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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장 '벵갈고양이'가 물고 온 허술한 동물원법

  • Editor. 이선영 기자
  • 입력 2018.10.13 0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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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퓨마를 닮았다고 해서 애먼 벵갈고양이가 국감장에 등장해 논란을 부르고 있다. 지난달 발생한 대전동물원 ‘퓨마 사살 사건’ 관련 문제를 지적하기 위해 국감장까지 꼭 철창에 넣어 벵갈고양이를 데려와야 했느냐에 대한 지적으로 '동물학대' 논란이 나왔지만, 안이한 동물원 관리 실태에 대한 점검과 제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새삼 높아지고 있다. 

지난 10일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이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 때 지난달 18일 대전동물원에서 퓨마가 사살된 것을 두고 정부의 과잉 대응을 지적하기 위해 “같은 고양잇과”라며 새끼 벵갈고양이를 철창에 가둬 데려왔다.

김진태 의원은 “이전에 사살된 퓨마와 비슷한 것을 가지고 오고 싶었는데 그 퓨마를 너무 고생시킬 것 같아 이 작은 동물을 가져왔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김 의원의 행태를 두고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서는 정치권의 보여주기식 전형으로 동물학대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었다. 

실제로 동물단체 '동물해방물결'은 이날 김진태 의원에게 “개인의 유명세를 위해 살아있는 동물을 이용하는 무책임한 정치쇼를 멈춰야 한다”라며 “고양이를 어디서,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밝히고 책임지”라고 비판했다. 이어 “(동물원 문제를 언급하려거든) 사육장에 갇혀 정형 행동을 보이는 동물의 영상을 틀거나 뜨거웠던 국민청원 현황을 공유하는 등 공감도를 높일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라고 덧붙였다.

국감장 고양이 논란이 불거지자 김진태 의원은 11일 자신의 SNS를 통해 “제가 어제 국감장에 데리고 갔던 벵갈고양이”라며 고양이 사진 세 장을 올렸다. 이어 “사살된 퓨마도 이런 새끼가 두 마리 있었답니다. 이 아이는 밥도 잘 먹고 잘 지내고 있으니 걱정 마세요”라고 덧붙였다.

김진태 의원이 벵갈고양이의 근황을 공개한 가운데 논란과는 별개로 허술한 동물원법을 되짚어보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애초에 이번 논란의 시발점이 대전동물원 퓨마 사살 사건이고 그 문제는 동물원의 안이한 동물 관리에 있다는 논리다.

우리나라에서는 2016년 5월 ‘동물원 및 수족관의 관리에 관한 법률'이 제정돼 지난해 5월부터 시행 중이다. 전시동물의 복지 문제, 안전관리 부실로 인한 사고 등 다양한 문제가 잇따르면서 동물원 관리를 규율하는 법률의 제정에 이르게 된 것이다.

10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김진태 의원(오른쪽)이 퓨마를 닮은 벵갈고양이를 놓고 대전동물원 퓨마 사살 관련 질의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법 규정에 사육환경과 관리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어 동물원법 시행 이전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동물원은 허가제가 아닌 등록제로 운영되고 있다. 동물원법에 따르면 동물원이나 수족관을 운영하려면 시설의 소재지, 전문인력 현황, 보유 개체 수와 보유 멸종위기종 개체 수 등을 시도지사에 등록하기만 하면 된다.

보유생물의 질병 관리계획, 적정한 서식환경 제공계획, 안전관리계획, 휴·폐원 시의 보유생물 관리계획 등도 등록사항에 포함돼 있지만, 등록 이후 계획 이행 여부나 관리 상태를 점검하는 제도는 없다. 안전관리 의무와 서식환경에 대한 규정도 선언적 수준에 그치고 있는 셈이다.

안전관리 의무의 경우 ‘보유생물이 사람의 생명 또는 신체에 위해를 일으키지 않도록 관리하여야 한다’고만 돼 있을 뿐, 발생할 수 있는 안전사고나 질병 감염방지를 위한 의무사항을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지도 않다.

동물의 서식환경 관련해서도 ‘생물 종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 공급, 질병 치료 등 적정한 서식환경을 제공해야 한다’고만 명시할 뿐, 의무적으로 제공돼야 할 면적이나 시설 등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이 없으며, 위반 시 처벌하는 규정도 없어 강제성이 배제됐다는 문제점이 지적되는 실정이다.

또한 야생동물이 정상적인 행동을 표출하기에는 동물원의 사육면적이 충분하지 않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있다.

지난달 20일 대전 오월드 입구에 이틀 전 사살된 퓨마를 추모하는 조화와 사진, 메모지가 놓여있다. [사진=연합뉴스]

지난달 18일 테마공원 대전오월드 동물원에서 사육 중인 퓨마가 사육사의 부주의로 문이 잠기지 않은 사육장을 제발로 걸어 나왔다가 4시간 반 만에 결국 사살된 사건을 두고 동물원 폐쇄를 요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이어진 바 있다.

대전동물원 퓨마 사태 이후 국감장 벵갈고양이 논란이 일었지만 중요한 것은 허술한 동물원법에 대한 관심과 제도 개선 노력이라는 점에서 다시 한 번 동물의 소중한 생명을 보호하기 위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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