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두영 기자] 9월 15~16일 전남 함평군 용천사에서 꽃무릇큰잔치가 열리고, 지난 13일부터 오는 19일까지는 영광군 불갑사에서 영광 불갑산 상사화 축제가 열려 깊은 가을로 가는 길목에서 애모의 서정이 무르익고 있다.
불갑사와 용천사가 어마어마하게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고 경기도권과 경상남·북도에서 멀리 떨어졌는데도 요즘 가볼만한 곳으로 각광받는 데는 꽃무릇과 상사화의 독특한 형태와 꽃말 영향이 크다.
지금 영광 불갑산 불갑사에서 열리는 축제에는 ‘상사화’라는 말이 들어가 있지만 정작 그 절에 개화한 대부분의 꽃은 꽃무릇(석산)이다.
월드컵축구 때 대한민국 붉은악마 응원단이 입었던 옷과 똑같은 색깔의 꽃이 사찰과 소나무숲, 호수 주변에 지천으로 피어 있다. 이에 비해 상사화는 분홍,주황,노랑 등 다양한 색깔로 핀다.
상사화와 꽃무릇은 잎이 지고 난 뒤 기다란 줄기 끝에 꽃만 피는 특성을 지녀, 사랑하는 남녀가 만나지 못함을 상징한다. 그래서 꽃말도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다.
상사화에 관해 널리 전해오는 전설이 있다. 옛날 한 승려가 탁발 하러 속세로 나왔다가 어여쁜 여인에게 반했는데, 여인도 똑같은 정을 느꼈다. 그러나 스님은 출가한 몸이라 감정을 제어하며 절로 돌아갔다. 여인은 어느 날 절로 찾아와 인연을 맺자고 스님에게 간청했지만 거절당한 슬픔을 이기지 못하고 생을 다하고 말았다. 그 처녀가 쓰러진 절 마당에서 이듬해 상사화가 피어났다.
충청남북도 전라남북도 지방에서 상사화는 이별과 죽음이 연상이 돼 상여꽃, 과부꽃으로도 불렸다. 서해안, 남해안 지방의 어촌에서는 집안에 심으면 남편과 사별한다는 믿음이 있어서 상사화를 보이는 대로 뽑아버리고 멀리했다고 전해진다.
꽃무릇도 잎과 꽃이 서로 만나지 못하므로 이런 전설은 두 꽃에 두루 통한다. 그러나 스님 전설은 일종의 스토리텔링일 뿐.
사찰에 상사화 종류가 많은 진짜 이유는 상사화 알뿌리의 강력한 방부,멸균 효과 때문으로 알려져 있다. 절에서 불화(탱화)를 그릴 때 물감에 상사화 뿌리 즙을 넣으면 좀이 슬거나 색이 바래는 현상을 막을 수 있어서 주변에 심었다.
꽃무릇의 방부 효과는 상사화보다 훨씬 더 강했다. 옛날부터 꽃무릇 군락지인 함평 용천사 인근 마을에서는 꽃무릇을 가까이 하면 눈에서 피가 난다고 해서 ‘눈에피꽃’으로 부를 만큼 독성도 강했다.
꽃무릇 명소는 9월에 갈만한 여행지로 자주 추천되는 장소다. 전북 고창 선운산도립공원의 선운사 입구 계곡과 서울 성북구 성북동 길상사,경기도 성남시 분당중앙공원도 올가을 꽃무릇이 무더기로 핀 광경을 볼 수 있다.
지금이 한창 꽃무릇 피는 시기다. 전설은 전설일 뿐. 사랑하는 사람과 여행을 떠나 고혹적인 상사화의 빛깔에 취해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