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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노벨상의 계절, 한국인 노벨과학상 '희망고문' 떨치려면?

[업다운뉴스 김기철 기자] 바야흐로 노벨상의 시즌이 다가왔다. 10월은 ‘노벨상의 달’이라 부를 만큼 '인류에 가장 큰 공헌을 한 사람에게 재산을 상금으로 준다'는 알프레드 노벨의 유언에 따라 1901년 제정된 세계 최고 권위의 상의 수상자가 누가 될지 관심이 고조된다.

노벨문학상 선정기관인 스웨덴 한림원이 종신위원 남편의 성추문 파문과 미온적 대처로 인한 내분에 따라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선정하지 않기로 결정하면서 지구촌 가족의 ‘노벨문학상 앓이’는 2명에게 수여되는 내년으로 넘어가게 됐다.

노벨상위원회에 따르면 제118회를 맞이한 노벨상 수상자는 새달 1일 생리의학상을 시작으로 물리학상 2일, 화학상 3일, 평화상 5일, 경제과학상 8일 등으로 순차 발표될 예정이다.

노벨상의 계절이 돌아왔다. 올해는 노벨문학상을 제외한 5개 분야에서 수상자가 10월 초 발표된다. [사진=연합뉴스]
 

올해만 한시적으로 노벨문학상을 대신할 ‘뉴 아카데미라’는 단체가 설립돼 대안적인 ‘세계 문학상’을 제정 발표하기로 했지만 매년 노벨문학상 수상자로 거론되면서도 수상하지 못한 일본 작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최근 후보 4인에서 사퇴했다.

국내에서도 많은 팬을 보유한 무라카미 하루키의 후보 사퇴로 올해 노벨문학상을 대신할 대안 문학상도 맥이 빠진 터라 전통을 자랑하는 노벨과학상에 대한 관심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분위기다.

노벨과학상의 최근 수상 트렌드가 주목받는 이유다.

25일 한국연구재단에 따르면 노벨과학상은 1901년 처음 수여된 이후 지난 117년간 599명의 수상자를 배출했다. 전공별로는 물리학상 207명, 화학상 178명, 생리의학상 214명이다. 국가별로는 미국(263명), 영국(87명), 독일(70명), 프랑스(33명) 순으로 수상자를 많이 배출했는데,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이 22명으로 가장 많다. 수상자 중 여성 과학자는 최초로 2관왕을 차지한 마리 퀴리 부인(1903년 물리학상, 1911년 화학상) 등 18명으로 3%에 그쳤다.

과학 분야 노벨상 수상자의 평균 나이는 57세. 25세 때인 1915년 물리학상을 받은 로렌스 브래그, 2002년 88세에 물리학상을 받은 레이몬드 데이비스 주니어가 각각 최연소, 최고령 수상자로 이름이 올라 있다.

연구재단은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생애 연구 업적 분석 연구’를 통해 지난해까지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평균연령은 67.7세라고 설명하면서 "노벨과학상과 관련된 최고의 주요 트렌드는 3인이 공동 수상하는 사례가 일반화되는 것과 더불어 수상자의 고령화를 꼽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김대중 대통령이 노벨평화상(2000년)만을 유일하게 수상한 한국에서 노벨상 수상자가 추가로, 그것도 노벨상의 본류인 과학 분야에서 언제나 탄생할까.

일단 올해도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노벨상 족집게 예언’으로 이름이 난 ‘클래리베이트 애널리틱스’가 지난 20일 발표한 노벨상 수상 유력 후보자 17인에 한국인 과학자는 한 명도 없었기 때문이다. 단지, 울산과학기술원(UNIST)에 몸담고 있는 미국의 로드니 루오프 교수가 포함됐다.

2002년부터 노벨상 수상 예측 학자 304명 중 적중률이 15%(46명)에 달하는 클래리베이트가 꼽은 노벨상 후보 중 한국인은 2014년 유룡 KAIST 자연과학대학 화학과 특훈교수, 지난해 박남규 성균관대 화학공학부 교수 등 2명뿐이다.

일각에서는 ‘노벨상 제로 지대’인 국내에서 연구하는 학자로 2년 연속 노벨상 수상 후보가 나왔다는 점에서 노벨상 수상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최근 10년간 노벨 과학상 수상 트렌드. [사진자료출처=한국연구재단 보고서]

한국연구재단이 지난 21일 내놓은 ‘노벨과학상 종합분석 보고서’에서도 이같은 분위기가 엿보인다. 연구재단은 '논문피인용 측면에서 노벨과학상 수상자급의 연구성과를 창출한 한국과학자 현황분석‘에서 피인용 수를 기준으로 노벨과학상 수상자 업적과 수준에 도달한 한국 연구자는 6명이고, 향후 3년 내에 근접할 것으로 예측되는 한국 연구자는 7명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분야별로는 화학이 8명으로 가장 많고 물리학 3명, 생리의학 2명이다.

연구재단이 엘스비어 스코퍼스 DB의 1960~2018년 논문을 기준으로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 77명의 총 논문수와 총 피인용수, 논문 1편당 인용수, 논문 생산력·영향력 지수(H-Indes) 등을 국내 연구자들과 비교한 결과다.

물리학에서는 미국 하버드대 김필립 교수와 럿거스대 정상욱 교수, 성균관대 이영희 교수가 총논문수와 총피인용수에서 최근 10년간 노벨물리학상 수상자 26명의 중간값(논문수 192, 피인용수 2만1344)과 평균값(논문수 237, 평균값 2만8427)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화학 분야에서 지난 10년간 수상자 26명의 총논문수와 총피인용수 등의 중간값(논문수 310, 피인용수 2만4944)을 넘어선 연구자는 서울대 현택환 교수와 UNIST 김광수 교수가 꼽혔다. 또한 카이스트 유룡, 한영대 선양국, 이화여대 윤주영, UNIST 조재필, 성균관대 박남규, UNIST 석상일 교수 등 6명이 2년 내 노벨화학상 수상자들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생리의학에서는 연세대 이서구 교수가 최근 20년간 이 분야 노벨상 수상자 25명과 비슷한 성과(논문수 중간값 274, 피인용수 중간값 2만8191)를 이미 달성한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대 김빛내리 교수는 3년 안에 노벨생리의학상 수상자와 비슷한 성과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됐다.

연구재단은 "연구성과 서지분석은 노벨과학상 수상 예측 분석지표 중 하나일 뿐“라고 전제하면서 ”노벨과학상 수상에는 학계 내 연구네트워크, 인지도, 연구주제의 독창성, 기술·사회적 파급효과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이같이 연구성과 측면의 분석과 결과를 바탕으로 연구자들을 비교 평가하거나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을 예단할 수 없다는 것이다.

최근 10년간 노벨과학상 수상자의 연대기적 패턴은 이렇다.

30대 이전에 박사학위를 마친 뒤 30대 후반 노벨과학상을 수상할 만한 연구를 시작해 50대에 그 연구를 완성한다. 60대에 연구결과가 학계의 주목을 받고 관련 분야에서 노벨상의 전조가 되는 울프상, 래스커상, 게이드너상, 찰스 스타크 드레이퍼상, 카블리상 등 권위있는 상을 수상하고 60대 후반에 그 분야에서 최고 권위자로 인정받을 때 노벨상의 영예를 얻는다.

핵심 논문 생산에는 평균 17.1년, 핵심논문 생산 후 수상까지 평균 14.1년이 소요돼 노벨상 수상까지는 총 31.2년이 걸린다.

한국에서 노벨과학상이 탄생하지 않는 이유는 크게 세 가지를 꼽을 수 있다. 노벨상 꿈을 앞당기기 위한 개선 과제이기도 하다.

우선 국내 대부분의 연구 분야가 기초과학이 아닌 응용과학에 편중돼 있다. 기초과학이 1990년대 들어와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됐기 때문에 아직 성장통을 겪고 있다는 시각이 나온다.
연구재단은 연구장비 관점에 주목한다. 기존 산업정책에서 벗어나 첨단 연구장비 개발 역량을 기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최근 10년간 노벨 과학상 수상 분야와 연구 패턴 분석. [사진자료출처=한국연구재단 보고서]

마지막으로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국제협력 네트워크에서 한국은 협력의 주변부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그것도 주로 미국과 협력에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쏠림현상이 심하다. 최근 노벨과학상 수상의 90% 이상이 공동 수상이고 3인의 공동수상이 일반적인 트렌드라는 점과 수상자의 연구패턴 분석 결과 80%의 수상 사례에서 수상자 간에 직간접적으로 상호 협력관계에 있다는 점이 주목할 대목이다.

노벨과학상 수상자들의 국제협력 네트워크를 기준으로 분석하면 미국, 일본, 독일, 영국 등의 수상자 배출 국가를 중심으로 네트워크가 구축돼 있다. 해외 유수의 연구자들과 다양하고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국제 연구협력을 효과적으로 이끌어 내는 노력이 필요한 이유다.

연구재단은 수상 트렌드를 볼 때 노벨과학상 수상 가능성은 국가브랜드와 연구기관들의 국제적 인지도는 물론 국제과학계와 노벨위원회의 관심 이슈 등과도 복합적으로 얽혀 있기에 정부 차원에서 적극적인 교류지원과 국내 연구진의 성과 홍보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한국의 ‘노벨과학상 꿈'은 언제까지 희망고문으로 남을 것인가.

2015년 한 우물만 파온 노학자 투유유가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해 노벨의 벽을 처음 넘어서면서 중국인들은 오랜 '노벨과학상 콤플렉스'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중국이 올림픽에서 금메달리스트를 양산해 냄으로써 국민적 자긍심을 높였던 것을 모델로 삼아 과학기술 분야에서도 노벨과학상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위해 정부가 전략적 투자 및 집중 양성 계획을 세우고, 이를 대중적으로 홍보해 관심을 이끌어 낸 전략이 3년 전에야 결실을 거뒀다.

이런 중국식 톱-다운 방식이 한국에 단순하게 적용될 수 없는 시대이지만 정부가 나서서 기초과학의 비전을 더욱 강화하면서도 연구자들이 다각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손을 보탠다면 저평가된 한국인 과학자들의 숨은 연구 성과가 그만큼 빨리 빛을 보고 노벨 과학상의 희망고문이 해소될 날이 앞당겨지지 않을까. 

김기철 기자  blackrubbershoes@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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