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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평론계 거목'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 별세, 쉼표 없는 '월평' 왜 썼냐고 묻거든

  • Editor. 최민기 기자
  • 입력 2018.10.26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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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1세대 문학평론가이자 국문학 연구 대가인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가 25일 오후 7시 30분께 숙환으로 별세했다. 향년 82세.

김 명예교수의 빈소는 서울대병원에 차려졌고 유족으로는 부인 가정혜 씨가 있다. 27일 장례식장 행사장에서 추모식을 하고, 28일 발인한다.

고인은 평생 한국문학 역사를 연구하고 현장에서 작품을 읽고 비평하며 우리 문학사에 큰 족적을 남긴 ‘한국문학의 산증인’이다. 근대문학을 비롯해 국문학 연구의 현대적인 기틀을 닦았고, 독보적인 학문적 성과를 이뤘다. 그가 세상에 내놓은 학술서, 비평서, 산문집, 번역서 등 저서는 무려 200여권에 이른다.

이른바 '한국문학의 산증인'이라는 불리는 고(故) 김윤식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의 빈소가 마련된 모습. [사진=연합뉴스]

1936년 경남 김해군 진영읍 사산리에서 태어난 김윤식 명예교수는 서울대 사범대 국어과를 마치고 모교에서 전임강사·조교수·부교수·교수로 2001년까지 30여년간 후학을 길러냈다.

생전 한국문학 현장을 잠시도 떠나지 않았고, 누구보다도 발 빠르고 폭넓고 깊이 있게 읽어내고 비평했다는 점에서 문학평론계의 거목으로 평가된다.

특히 김윤식 명예교수는 수십년간 쉬지 않고 문예지에 발표된 거의 모든 소설 작품을 읽고 다달이 ‘월평’을 쓴 유일무이한 문학평론가로 찬사를 받는다.

고인은 왜 아직도 월평을 쓰느냐는 주변의 질문에 “그냥 월평을 썼을 뿐”이라며 “작품 쓰기(창조)가 자기 일이 아님을 깨닫지 않는다면 위대한 비평가가 될 수 없다”는 영국 소설가 서머싯 몸의 말을 인용했다.

또한 “작가는 누구의 자식이며 어디서 낳고 어느 골짜기의 물을 마셨는가를 문제 삼지 않기. 있는 것은 오직 작품뿐. 이 속에서 나는 시대의 감수성을 얻고자 했소. 내 자기의식의 싹이 배양되는 곳”이라는 지론을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오직 작품만으로 평을 쓴다는 원칙을 고수해 세대를 불문하고 작가들에게 존경받아 왔던 문학계의 구루였다.

김윤식 서울대 명예교수가 2010년 울산대학교에서 '한국현대소설읽기'를 주제로 특강을 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이렇게 끊임없이 쓴 글을 모아 책을 낸 것이 2000년까지 무려 100권. 교수 정년퇴임을 기념해 그동안 쓴 책들의 서문을 모은 ‘김윤식 서문집’을 출간하기도 했다. 이후 지난해까지 50여 권을 더 써내 개정증보판을 냈다. 이 책에 따르면 김윤식 명예교수가 남긴 저서는 단독 저서 159종(개정증보 9종 포함), 역서 7종(개정판 1권 포함), 편저 28종, 공저 15종(개정 2종 포함) 등이다. 개정판까지 합하면 총 209종, 초판만으로는 197종이다.

김윤식 명예교수는 2001년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이 됐고, 예술원 문학분과 회장을 지내기도 했다. 대한민국황조근정훈장(2001)과 은관문화훈장(2016)을 받았다. 이밖에도 현대문학신인상, 한국문학 작가상, 대한민국문학상, 김환태평론문학상, 팔봉비평문학상, 편운문학상, 요산문학상, 대산문학상, 만해대상(학술 부문), 청마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고인은 1975년부터 2001년 정년퇴직할 때까지 내로라하는 국문학자, 문학평론가, 작가 등 수많은 문인 제자를 배출했는데, 소설가 권여선, 김탁환, 문학평론가 서영채, 정홍수, 권성우, 류보선, 신수정 등이 그 제자들이다.

고인은 2001년 '갈 수 있고, 가야할 길, 가버린 길-어느 저능아의 심경고백'이란 제목의 정년퇴임 강연에서 토로했다. "문학 읽기는 한갓 여기(학문연구를 위한 보조수단)가 아니라 '길찾기'였던 만큼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다"고.

문단, 학계의 조화도 사양한 채 우리 문학계의 거장은 영원한 길을 떠났다. 왕성하게 필사적으로 이어졌던 길찾기의 여정을 끝내고 후학들에게 큰 울림을 남긴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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