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10월 첫 일요일 경기도 고양시 저유소에서 발생한 휘발유 탱크 화재가 발생 17시간 만에 완전히 꺼졌다.

경기도북부소방재난본부는 8일 오전 3시 58분께 저유소 휘발유 탱크에서 폭발로 발생한 화재의 진화 작업을 완료했고,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다고 밝혔다.

고양 저유소 화재로 서울에서도 연기를 볼 수 있을 만큼 충격파를 낳았던 탱크 폭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아 소방당국은 이날 오후 합동감식을 진행할 예정이다. 다만, 초기 화재를 감지할 수 있는 자동센서가 폭발로 인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화재 규모가 커진 것으로 소방당국은 추정하고 있다.

고양 저유소 화재는 7일 오전 10시 56분께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화전동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고양저유소)의 휘발유 탱크에서 시작됐다. 40여분 만에 소강상태를 보였지만 정오께 굉음과 함께 2차 폭발이 일어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고, 옆 유류 탱크로도 불이 번지지는 않았다.

고양 저유소 화재가 발생하자 최준성 대한송유관공사 사장은 이날 저녁 경인지사 사무실에서 “불의의 화재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드려 진심으로 송구하다”고 대국민 사과를 했다.

고양시 저유소 화재가 왜 빠르게 진화되지 못했을까.

대응 단계를 최고단계인 3단계로 격상하고, 소방 헬기 등 장비 224대와 인력 684명을 투입해 진화작업을 벌인 소방당국은 탱크 속 기름이 줄어들어 불길이 약해지면 품액을 일시에 뿌려 불길을 잡을 계획이었지만, 기름이 줄어드는 속도가 일정치 않고 강한 열기 탓에 각종 유류화재용 소화액이 큰 효과가 없어 진화 작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고양 저유소 화재는 탱크에 있던 휘발유 440만리터 중 남은 물량을 다른 유류탱크로 빼내는 작업과 진화작업을 병행한 끝에 해를 넘겨 17시간 만에야 완전 진화할 수 있었다.

불이 난 대한송유관공사 경인지사에는 유류 저장탱크 14개를 포함해 지하 1개, 옥외 19개 등 총 20개의 저장탱크가 있다. 또한 불이 난 곳은 옥외 휘발유 저장탱크로, 크기는 지름 28.4ｍ, 높이 8.5ｍ다. 탱크 잔여량은 440만리터인데, 이는 일반적인 탱크로리 250대 분량인 것으로 알려졌다.

화재가 난 고양시 저유소는 대한송유관공사의 핵심 시설 중 하나다. 공사는 전남 여수와 울산 등 남해안 2곳 정유공장에서 비축기지(저유소)를 연결하는 1200㎞에 달하는 송유관, 고양과 판교 등 4곳의 저유소, 송유관에 석유를 수송하는 시설인 12곳의 펌핑장을 운영한다.

저유소는 고양시를 비롯해 판교·대전·천안 등 4곳에 있고, 판교 주유소의 경우 하루 7000만리터 출하능력을 갖추고 있다. 펌핑장은 인천·울산·온산·추풍령·여수·곡성·전주·천안·당진 등 송유관을 따라 주요 거점 12곳에 설치돼 있다.

화재가 난 고양 저유소는 정유공장에서 생산한 석유제품을 송유관 등으로 운반해 유조차로 주유소 등에 공급하고, 소비자에게 소비되기 전에 일시적으로 저장하는 시설이다. 정유사에서 만든 기름을 저장해뒀다가 경기북부와 서울서부지역 등의 주유소로 공급해주는 역할을 하는 곳이다.

소방당국은 이번 고양 저유소 화재로 옥외탱크 1기가 불에 타고 휘발유 266만3000리터가 연소해 43억4951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산했다.

2001년 에너지 전문기업들을 대주주로 민영화한 대한송유관공사. 현재 SK이노베이션이 최대주주(41.0%)이고, GS칼텍스(28.62%)와 산업통상자원부(9.76%), 에쓰오일(8.87%), 현대중공업(6.39%), 대한항공(3.10%)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대한송유관공사는 8일 공식 사과문을 내고 “소방서 및 관련 당국과 함께 엄정하고 철저한 조사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수립하겠다"며 "안정적인 에너지수급에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긴 검은 연기띠가 서울에서도 관측되고 고양 인근 지역에서는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되는 등 한바탕 소동을 낳았던 고양 저유소 화재를 보고 우리 동네와 가까운 저유소를 찾아보면서 피어오른 국민의 불안감을 해소하려면 화재 원인에 대한 더욱 철저한 감식과 조사가 이뤄져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