욕설’은 사실상 LG화학 직원이 올렸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노조는 사측에 함께 수사 의뢰를 제안했지만 거절당했다. 노조는 SNS에서 “이 사건에 대해 사측과 공동으로 고소인이 되자고 했으나 사측은 거부했다. 왜일까? 이미 사측은 명예훼손 자가 누군지 알고 있는 게 아닐까? 본인 스스로 떳떳하면 왜 고소인이 되지 못할까? 의문만 남는다”고 주장했다.

LG화학 측은 실체를 알 수 없는 내용에 회사의 견해가 있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LG화학은 지난해 익산공장에서 노조와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노조휴게실에 마이크 모양의 소형 도청장치를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 박진수 부회장이 사과를 하기도 했다.

LG화학 로고. [사진=연합뉴스]

박진수 부회장은 당시 사과문에서 “LG화학 회사 측이 임금 및 단체협상을 진행하면서 불법도청을 시도했다는 사실을 충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며 “객관적으로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자발적으로 제3자인 사법기관에 조사를 의뢰해 철저하게 진상을 밝히고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근로자, 노조와 관계를 살펴보면 박진수 회장의 강조하는 ‘상생’을 찾아보기 힘들다는 지적이 나오는 것은 이 때문이다.

하청업체와의 ‘상생’ 부문은 더 심각하다. 2015년 LG화학이 불공정 하도급 거래 문제로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검찰에 고발됐기 때문이다.

공정위에 따르면 LG화학은 2013년 3∼10월 협력업체 B사에 요구해 배터리 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23차례에 걸쳐 받았다. LG화학은 협력회사의 특허를 빼앗은 뒤 협력관계를 끊었고 B사는 사업을 접어야 했다.

LG화학은 다른 하도급업체 C사를 상대로 하도급대금을 후려치기도 했다. 배터리 제조시 사용되는 회로판의 납품단가를 20% 인하하면서 인하시점을 소급적용해 1억4100만원을 감액해 지급했다.

이렇게 LG화학으로 인해 노조와 하청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회사와 박진수 부회장의 상황은 좋아 보인다.

박진수 부회장은 상반기 18억1600만원을 보수로 수령했다. 지난 14일 나온 LG화학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박진수 부회장은 상반기 급여 7억3600만원, 상여금 10억8000만원 등 18억1600만원을 받았다. 지난해 상반기(14억1300만원)보다 4억원이 오른 금액이다.

LG화학은 2분기에 처음으로 분기 매출액 7조원을 돌파했다. LG화학은 2분기 매출액 7조519억원은 1분기에 비해 7.6%, 지난해 동기 대비 10.5% 오른 실적이다.

LG화학 박진수 부회장의 ‘상생경영’이 겉과 속이 다른 것이 아니냐는 불편한 시선을 보내는 이들이 적지 않다.

저작권자 © 업다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하단영역

© 2024 업다운뉴스. All rights reserved. ND소프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