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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회초리 효과? 사우디 왕세자 '카슈끄지 살해 배후설' 첫 공개 부인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18.10.25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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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믿었던 미국의 강경 모드가 영향을 미쳤을까.

대표적인 중동의 친미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를 감싸고돌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사우디 언론인 자말 카쓔끄지 피살 사건과 관련해 “역사상 최악의 은폐 시도”라고 강력히 질타한 다음날 사우디 왕세자가 공식적으로 처음 입을 열었다.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는 자신이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라는 세간의 의혹을 전 세계에 생중계된 국제 행사에서 육성으로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지난 2일 카슈끄지가 이스탄불 주재 사우디 총영사관에서 사망한 뒤 이를 지시했다는 의혹을 집중적으로 받는 무함마드 왕세자가 공개 석상에서 이 사건을 직접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자신이 카슈끄지 살해의 배후라는 의혹을 전 세계에 생중계된 국제 행사에서 육성으로 전면 부인한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의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사진=EPA/연합뉴스]

CNN, A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는 24일(현지시간) 리야드에서 열린 국제 경제회의 미래투자이니셔티브에서 40분간 진행된 패널토의에 참석해 “카슈끄지 살해 사건은 악랄한 범죄로 모든 사우디인과 인류에 고통스러운 일”이라며 “절대 정당화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동안 이 사건과 관련한 무함마드 왕세자의 입장은 그와 통화한 트럼프 미 대통령, 사우디 외무장관이 무관하다고 간접으로 전했던 것이 전부였다.

사우디 왕세자는 사건 발생 이튿날인 지난 3일 미국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카슈끄지가 총영사관을 나간 뒤 몇 분 뒤 행방불명됐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사우디 정부가 그가 총영사관을 나가는 증거를 제시하지 못했다. 결국 총영사관 안에서 살해됐다는 정황만 터키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면서 사우디가 속수무책으로 궁지에 몰렸다.

이에 지난 20일 이스탄불에 급격히 파견된 사우디 정보요원이 몸싸움 중에 우발적으로 카슈끄지를 숨지게 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런 사태 수습은 기대와는 달리 기획 암살 배후설로 논란이 불거졌고, 믿었던 미국마저 등을 돌리는 낌새가 보이자 사우디 왕세자가 직접 이날 행사를 이용해 부인하고 나선 것이다.

이번 행사가 경제 분야 행사이라는 점에서 위기에 몰린 무함마드 왕세자라도 카슈끄지 살해 사건에 대해 언급하리라고 예상되지 않았지만 오히려 공세적으로 대응하면서 해명으로 정면 돌파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터키를 비롯한 국제사회에서 반 사우디 정서가 일고 미국마저 강공 모드로 돌아서자 더는 사태 확산을 불구경하듯 방치할 수 없는 처지에 몰린 것이다. 사우디 왕세자의 직접 부인과 해명을 통해 사우디 왕실이 사우디를 가장 강도 높게 공격하고 있는 터키 정부와 모종의 ‘물밑거래’로 사태 수습을 도모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전과는 달리 카슈끄지 사건과 사우디 왕세자 관련해 강경한 입장을 보인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EPA/연합뉴스]

사우디 왕세자가 닫았던 입을 처음 열게 한 것은 미국의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전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카슈끄지 살해에 책임이 있는 사우디를 이례적으로 강도 높게 비난하며 회초리를 들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무함마드 사우디 왕세자가 이번 사건에 개입했을 가능성까지 제기했다. 미 국무부는 카슈끄지가 종적을 감춘 지 21일 만에 사건에 연루된 사우디 인사 21명에게 제재 조치를 내렸다.

카슈끄지 실종 이후 한동안 애매모호한 태도를 취하면서 사우디 왕실을 감싸왔던 것과 비교하면 미국의 대응이 훨씬 강경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CNN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집무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카슈끄지 사건을 언급하며 “역사상 최악의 은폐 시도”라고 평가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카슈끄지의) 살해도, 사건 은폐도 일어나서는 안 될 일이었다”면서 “이번 일은 처음부터 총체적인 난국이었다”고 지적했다. 이어 월스트리트저널(WSJ)과의 인터뷰에서는 “(사우디 왕세자는) 사우디 국정 전반에 관여하고 있다”면서 “따라서 누군가가 범행 배후에 있다면 그일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직접 사우디 왕세자의 카슈끄지 살해 배후 가능성을 입에 올린 것은 처음이다.

아울러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카슈끄지 사건 발생 후 처음으로 대 사우디 제재 조치를 발표했다. 폼페이오 장관은 기자회견에서 “미국은 카슈끄지 살해에 연루된 사우디 정보기관, 왕실, 외교부 및 기타 정부부처 소속 인사 일부를 확인했다”면서 “이들에 대해 미국 비자 취소와 비자 신청 자격 박탈 등 합당한 조치를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사우디 왕세자를 범행 배후로 거론하고, 중동의 대표적인 친미 국가인 사우디를 향해 미국이 전과는 다른 차가운 반응을 보인 가운데 러시아가 미국-사우디 간 틈새를 파고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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