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두영 기자] 서양억새를 모르는 사람은 간첩? 요즘 분홍빛을 띤 서양억새 핑크뮬리가 코스모스와 함께 전국 가을꽃축제의 중심 소재로 자리 잡으며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는 집근처 나들이나 여행이 트렌트로 굳어지고 있다.
10~20대 젊은 층은 물론 나이 지긋한 50~60대 장년들도 핑크뮬리 앞에서 ‘귀요미’ 자세로 사진촬영에 응하는 광경이 흔히 눈에 띈다. 스마트폰 카메라 성능의 발전에 힘입어 셀카 촬영도 일상화됐다.
그럼 핑크뮬리 사진은 어떻게 해야 잘 찍을 수 있을까? 모든 사진이 그렇듯이 적정노출을 유지하면서 입체감을 살리는 손쉬운 방법은 측광으로, 즉 해가 비치는 방향의 옆에서 찍는 것이다. 좀 더 강렬하게 몽환적인 자태를 표현하려면 측면광보다는 해를 바라보고 찍는 역광이 더 효과적이다.
그러나 역광 촬영에는 매우 세심한 기계 작동이 요구된다. 렌즈로 쏟아지는 햇빛이 난반사를 일으키기 십상이다. 렌즈교체용 카메라(DSLR)를 사용한다면 이 같은 플레어를 막기 위해, 후드를 반드시 장착하고 카메라가 햇빛을 정면으로 보지 않도록 촬영 각도를 조정해야 한다.
역광 촬영 시 억새나 핑크뮬리 군락지 뒤에 키 큰 나무나 사람을 두고 찍을 때는 사진이 어둡게 나오는 수가 있다.
하늘과 같은 배경공간이 넓을수록 그런 현상은 심해진다. 이런 현상은 DSLR, 스마트폰에 공통적으로 해당한다. 강한 역광을 카메라가 적정노출의 기준으로 인식하기 때문에 그 밖의 영역은 상대적으로 어둡게 나타난다.
그 경우 노출을 플러스 쪽으로 조정해야 한다. 그것은 카메라에게 ‘지금 보이는 화면보다 더 밝게 나타내라’ 하는 명령과 다름없다. 화면 전체를 핑크뮬리로 채울 경우에는 노출부족이 일어나지 않는다.
핑크뮬리를 근접 촬영할 경우에는 조리개 수치를 높여서 피사계 심도를 깊게 할 필요가 있다. 조리개를 4나 5 등에 놓지 말고 11 이상으로 설정하라는 의미다. 그래야 초점이 맞는 핑크뮬리가 많아진다.
바람이 많이 부는 날에는 셔터속도를 250분의 1초 이상으로 빠르게 설정해야 한다. 바람 불고 구름 낀 날에는 감도(ISO)를 과감히 올려서 셔터속도 확보에 치중해야 한다. 피사체가 바람에 흔들리고 광량이 충분하지 않은 날씨에서는, 셔터스피드가 느릴 경우 삼각대 위에 놓고 찍어도 사진이 엉망이 된다.
의도적으로 핑크뮬리가 바람에 흔들려 뭉개지는 사진을 찍고 싶을 경우에만 셔터스피드를 느리게 한다.
야경을 찍을 때에는 셔터스피드의 중요성이 더 커진다. 그러기 위해서는 감도를 200,400 등 낮은 수치로 두지 말고, 넉넉히 밝지 않으면 수천으로 올리는 게 현명하다.
한편 핑크뮬리가 대량으로 식재된 전국의 여행지는 다음과 같다. 수도권에서는 서울 상암동 하늘공원과 잠원한강공원, 방이동 올림픽공원, 경기도 양주시 나리공원이 꼽힌다.
경상도권에서는 부산 대저생태공원과 경주 첨성대 근처, 울산 태화강 인근 울산대공원, 경남 함안 악양생태공원 등에 많다. 전라도권에서는 전남 함평군의 주포한옥마을이 기와집과 어우러져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대전시 대덕구 금강로하스 산호빛공원과 한밭수목원에서도 핑크뮬리를 볼 수 있다. 제주도는 핑크뮬리를 국내에 심기 시작한 효시다. 휴애리 핑크뮬리축제가 오는 10월31일까지 벌어지는 제주특별자치도 서귀포시 남원읍 신례동 휴애리자연생활공원이 그곳이다.
그밖에 제주 마르노블랑, 북촌에가면 등 산방산 근처의 카페에도 섬 바람에 춤추는 핑크뮬리를 감상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