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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포커스] DB그룹 김준기·김남호 '오너 리스크' 재확산, 왜?

  • Editor. 이상래 기자
  • 입력 2018.09.27 1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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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상래 기자] DB그룹(옛 동부그룹)은 5년 전 계열사 61곳을 거느린 재계 13위 재벌이었다. 하지만 현재 DB그룹은 재계 순위 30위권 밖까지 밀려나 예전 영화와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절치부심 해도 갈 길이 먼 데 DB그룹은 얼마 전까지 김준기 전 회장의 비서 성추행 혐의로 몸살을 앓았다. 여기에 김준기 전 회장 장남 김남호 DB손해보험 부사장도 각종 의혹에 휩싸여 세인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DB그룹 김준기 전 회장. [사진=연합뉴스]

DB그룹이 김준기 전 회장 오너일가 리스크로 인해 기업 이미지 훼손을 피할 길이 없는 형국이다. 결국 김준기 전 회장이 회장직에서 물러나고 그룹명을 ‘동부’에서 ‘DB’로 바꾸며 새로운 첫 걸음을 뗐다.

하지만 사명이 바뀌어도 DB그룹에 대한 논란과 의혹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예전 동부그룹 소속 계열사들이 퇴출 위기에 빠진 다른 계열사에 부당하게 자금을 지원했던 사실이 적발돼 억대 과징금을 물게 됐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팜한농·동화청과·동부팜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9300만원을 부과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팜한농과 동화청과는 2012년 1월∼2016년 2월 4년간 자금을 저리로 빌려주거나 회사채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동부팜에 총 567억2000만원을 부당 지원한 혐의를 받는다. 팜한농은 그해 다섯 차례 담보 없이 신용으로 동부팜에 77억원을 5%대 금리로 빌려줬다. 2014년 5월∼2016년 2월에는 22회에 걸쳐 동부팜이 발행한 310억2000만원 규모의 사모 회사채를 역시 5%대 금리로 인수했다.

동화청과도 2012년 12월∼2015년 12월 12차례 담보 없이 동부팜에 최대 6.9% 금리로 180억원을 빌려줬다. 당시 신용도가 좋지 않은 동부팜에 적용되는 정상금리는 9∼11.8%로, 이들 업체는 최소 30% 이상 낮은 금리를 적용한 셈이다. 동부팜은 이 덕에 공정위 추산으로 최소 16억7000만원가량의 경제적 이익을 얻었고, 2011년부터 5년간 이어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도 벗어나 부도 위기를 면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퇴출당해야 할 계열사가 대규모 자금지원으로 살아나면서 시장을 교란했다"며 "대기업집단이 부실계열사 지원을 통해 그룹을 동반 부실화할 우려가 있는 사례를 적발해 제재했다"고 밝혔다.

이러한 공정거래법을 위반하는 계열사 부당지원은 김준기 전 회장 임기 중 일어났다. 비서 성추행 혐의로 ‘오너 리스크’를 야기한 김준기 전 회장의 도덕성 문제가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오른 것이다.

비서를 성추행한 혐의로 고소당한 김준기 전 회장은 해외 체류를 이유로 경찰의 출석요구에 불응해 지탄을 받기도 했다. 결국 경찰은 성추행 혐의를 받고 있는 김 전 회장을 지난 5월 중순 기소중지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기소중지는 피의자가 경찰 조사를 받지 못하는 경우 수사를 일단 멈추는 것으로, 혐의가 없다고 판단하는 불기소와는 다르다.

지난해 9월 김준기 전 회장 비서 A씨는 “김 전 회장이 강제로 몸을 만졌다”며 고소장을 제출했다. 경찰은 김준기 전 회장 여권을 무효화하고 인터풀에 수배를 내린 상태다. 김 전 회장이 강제 압송되거나 자진 귀국하면 수사를 다시 시작할 방침이다.

김준기 전 회장은 옛 동부그룹 창업주로 성공신화를 이룬 재벌 1세대 중 하나다. 김진만 전 국회부의장의 장남인 김준기 전 회장은 1996년 대학생 시절 미륭건설을 창업해 건설업에 뛰어든 뒤 금융, 보험, 석유화학, 전자 등으로 업종을 확장해 그룹을 키웠다.

성공가도를 달리던 김준기 전 회장이 비서 성추행, 계열사 부당지원 혐의 등으로 추락하는 모습에 실망하는 이들이 적지 않은 이유가 여기에 있다.

더 큰 문제는 그의 장남 김남호 부사장도 각종 논란에 휩싸여 아버지 못지않은 ‘오너 리스크’로 DB그룹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점이다.

차광렬 차병원그룹 회장의 사위인 김남호 부사장은 지난 2월 초 보유하고 있던 차바이오텍 주식을 모두 처분했다. 차바이오텍은 지난달 22일 연구개발비 회계처리 방법 변경으로 4년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2017회계연도 ‘한정’ 감사의견을 받았다. 이후 한국거래소에 의해 관리종목으로 지정됐다.

이에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은 지난 4월 “김남호 부사장이 차바이오텍 주식을 매각한 것은 차바이오텍이 4년 연속 적자를 내 금감원 조사를 받는 시점과 맞물려 있다”면서 “상식적으로 내부정보를 확인하지 않았다고 보기 힘들다”라고 주장했다. 내부정보를 이용한 경우 10년 이하 징역과 2~3배 벌금을 받는다.

김남호 부사장의 DB그룹 지분승계 과정에도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

지분구조를 살펴보면, 김남호 부사장 승계는 사실상 마무리됐다. 2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DB그룹 금융계열사의 핵심인 DB손해보험의 최대주주는 지분 9.8%를 보유한 김남호 부사장이다.

DB손해보험은 DB생명 99.83%, DB캐피탈 87.10%, DB금융투자 25.08%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DB금융투자는 DB자산운용 55.33%, DB저축은행 49.88%를 보유하고 있다. 여기에 김 부사장은 그룹 지주회사 격인 DB inc의 지분도 17.84%를 보유하고 있다.

노동조합은 김 부사장의 DB금융그룹 지분승계 과정에서 부정이 없었는지 그룹 전반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DB그룹 측은 차바이오택 주식 의혹은 사실무근이며 금감원 조사 무혐의 처분이 났다는 입장이다.

그럼에도 이번에 공정위로부터 계열사 부당지원이 적발되면서 김준기 전 회장, 김남호 부사장을 둘러싼 의혹에 대한 의심스러운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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