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다운뉴스 이선영 기자] 행여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히는 것은 아닐까?
현대엔지니어링은 정의선 현대차그룹 총괄 부회장의 승계 작업에 중요한 열쇠 중 하나다. 그 논리는 단순 명쾌하다. 정의선 부회장이 상대적으로 지분 비율이 높은 현대엔지니어링의 지분 가치가 높아야 현대차그룹 지배구조 개편에서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국 그래야 정 부회장의 승계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지고 그룹 내 지배력 장악도 가능하다.
정의선 부회장의 경우 주력 계열사인 현대자동차(2.28%)와 기아자동차(1.74%)의 지분율이 많지 않다. 지주회사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있는 현대모비스는 아예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이 때문에 재계에서는 정 부회장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23.29%)와 현대엔지니어링(11.72%)의 주식을 활용해 그룹 지배력을 키울 것으로 점치고 있다.
한데 현대엔지어링의 요즘 행보가 수상하다. 한마디로 실적 부진과 이에 따른 주가 급락으로 ‘회심의 카드’라기 보다는 돌발 변수로 불거질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현대차가 3분기 ‘어닝쇼크’를 경험한 가운데 정의선 부회장에게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해야 하는 현대글로비스와 현대엔지니어링 상황도 여의치 않다.
현대글로비스의 경우 3분기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 증가한 1871억 원의 영업이익을 거뒀지만 주가 급락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올해 3월에만 해도 21만4500원까지 올랐던 주가가 요즘 절반 수준인 10만 원대에서 헤매고 있다. 정 부회장의 지분 가치도 2조원에서 1조 원으로 반 토막 났으니 그 속이 오죽할까?
현대엔지니어링도 매한가지다. 현대엔지니어링의 상반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8% 줄어든 2조9041억 원, 영업이익은 19.48%나 빠진 2143억 원에 그친다. 지난해 상반기 8.21%였던 영업이익률은 올해 상반기 7.37%까지 하락을 면치 못했다.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현대엔지니어링 주가도 하향곡선을 그렸다. 상반기 100만 원을 돌파하기도 했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장외 시장 거래 가격이 현재 70만 원대 중반에 머물고 있다.
현대엔지니어링 해외 수주 현황은 더 심각하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한국 건설사의 전체 해외 수주 금액이 지난해와 엇비슷한 가운데 현대엔지니어링의 10월 말 기준 해외 수주는 19억1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45억1500만달러)보다 57.59%나 감소했다.
게다가 현대엔지니어링은 노사 간 마찰로 내홍을 겪고 있기도 하다.
‘아 현대엔지니어링.’ 정의선 부회장이 요즘 장탄식 하고 있지 않은지 궁금한 대목이다.