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최민기 기자] 2015~2016시즌 창단 132년 만에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 기적을 일궈냈던 레스터 시티의 억만장자 구단주인 위차이 시왓다나쁘라파(61)가 헬리콥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프리미어리그 전체가 애도의 물결에 휩싸였다.

AP,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레스터시티의 태국인 구단주 시왓다나쁘라파는 27일(현지시간) 영국 레스터의 킹파워 스타디움에서 열린 웨스트햄과 2018~19시즌 EPL 10라운드 홈경기에서 무승부 뒤 경기장 연회를 마치고 전용 헬리콥터에 올랐다가 구장 인근 주차장에 떨어져 참변을 당했다.

영국 BBC는 사고 목격자의 말을 인용해 “센터 서클에서 떠오른 헬기가 그라운드 상공에 잠시 머무는가 싶더니 엔진 소리가 멈췄다. 곧장 쇠가 갈리는 듯한 굉음이 들렸고, 기체가 뱅글뱅글 돌며 그라운드 밖으로 추락했다. 곧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화염이 치솟았다”고 전했다.

헬기에는 레스터시티 구단주 시왓다나쁘라파와 2명의 조종사 등 모두 5명이 타고 있었다. 생존자 여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지만, 현지 언론과 팬들은 사실상 사망한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또한 가족들이 “해당 헬리콥터는 구단주가 평소 경기장과 런던을 오갈 때 사용하는 기종이 맞다. 사고 당시에도 탑승했다”고 밝혀 사망 사실이 확인됐다.

헬기는 이날 밤 레스터시티 경기장에서 이륙한 직후 통제력을 잃고 회전을 하다가 인근 주차장에 추락했다. 레스터시티와 웨스트햄과 홈경기가 끝나고 1시간가량이 지난 시점이었다. 목격자인 프리랜서 사진기자 라이언 브라운은 “헬기의 엔진 소리가 멈춰 뒤돌아봤는데 윙윙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내 조용해졌다”라며 “그런 뒤 헬기가 회전하더니 추락해 큰 폭발이 있었다”고 말했다.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레스터시티 홈경기를 관람할 때마다 헬기로 이동해왔다.

레스터시티 구단은 성명을 통해 “우리는 경찰 및 긴급구조서비스 측에 협조하고 있다”며 추가 정보가 들어오는 대로 상세한 내용을 밝히겠다고 전했다. 현재 항공 전문가들과 구조대들은 잔해 수색을 벌이고 있다. 경찰은 사고 조사에 며칠이 소요될 것이라고 밝혔다.

레스터시티 팬들은 사고 현장 주변에 몰려들어 구단 셔츠와 꽃을 내려놓고 애도를 표하고 있다. 또한 구단주의 갑작스러운 사고 소식에 선수단과 프리미어리그 관계자들은 눈물바다가 됐다.

BBC의 프리미어리그 리뷰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잉글랜드 축구전설 개리 리네커는 “끔찍한 날이다. 내가 진행한 방송 가운데 오늘이 가장 힘들었다”면서 “레스터시티의 모든 분과 애도의 마음을 함께 하고자 한다. 비극적인 사건에 가슴이 찢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시왓다나쁘라파 구단주는 태국 출신의 억만장자다. 연간 680억바트(2조3000억원)의 수입을 올리는 태국 면세점 킹파워 인터내셔널의 창업자 겸 CEO다.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2016년 태국의 네 번째 부자로 그를 소개하면서 그의 자산을 20억파운드(2조9200억원)로 추산한 바 있다.

그는 레스터시티를 2010년 3900만 파운드(570억원)에 인수한 뒤 대대적인 투자를 통해 2014년 EPL로 승격시켰다. 2016년 레스터시티가 '5000분의 1'의 확률을 뚫고 EPL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깜짝 우승한 것은 그의 전폭적인 지원 덕이었다는 평가.

당시 홈팬들에게 “3년 이내에 레스터시티를 유럽 클럽 대항전 무대에 진출시킬 것”이라고 약속했던 그는 적극적인 선수 보강으로 EPL 챔피언 자격으로 2016~17시즌 유럽 챔피언스리그에서 8강을 이끌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