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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으로 되밀려온 편리의 대가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올여름 북극 인근 노르웨이의 한 섬에서 순백의 북극곰이 검은색 비닐봉지를 뒤적이는 한 장의 사진이 온라인상에 공개되면서 지구촌에 충격을 던졌다. 지구온난화의 대표적인 피해자로 자주 소개되는 북극곰이 플라스틱 쓰레기에도 노출된 것이다.

지난 2월 스페인 해안에서는 깡마른 고래 사체가 발견됐는데, 부검 결과 고래의 위와 장에서는 소화되지 않은 플라스틱 쓰레기 조각이 47개 종류, 총 29kg이나 검출됐다. 발견 당시 이 고래는 평균 무게의 3분의 1에 불과했다는 점에서 연구진은 엄청난 플라스틱 쓰레기를 소화하지 못해 죽은 것으로 봤다.

패류에서 발견된 미세플라스틱. [사진=한국해양과학기술원 제공/연합뉴스]
 

이처럼 해양 동물이 바다로 유입되는 플라스틱 쓰레기로 고통받고 있는 것이 보도되면서 지구촌 환경문제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고 있는데, 사람들의 식탁에도 심각한 경고를 던지고 있다.

1950년대 이후 가볍고 단단해 생활편의와 산업발전을 위해 유용하게 쓰여왔지만 무심코 버린 플라스틱 쓰레기가 바닷속을 떠다니다가 다시 인류를 위협하고 있는 ‘플라스틱의 역습’이다.

석유, 석탄, 천연가스 등을 원료로 만들어진 합성수지인 플라스틱. 2015년 과학학술지 '사이언스'에는 2010년 기준으로 192개국 해안에서 발견된 플라스틱 쓰레기는 800만~1270만톤에 달한다는 논문이 보고된 바 있다. 14%만 재활용될 뿐 자연 분해되는데 최대 500년이 걸리는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는 인류의 건강을 위협하는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셈이다.

특히 5㎜ 이하의 플라스틱 조각인 미세플라스틱의 습격은 눈에 보이지 않기에 더욱 심각하다. 1㎜ 미만의 매우 작은 형태로도 존재하는 미세플라스틱은 공업용 연마재, 각질 제거용 세안제, 화장품 등에 사용하기 위해 직접 생산되지만, 바다를 떠다니는 페트병, 스티로폼 등 큰 플라스틱이 자외선과 파도 등에 잘게 부서져 생기게 된다. 어업이나 양식장 등에서 사용하는 스티로폼과 어구 등에서도 떨어져 나온 것도 많다.

미세플라스틱은 크기만 작아질 뿐 표면적이 증가해 독성 물질을 더 잘 흡착할 수 있어 위험하다. 큰 미세플라스틱은 소화관 내벽을 통과하기 어려워 몸 밖으로 배출되지만, 작은 미세플라스틱은 림프계를 통해 체내에 흡수될 수 있다.

최근 뿌연 모래바람인 황사보다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먼지, 초미세먼지가 사람들을 더욱 불안하게 하는 것과 비슷하다.

도쿄만에서 채취한 미세플라스틱. [사진=교도/연합뉴스]

국내에서도 판매중인 천일염과 패류, 생선 등에서 미세플라스틱이 잇따라 검출돼 수산물 안전 기준 마련 등 제도적인 차원에서 대책이 절실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최도자 바른미래당 의원이 4일 해양수산부로부터 제출받은 해양 미세플라스틱 환경위해성 연구 중간보고 자료에 따르면 동·서·남해 20개 해안의 미세플라스틱 평균농도는 2776개/㎡, 동·서·남해 해수표면 10개 해역의 해수표면 미세플라스틱 평균농도는 246개/㎥인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2~4월 거제·마산 해역에 서식하는 어류 소화관에서 검출된 미세플라스틱의 농도는 마리당 1.54개로 조사됐다.

해수부는 2015년부터 2020년까지 총 90억원의 예산을 들여 해양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환경위해성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데, 중간보고에서 이같이 심각한 실태가 드러난 것이다.

지난 3월 영국 맨체스터대 연구팀이 '네이처 지오 사이언스'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인천 해안과 낙동강 하구가 세계에서 미세 플라스틱 농도가 2,3번째로 높은 곳으로 조사돼 한국도 미세플라스틱 오염국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최도자 의원이 1일 공개한 미세플라스틱 식품안전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서는 서울과 광주, 부산의 대형 수산물시장에서 판매되는 패류 4종류(굴, 담치, 바지락, 가리비)에서 모두 14종류의 미세플라스틱이 검출됐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해수부의 의뢰로 목포대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3월부터 10개월 동안 판매된 국내산 천일염에서 미세플라스틱 28개가 검출됐다.

발리 바닷속을 떠다니는 플라스틱 쓰레기. [사진=유튜브 캡처/연합뉴스]

최도자 의원은 “이제 전국 곳곳 미세플라스틱이 없는 곳이 없다”며 “미세플라스틱에 의한 오염 정도는 어쩌면 우리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심각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미세플라스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소량이지만 꾸준히 섭취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며 “플라스틱 배출량을 줄이는 노력과 더불어 미세플라스틱에 오염된 수산물 등의 유통을 감시하고 이를 차단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세플라스틱의 습격에 대한 지구촌의 대응은 어떨까. 아직까지는 세계적으로 미세플라스틱의 구체적인 위해성 여부와 기준 등이 마련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플라스틱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이 확산되면서 세계 각국에서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는 수준이다. 지난 5월 유럽연합이 면봉이나 빨대, 커피나 물을 저을 때 사용하는 젓개, 풍선 막대 등 10개종의 플라스틱 제품 사용 금지를 추진하고 나선 것이 대표적인 대응책이다.

우리나라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해 7월 미세플라스틱을 화장품에 사용할 수 없는 원료로 지정하고, 환경부가 지난 8월부터 일회용컵 사용을 제한하고 있지만 먹거리에 대한 규제와 기준은 없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 5월 ‘재활용 폐기물 관리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2030년까지 플라스틱 폐기물 발생량을 50% 줄이기로 밝힌 바 있다.

그저 편리하다는 이유로 쓰이는 플라스틱 제품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한 조치들이 시행되고 있지만, 이런 노력들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수돗물·생수병·해산물·화장품 등 생활 속에서 다양한 형태로 국민의 건강을 위협하고 있는 미세플라스틱 문제에 대해 당국에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강에서 그린피스가 벌인 미세플라스틱 사용중단 퍼포먼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사단법인 에코맘코리아가 ‘미세플라스틱 관리 및 제도 개선방안’ 마련을 주제로 국회에서 개최한 대안 토론회에서 토론에 참여한 자원순환시민연대 김미화 사무총장은 “지난 60년간 플라스틱 사용량은 20배 증가했으며, 대한민국의 연간 1인당 플라스틱 사용량은 세계 1위”라고 지적하며 다양한 분야에서 전방위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박정규 박사는 “우리나라는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과 비교했을 때 화학물질, 제품 측면에서의 미세먼지 규제가 미비한 상황”이라며 “미세플라스틱을 제한물질로 고려해 제품의 금지 확대를 위한 규제와 플라스틱 폐기물 금지를 위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렇게 당국의 다양한 대책 마련이 요구되는 가운데 환경부의 경우 내년 1월까지 진행할 생활화학제품 내 미세플라스틱 관리제도 도입을 위한 기반 마련 연구를 통해 얼마나 근본적인 접근법이 나올지 주목된다.

플라스틱 사용이 반세기를 넘기면서 편리의 대가가 건강위협으로 되돌아온 미세플라스틱의 역습. 미세먼지가 몰고온 혼란 사태에서 보듯이 얼마나 선제적으로 대응하느냐에 따라 바닷속에서 보이지 않게 커져만 가는 불안을 관리할 수 있는 해법을 하나씩 찾아나갈 수 있다.

최민기 기자  webmaster@updown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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